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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흥기 교수 |
경제학의 유명한 게임 이론 중 하나인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
범죄를 함께 저지른 두 명의 죄수가 각각 격리되어 있다. 만약 두 명의 죄수가 모두 묵비권을 행사한다면 둘 다 무죄로 방면되지만, 한 명이라도 자백을 하게 되면 자백한 죄수는 면죄가 되고 묵비권을 행사한 죄수는 2배의 형을 살게 될 때 죄수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둘 다 묵비권을 행사하면 경찰이 범죄사실을 밝혀낼 가능성은 거의 없는데 동료를 믿을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묵비권을 선택할 죄수는 아무도 없다. 죄수의 딜레마는 ‘내가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결정이 상대와의 상호 작용을 통해 최악을 가까스로 면한 차악의 결정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죄수의 딜레마’는 현실사회의 우리와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현실에서의 우리는 죄수가 아니며, 우리가 속한 곳도 감옥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도 비슷한 상황은 생각보다 쉽게 발견된다.
여럿이 모여 저녁식사를 하는데 각자 같은 비용을 나눠서(1/n) 계산하자는 제안이 나오면, 내 옆에 사람이 비싼 스테이크를 시킨 경우 나는 싸구려 파스타를 시킬 이유가 없다. 같은 가격을 지불했으나, 내가 얻는 효용은 상대보다 훨씬 작아지기 때문이다.
내가 손해 보지 않기 위한 선택인 비싼 스테이크가 결국 모든 사람의 저녁 식사가격의 상승이라는 차악의 결정을 낳았다.(여기서 최악은 나는 싸구려 파스타를 먹고 가격은 스테이크 값을 지불하는 경우이다.)
최근 우려되는 극단적 이기주의 사회적 현상은 이런 결정이 저녁식사에 한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손해 보지 않기 위한 결정들이 결과적으로 사회적 효용을 감소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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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는 구성원들이 모여서 형성된다. 이 사회에 ‘나 하나쯤이야’가 아니라 ‘나부터’, 그리고 ‘너 때문에’가 아니라 ‘당신 덕택에’ 라는 생각을 가지고 함께 더불어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사진은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대북전단 살포 관련 기자회견장 인근에서 진보연대 회원들이 대북 전단 살포 규탄 피켓을 들고 있자 자유북한운동연합 관계자들이 이를 제지하고 있다./뉴시스 |
내가 먼저주고 언젠가 보답 받게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면 주위에 베푸는 삶을 살게 된다. 그러나 내가 먼저 줬는데 아무런 보답도 돌아오지 않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이 사람은 먼저 주는 행동을 그만둘 확률이 높아진다. 내가 먼저 줘야 되는 상황이 온다면 주는 것을 최소화하고 상대가 나에게 먼저 줬다면 내가 돌려주는 것을 최대한 늦추게 된다.
이런 개인들이 모인 사회라면 서로 얕은 계산만 하게 된다. 점점 작게 주고 작게 받게 된다. 사회가 각박해지고 거래로 인한 사회적 효용이 발생하기 어려워진다.
모든 사람에게 최선인 선택을 이루려면 서로에 대한 신뢰(trust)를 회복할 필요가 있으며,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약속이 지켜질 때 서로에게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신뢰는 지속가능한 호혜적인 관계에서 발생하며, 호혜적인 관계란 서로 간에 이익이 발생하는 관계이다. 이익을 주고받는다는 의미이다.
태클(TACKLE)을 통한 플러스섬이 바로 이런 호혜적 관계를 의미한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이 있다. 지속가능한 호혜적 관계를 위해서는 내가 받기만 바라서는 안 된다. 심리학자 조지 호만스(George Homans)는 교환이론을 통해 '인간과 인간의 교제는 본질적으로 사회교환(Social Exchange)의 일환'이라고 설파했다.
‘죄수의 딜레마’를 피하고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상호 신뢰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 되어야 한다. 내가 상대를 믿어주고, 상대도 나를 믿어줘야 한다. 하루아침에 바뀌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기억하자. 나 자신은 사회 전체로 보았을 때 하나의 구성원에 불과하지만, 사회는 구성원들이 모여서 형성된다. 이 사회에 ‘나 하나쯤이야’가 아니라 ‘나부터’, 그리고 ‘너 때문에’가 아니라 ‘당신 덕택에’ 라는 생각을 가지고 함께 더불어 행복한 사회를 위한 위대한 태클(TACKLE=도전)을 하는 태클맨들이 많아질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변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김흥기 모스크바 국립대 초빙교수, 베스트셀러 '태클'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