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자에 세금, 99%에 복지' 선동만 남아, 소급적용 법안정성 훼손

   
▲ 조동근 명지대 교수
‘대란’은 큰 변란을 말한다. 모 종편을 보니, “지지 세력의 등에 비수를 꼽는 처사”라고 한다. 표현을 자제했으면 한다. 종편의 천박함이야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새누리, 새민련 “나는 책임 없다”오리발

2013년 세법개정안 통과과정을 복기해 보자. 세법개정의 핵심은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꾼 것이다. 세액공제로의 전환은 기본적으로 맞는 방향이다. 소득공제 혜택은 고소득자에게 편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세형평차원에서 필요한 조치였다. 하지만 세액공제는 증세를 수반한다. 문제는 “어느 소득수준부터 증세할 것인가”이다.

초안은 연 3500만원 소득부터 적은금액이긴 하지만 증세하는 것으로 짜여졌다. 하지만 유리지갑 공방이 이어지면서 증세되는 소득기준선을 연 5500만으로 올렸다. 재설계 결과, “연봉 5500만~7000만원은 세금이 평균 2만~3만원 늘고, 7000만원 이상은 누진적으로 더 많이 늘어나는” 구조가 됐다. 이는 전형적인 또는 평균적인 추산이다. 바꿔 말하면 모든 경우, 모든 납세자에게 적용되는 절대원칙이 아니다. 하지만 정부는 5500만원 이하 소득계층의 증세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쉽게 말하면 정부는 입이 쌌다.

새누리당과 새민련은 2013년 이러한 내용의 소득세법개정안을 ‘245 대 6’이란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여야합의로 통과된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불거지자, 야권은 표변하고 있다. 물론 여당의 책임이 더 무겁겠지만, 이런 야당의 태도를 보면 정말로 실망스럽다. 그러면 처음부터 반대할 것이지.. 나는 책임 없단다. 정치수준이 이렇다.

   
▲ 연말 정산 문제를 대란으로 몰아가는 것은 지나친 정치공세이다. 여야는 2013년 세법개정안에 합의해놓고서 이제와서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연말정산 개선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소프트 패치(soft patch)와 리콜(recall)

소프트웨어(software)에서 ‘소프트패치’는 당연한 것이다. 소프트패치를 통해 그만큼 프로그램의 안정성이 높아진다. MS의 윈도우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자동차도 리콜을 한다. 결함 있는 차를 출하했다고 비난하지 않는다. 리콜을 숨기는 것이 더 큰 죄인 것이다.

세법도 마찬가지다. 소프트패치가 필요하다. 2013년 세법개정안의 맹점은 “다자녀가구와 미혼 가구의 세부담이 커질 수 있는 것”을 헤아리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면 세법을 개정해 내년부터 시행하면 된다. 그런데 여론이 들끓자 연말정산을 ‘재정산’하겠단다. 일종의 ‘소급적용’(자녀세액공제 및 독신자 세액공제 확대, 자녀 출생·입양 세액공제 부활)인 것이다. 이는 법의 안정성을 흔들고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다. 나도 억울하다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다면 차라리 세법을 ‘실시간으로 개정해야’ 할 것 아닌 가?

간이세율표 개정, 잘못된 것 없다.

연말 정산은 말 그대로, 년간 소득에 상응하는 총세금에서 평소 적립된 세금을 뺀 차액을 내는 것이다. 평소에 세금을 많이 냈으면 연말에 세금을 돌려받게 된다. 적게 냈으면 적게 돌려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2012년 간이세율표를 개정한 이후 매달 떼는 원천징수분을 줄여서 걷어왔다. 전체 세금 총액에는 변함이 없다. 합리적인 납세자라면 원천징수분을 줄이는 것이 합리적이고, 또 유리하다. 연말정산 대란과 전혀 관계없는 간이세율표를 갖고 시비걸지는 말자.

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

문제의 본질은 “증세는 싫고 복지는 좋다”는 것이다. 올해 복지지출 예산은 100조원이 넘는다. 정부예산에서 복지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는다. 복지예산을 누가 감당할 것인가?

2012년 이래 세수결손(당초 세입예산을 밑도는 조세수입)은 심상치 않다. 2012년 2조8000억원, 2013년 8조5000억원의 세수가 펑크났다. 2014년 국세수입부족 추계액은 무려 11조 1000억원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나? 부자감세 때문인가? ‘3%대의 경제성장률’로는 이만한 예산을 지탱할 수 없다.

부자증세 차원에서 2012년 말 세법개정 때 소득세 최고세율(38%) 구간을 3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낮췄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나머지 선택지는 “1%부자에게 세금을, 99%에게 복지를”라는 피켓을 드는 것이다.

어린이집 아동학대는 끔찍한 범죄이다. 준비 없는 무상보육 확대가 불러온 참상일 수 있음을 유념하자. /조동근 명지대 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