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후보자 SC제일‧DGB금융‧OK저축 거론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우리나라에서 자산관리(WM)와 신용카드, 대출 등을 아우르는 소매금융 사업을 철수할 것이라고 선언한 한국씨티은행이 이 부문 통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소매금융 사업을 정리하겠다고 밝힌 이후 처음으로 구체적인 철수 방안이 나온 것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소매금융 부문 전체 매각을 최우선 순위로 설정하고 씨티그룹 내 인수합병팀과 국내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CGMK) 2곳을 통해 인수 의향서(LOI)를 받는 절차를 최근 진행하고 있다.

   
▲ 한국씨티은행 /사진=연합뉴스 제공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은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주요 지점을 잇달아 방문해 "전체 매각, 일부 매각, 단계적 폐지 등 3가지 옵션 가운데 전체매각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며 "직원들과 조직을 위한 방안을 찾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유 행장은 "앞으로 3~4주 정도는 매수 의향자를 살펴보는 데 집중해야 할 기간"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달 27일 가진 이사회에서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의 전체 매각, 일부 매각, 단계적 폐지 등의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있었으나, 구체적 일정이나 내용이 확정되지는 않았다”며 “모든 실행 방안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면서도, 늦지 않는 시일 안에 최적의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금융권은 그동안의 발언 등을 고려해 볼 때 연내 소매금융 매각을 매듭지으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 행장이 매수 의향자를 살피는 데 집중할 거라는 입장이 나오면서 금융권 안팎에서는 어떤 곳에서 씨티은행을 흡수할지 주목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경쟁사이자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 외에도 DGB금융그룹, OK금융그룹 등 세 곳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씨티은행이 신용카드부문에 대한 수익의존도가 높아 부정적인 의견도 제기된다. 한국기업평가 분석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개인금융과 카드사업 비중이 높은 편이다. 특히 신용카드부문의 수익의존도가 높은데, 회원 수가 감소하고 있고 경쟁 심화로 수수료수입도 감소하고 있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다.

또 1조∼2조원 상당으로 추정되는 매각 가격과 높은 인건비 등 임직원 고용문제도 걸림돌이 될 거라는 주장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씨티은행의 직원 평균 연봉은 1억 1200만원으로 은행권 최고 수준이다. 평균 근속연수도 18년 3개월로 15~16년인 주요 시중은행들보다 높은 편이다. 

이와 함께 씨티은행 노조는 지난달 27일 가진 규탄시위에서 이사회에 ‘전 직원 고용승계 및 근로조건 유지, 분리매각 및 자산매각(철수) 결사반대’라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씨티은행 측이 ‘통매각’을 최우선으로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산적한 변수 등을 고려할 때 출구전략 방법론이 ‘분리 매각’으로 선회할 수 있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씨티은행이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WM 사업 등에서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은행들이 비대면 사업을 강화하고 있고, 점포도 줄이고 있다”며 “노사합의가 원활하지 못한 점에서 통매각이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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