[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시중 5대 은행의 예‧적금 해지규모가 역대급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들이 주식시장에서 재미를 본 데 이어 최근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이 과열 양상을 띠면서 묵혀둔 자금을 대거 인출한 데 따른 여파로 해석된다. 장기화된 초저금리 여파로 은행에서 이익을 누리지 못한 국민들이 자산시장으로 자금을 이동하는 모습이다.
한편으로 코로나19 여파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서민층들이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예적금을 해지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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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중은행 창구 / 사진=연합뉴스 제공 |
6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서 중도 해지된 예적금 통장(원화 정기예적금) 개수는 843만 1537개로 1년 전 738만 894개 대비 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별로 농협은행이 242만 1468개를 기록해 5대 은행 중 가장 많았고,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이 각각 178만 7685개, 175만 2178개를 기록해 뒤를 이었다.
예적금 통장 중도해지 개수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다. 2016년 예적금 해지 개수는 총 561만 389개(예금 240만 1487개, 적금 320만 8902개)였다. 하지만 1년 뒤 해지 개수가 628만 1318개로 늘더니 2018년 681만 5744개, 2019년 738만 894개를 기록해 3년만에 약 177만개의 이탈이 발생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지난해부터 예금 해지건수가 적금을 추월한 것이다. 5개년을 놓고 볼 때 은행 고객들은 매월 일정액을 납입해야 하는 적금통장을 예금통장보다 많이 해약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예금을 해지하는 건수가 적금을 추월했다.
해약건수가 늘어나면서 수신잔액도 줄어드는 형국이다. 지난해 예적금 해지금액(원금+이자 합계액)은 총 113조 4500억원으로 1년 전 107조1062억원 대비 5.9% 불어났다. KB국민이 1년 전보다 2조 2225억원 증가한 33조 7180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컸고, 우리은행이 32조9369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다만 1년 전과 비교해 해지금액 차이로만 따지면 신한은행이 2조562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은행이 2조5502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우리은행은 오히려 3조1705억원 줄어들어 수신고를 지켰다.
은행권은 지난해 고객들이 금융시장을 이탈한 데 대해 장기화된 코로나19 여파와 고수익을 자랑한 자산시장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최근 1년만 놓고 볼 때 코로나19로 가계살림이 팍팍해지면서 자영업자 등이 생활고에 시달린 게 분명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일반 급여생활자들은 현금을 (은행에) 묵혀두느니 (주식 등) 자산을 증식하려는 게 컸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덧붙여 “주식‧가상자산으로 수익을 봤다는 사람들이 나오면서 적금이 향후 큰 자산을 살 때 도움이 된다는 전통적인 방법이 깨진 상황”이라며 “국민들이 심리적으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을 좇는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피해가 지난해부터 시작됐고, 지난 2016~2019년은 부동산 등 나라살림 이슈가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았던 만큼, 금융권 이탈 현상을 단순 분석하긴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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