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등과 디지털 금융 경쟁 위기감 커
순혈주의 깨고 외부인재 영입 적극 나서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보수적인 기업문화가 강한 시중은행들이 순혈주의를 깨고 전문성 있는 디지털 외부인재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등 디지털 금융에 대한 고객들의 니즈가 더욱 커진 상황에서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는 물론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우리금융그룹 겸 우리은행 본사 전경./사진=우리금융그룹 제공.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우리은행은 디지털 전환 완성을 위한 조직개편을 실시하고, 디지털그룹 DI추진단장(본부장)에 김진현 전 삼성화재 디지털본부 부장을 영입했다. DI추진단의 DI(Data Intelligence)는 인공지능을 연계한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기반으로 고객 필요를 적시에 충족하는 것을 의미한다.

김 본부장은 삼성화재 인터넷전략팀 및 UX&ANALYTICS센터장을 역임하면서 마케팅 기획, UX(사용자 경험) 전략, 데이터 분석 등의 디지털 사업을 총괄했다. 김 본부장이 삼성화재 디지털사업추진단장으로 역임하는 동안 삼성화재 자동차보험 업계 점유율을 올리는데 기여했다는 게 우리은행 설명이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디지털 전환을 위한 외부인재 수혈에 적극적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초 테크그룹 소속 테크기술본부장에 박기은 전 네이버클라우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영입했다. 박 전무는 네이버 서비스플랫폼개발센터 팀장,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 IT서비스사업본부 수석아키텍트를 거친 플랫폼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ICT분야에 높은 이해도와 실무능력을 겸비한 외부 전문가 영입을 통해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역량을 제고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12월 은행장 직속의 혁신 추진 조직인 '디지털 혁신단'을 신설하고, 김혜주 전 KT상무와 김전환 전 SK주식회사 C&C 상무를 디지털 혁신단을 이끌 리더로 수혈했다.

마이데이터 사업을 총괄할 김혜주 상무는 서울대에서 통계학 석사, 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SAS Korea, SK텔레콤 등을 거쳐 삼성전자 CRM 담당 부장, KT AI BigData 융합사업담당 상무를 맡은 바 있다. 국내 1세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제조, 통신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풍부한 데이터 분석 관련 실무 경험을 보유한 빅데이터 전문가이다.

Data Unit을 총괄할 김준환 상무는 KAIST 석사와 박사 학위를 마치고 미국국립표준기술연구소, 삼성전자를 거쳐 SK주식회사 C&C 그룹장으로 빅데이터와 AI 부문을 이끌어왔다. 빅데이터와 AI를 현업에 적용, 사업 모델화하는데 강점을 지녔으며, 특히 은행권 AI와 빅데이터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 받는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순혈주의 문화가 강한 시중은행에서 이를 깨고 외부 전문가 수혈에 나선 이유는 빅테크와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진 상황에서 '디지털 전환에서 밀리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