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전재수 “집권전략 측면에서 경선 연기 진지하게 고민해야”
이재명계 "특정인 배제하고 다른 후보 키우기 위한 시간 벌기"
신중한 지도부, 원칙론 내세우면서도 "공감대 형성돼야" 여지
[미디어펜=조성완 기자]그동안 물밑에서만 제기되던 더불어민주당의 경선 연기론에 친문계가 본격적으로 불을 지폈다. 차기 대권주자들은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며 불쾌한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전재수 의원은 지난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집권전략 측면에서 당 대선후보 경선 연기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면서 현역 의원 중에서는 사실상 처음으로 경선 연기를 주장했다. 

친문 제3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두관 의원도 이날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의 오찬 자리에서 경선연기론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 전 총리는 김 의원의 발언을 청취했을 뿐 경선 일정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고 한다.

민주당은 당헌·당규를 통해 당 대선후보 선출 시기를 '대선 180일 전'으로 규정해 놓고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경선은 오는 6월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하지만 너무 일찍 검증대에 올라 야권의 공세에 노출되고 후보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피로감 누적으로 전열이 흐트러질 수 있다게 ‘경선 연기론’ 측의 주장이다.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 정세균 전 국무총리./사진=더불어민주당, 경기도청, 국무총리실 제공

국민의힘은 민주당보다 2개월 늦은 '대선 120일 전'에 당 대선후보를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야가 모두 규정에 따를 경우 민주당 대선 후보는 2달가량 먼저 대선 레이스를 시작하게 되는 셈이다.

전 의원 역시 “대선 180일 전에 이미 후보를 만들어놓고 국민의힘이 진행하는 역동적인 후보 경선 과정을 멀뚱멀뚱 쳐다봐야 하는 당황스러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 측은 회동을 갖고 반대 의사를 재확인했다. 제3후보를 띄우기 위해 최대한 시간을 벌려는 친문계와, 지지율을 높이려는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총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라는 게 이 지사 측의 주장이다.

이재명계 좌장 격으로 평가받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7일 오전 TBN라디오에 출연해 “미리 후보를 뽑으면 야당의 공격으로 후보가 상처를 입지 않겠느냐는 말을 하는데 근거가 없는 것 같다”라며 “특히 국민들이 봤을 때는 특정인을 배제하고 다른 후보를 키우기 위한 시간 벌기로 볼 것이다. 본선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민형배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 경선은 국가의 미래비전을 놓고 경합하는 성장의 과정”이라며 “당헌·당규를 고쳐 국민의힘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경선을 하는 것이 되레 국민들에게 더 큰 고통을 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당 대표 재임 시절 경선 연기론에 대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지난 2월 중앙일보 인터뷰)라고 일축했던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도 기자들과 만나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경선 연기론의 공은 차츰 송영길 대표 쪽으로 넘어가고 있다. 후보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점에서 당 지도부는 경선 일정 논의에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경선연기론에 대해 "전혀 검토된 바 없다. 한 두 분이 얘기하는 것으로 바로 움직이지는 않는다"며 "꼭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때는 당헌에 규정된 절차를 밟아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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