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간) 양현종(텍사스 레인저스)은 뉴욕 양키스전에 선발 등판했다가 메이저리그 첫 패배를 기록했다. 양현종이 못 던져서가 아니었다. 5⅓이닝 2실점으로, 선발 투수로서 비교적 호투를 했다.

이 경기에서 텍사스는 0-2로 졌다. 단순한 패배가 아니었다. 양현종과 맞대결을 벌인 양키스 선발 코리 클루버에게 텍사스 타선이 노히트 노런(노히터)을 당했다. 클루버는 볼넷으로 딱 한 명의 주자만 내보내고 노히터 대기록을 작성했다.

   
▲ 코리 클루버가 노히터 게임을 달성하고 두 손을 번쩍 들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욕 양키스 SNS


이번 2021시즌 메이저리그에서는 유난히 노히터 게임이 많이 쏟아지고 있다. 클루버가 벌써 올 시즌 6번째 노히터를 기록한 투수가 됐다. 조 머스그로브(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카를로스 로돈(시카고 화이트삭스), 존 민스(볼티모어 오리올스), 웨이드 마일리(신시내티 레즈), 스펜서 턴블(디트로이트 타이거즈), 그리고 클루버가 연이어 노히터 게임 투수가 됐다.

매디슨 범가너(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기록한 7이닝 노히터까지 포함하면 무려 7번이다. 올 시즌 더블헤더는 7이닝으로 치러지는데, 범가너는 더블헤더 경기에서 노히터에 성공했으나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아직 시즌 개막 후 두 달도 안돼 한 시즌 최다 노히터(6번) 기록과 타이가 됐으니, 얼마나 노히터 게임이 풍년인지 알 수 있다.

노히터는 물론 투수가 잘 던져야 이룰 수 있는 꿈같은 기록이지만 호수비 도움이라든지,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향하는 등의 운도 따라야 한다. 많은 승수를 올리는 에이스급 투수가 아닌, 평범한 성적을 내는 투수들이 노히터 기록을 세우는 경우가 많다.

올 시즌 워낙 노히터 경기가 쏟아지다 보니, 미국 스포츠전문 매체 '스포팅뉴스'에서는 흥미로운 기사를 게재했다. 다음 노히터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은 투수를 예상해본 것이다.

스포팅뉴스는 8명의 투수를 노히터 우력 후보로 꼽았는데 여기에 '코리안 특급'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을 포함시켰다.

   
▲ 사진=토론토 블루제이스 SNS


이 매체는 지금까지 노히터를 달성한 투수들을 다각도로 분석해 어떤 유형의 투수가 가능성이 높은지를 따져봤다. 타자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 강속구를 구사하는 투수가 유리할 것 같지만 분석 결과는 예상과는 많이 달랐다.

노히터 투수들의 평균치를 볼 때 패스트볼은 좌우(수평)로 적어도 3인치 이상 무브먼트가 있어야 하고 슬라이더 및 커터의 구사 비율이 20% 이상, 포심 평균 구속은 94마일 이하이면서 구사율은 37% 이하, 땅볼 비율 40% 이상 등의 공통된 조건이 있다고 분석됐다.

대부분의 조건이 류현진의 투구 스타일과 흡사하다. 스포팅뉴스도 "34세 좌완 류현진은  상대 타선을 압도하는 데 있어 꼭 빠른 구속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완벽한 예"라면서 "포심 구속은 평균 89.5마일이지만 10.8인치의 수평 무브먼트를 보인다. 커터를 28.6% 활용하고, 48.5%의 비율로 땅볼을 유도한다"는 분석을 덧붙였다.

류현진은 이번 시즌 8번 등판해 4승 2패, 평균자책점 2.51로 토론토의 에이스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엉덩이 부상으로 잠시 고생하긴 했지만 최근 2경기 연속 7이닝을 던지며 각각 1실점, 무실점으로 막는 연속 호투를 펼치며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 중이다. 류현진이 다음 노히터의 주인공이 돼도 '이변'이라는 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다만, 혹시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노히터 대기록을 남기려면 완투할 수 있도록 투구수 관리는 좀더 잘 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146차례 메이저리그 등판(선발 145번)에서 류현진이 완투를 한 것은 데뷔 시즌이었던 2013년 2번과 2016년 1번 등 세 차례 뿐이었다. 그 가운데 두 번은 완봉승이었다. 노히터를 달성하려면 9이닝을 혼자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한편, 스포팅뉴스가 류현진 외에 노히터가 가능한 유력 후보로 꼽은 투수는 셰인 비버(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마에다 겐타(미네소타 트윈스), 조던 몽고메리(뉴욕 양키스), 마틴 페레즈(보스턴 레드삭스), 로건 웹, 알렉스 우드(이상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라이언 야브로(탬파베이 레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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