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돈 필요한 예금 ‘이탈’, 소액납입 적금 ‘유지’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의 예적금통장 중도해지건수가 14% 급증한 843만여개를 기록한 가운데, 지방 5대 은행도 비슷한 흐름세를 보였다. 

다만 거액을 납입해야 하는 예금은 중도해지계좌가 늘어난 반면,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매달 소액을 넣는 적금은 해지규모가 오히려 줄어드는 역전현상을 보였다. 지난해 주식‧비트코인의 흥행에 ‘큰 돈’이 묶여 있는 예금에서 중도 해지하는 수요가 많았다는 분석이다.

   
▲ 시중은행 창구 /사진=연합뉴스 제공


7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BNK부산‧BNK경남‧DGB대구‧광주‧전북 등 지방 5대 은행에서 중도 해지된 예적금 통장(원화 정기예적금) 개수는 84만 6257개로 집계돼 1년 전 66만 3923개 대비 27.5% 급증했다. 

예금통장을 중도 해지한 개수가 18만 9910개 증가한 반면 적금통장은 2019년보다 7576건 줄었다. 예금과 적금의 중도 해지 건수가 각각 1년 전보다 많았던 시중 5대 은행과 결이 다른 모습이다. 

은행별로 부산은행이 지난해 36만 9259개를 기록해 지방 5대 은행 중 가장 많았고, 뒤이어 광주은행과 대구은행이 각각 24만 1945개, 13만 6012개를 기록했다. 특히 적금상품 중도해지개수만 놓고 보면 대구은행이 1년 전보다 4520개 줄어드는 기현상을 보였고, 광주‧전북‧부산은행이 2000여개씩 줄어들었다. 경남은행은 중도해지개수가 4398개 늘어났다.

연도별 예적금 통장 중도해지 개수도 증감을 거듭하고 있어 시중은행과 차이점을 보였다. 2016년 예적금 해지 개수는 총 73만 135개(예금 51만 25개, 적금 22만 110개)였다. 하지만 1년 뒤 해지 개수는 59만 1058개로 크게 줄었고, 2018년에는 52만 5009개로 최저점을 찍었다. 이듬해부터 예적금 중도해지개수가 66만 3923개로 다시 치고 오르면서 지난해 85만여개로 정점을 찍은 모습이다. 

지난해 정기예금 통장 해약개수가 늘어나면서 수신잔액도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예적금 중도해지금액(원금+이자 합계액)은 총 10조 5608억원으로 1년 전 8조7730억원 대비 20.4% 불어났다. 

대구은행이 1년 전보다 1조 1090억원 증가한 3조 1500억원을 기록하며 가장 규모가 컸고, 부산은행이 3조 92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광주은행은 2조 2437억원, 경남은행은 1조 4117억원을 기록했다. 전북은행은 7461억원으로 중도해지규모가 가장 적었다. 

지방금융권은 지난해 정기예금 통장 중도해지가 급증한 데 대해 수익률이 좋았던 주식‧비트코인 등 자산시장으로 금융 소비자들이 몰려간 데 따른 결과라고 해석하면서도, 예금과 적금의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기예금은 최소납입금액이 백만원 단위이지만 적금은 상품에 따라 최소 매달 만원부터 넣을 수 있어 소비자 부담의 정도가 천차만별이라는 평가다. 두 상품 모두 의무납입기한을 지켜야 약정 금리를 누리지만 초저금리 여파로 큰 재미를 못 보는 만큼 상대적으로 자금부담이 큰 예금에서 이탈하려는 수요가 많을 거라는 추정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만 놓고 보면 (수익률이 높은) 주식과 코인 등으로 자금이 몰리기 때문으로 보는 게 맞는다”면서도 “(은행마다 특판 상품 및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해지건수만 놓고 보면 해지비율이 높은 것으로 보이지만 전체 가입개수와 비교해보면 중도해지 및 만기해지비율은 과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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