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해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먼저 한국전 참전용사 명예훈장 수여식에 참석해 혈맹 관계를 고취했다. 문 대통령은 ‘노 마스크’로 바이든 대통령과 참전용사 일가족의 기념촬영에도 함께하면서 신뢰와 우정을 다졌다.
이어 두 정상은 단독회담과 소인수 회담, 확대 정상회담까지 3시간여동안 주어진 현안에 대해 심도 있게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미 정상의 공동성명이 사전에 실무진 선에서 조율된 것을 감안할 때 두 정상은 첫 대면이지만 서로의 생각을 파악하기에 충분한 시간을 가진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 미일 정상회담을 진행하면서 햄버거 오찬을 했던 것과 달리 단독회담에서 해산물을 좋아하는 문 대통령의 식성을 감안해 메릴랜드 크랩케이크를 메인으로 하는 요리로 오찬도 가졌다. 식사 문화를 중시하는 한국의 대통령을 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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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문재인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오찬을 겸한 단독 정상회담 모습을 공개했다. 2021.5.22./사진=바이든 대통령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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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직후 두 정상이 발표한 공동성명 내용 중 대북정책 부분에선 그동안 문 대통령이 강조해온 ‘종전선언’이나 북한이 솔깃해 할 ‘대북제재 해제’와 같은 인센티브가 언급되지 않았다. 공동성명에서 제시된 앞으로 한미가 공조해나갈 대북정책의 핵심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유엔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 ‘북한에 대해 외교적 실용적 접근’이다. 실용적 접근 이외에 기존 정책과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면서 한미 정상은 북한에 대한 외교적 접근을 2018년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합의 등 기존의 남북 간, 북미 간 약속을 기초로 한다고 밝혔고,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 대화 및 협력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사인한 싱가포르 합의를 인정하는 것으로 대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특히 2018년 싱가포르 합의문을 조율했던 성김 인도네시아 주재 미국대사를 공동 기자회견 도중 대북정책특별대표로 깜짝 발표하면서 북한에 메시지를 던졌다.
하지만 그동안 지난 2019년 2월 2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적대시정책 철회’를 강조해왔고, 최근 외무성 발로 ‘자주권’ ‘생존권’ ‘발전권’을 언급한 북한을 움직이기에 충분하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강산관광 재개 및 개성공단 재가동에서 미국의 동의를 받지 못한 점에서 남북협력을 추진할 동력 확보에도 이르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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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소인수 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2021.5.22./사진=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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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바이든 정부는 이번에 북한이 원하는 것을 먼저 주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향후 북한이 태도를 바꿔 협상장에 나올 경우 문재인정부와 대북 조치를 조율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고 볼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묻는 질문을 받고 “오직 적절한 준비를 한 이후”라고 말해 완전히 문을 닫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에 바이든 정부는 지난 3월 미일 2+2 외교‧국방장관회의와 한미 2+2 외교‧국방장관회의를 할 때만 해도 고수했던 ‘북한 비핵화’란 말 대신 ‘한반도 비핵화’란 용어를 공동성명에 명시했다.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공동성명에서 언급했지만 기자회견에선 언급하지 않아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겠다는 인식도 드러냈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백악관에서 밝혀온 것과 공동성명에 명시된 대로 ‘실용적’인 대북정책을 실천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100일만에 대북정책 검토 완료를 발표한 이후 구체적인 정책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 전 백악관 관계자는 북한에 먼저 대북정책을 설명할 계획이라면서 대북 접촉을 했고, 북한에서 ‘잘 접수했다’는 반응을 받았다는 말도 전했다. 그리고 이달 초 북한은 ‘김정은 화보집’을 발간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진행한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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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소인수 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2021.5.22./사진=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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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번에 북한은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 담긴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지 않으면 안될 것으로 보인다. 공동성명에는 없지만 공동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미국의 대북 협상의 원칙은 실용적이고, 점진적이고, 단계적이고, 유연한 방식으로 접근해나가겠다는 원칙에 대해 인식을 함께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에 따라 바이든 정부도 ‘실용’에 더해 ‘유연성’을 갖고 북한이 원하는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비핵화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 및 공동성명에 대해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과 우정을 돈독히 한 점은 향후 우리의 자율성과 입지를 강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의 입장을 보다 경청하고, 반영할 가능성을 높힐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가장 주목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에 대북 적대시정책 완화, 제재 완화 등에 대한 공개적이고 전향적인 입장 제시는 없지만, 향후 북한의 태도변화에 따라 북미 간 실무접촉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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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국전쟁 명예 훈장 수여식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랠프 퍼켓 주니어 예비역 대령 가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5.22./사진=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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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다만 북한은 미국의 여전한 ‘선 비핵화, 후 보상’(제재 완화) 입장 견지, 미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과의 우호 관계를 고려한 새로운 대미관계 설정에 대한 고민, 군사적 측면에서의 한미동맹 강화 움직임 등에 대한 불편한 심기 등으로 여전히 신중히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번에 한미 공동성명에선 ‘미사일지침 종료’ 발표와 함께 ‘쿼드 등 지역 다자주의 중요성 인식’ ‘남중국해 항행‧상공비행의 자유 유지 약속’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안정 유지의 중요성 강조’를 언급하면서 “우리는 다원주의와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우리는 국내외에서 인권 및 법치를 증진할 의지를 공유했다”고 명시했다. 이는 사실상 중국에서 반발할 수 있는 것들로 공동성명에 ‘중국’이란 말만 명시되지 않았지 사실상 중국 견제를 위한 내용들에 합의를 이끌어낸 바이든 대통령의 노회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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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퍼스트 레이디' 질 바이든 여사와 인사하고 있다. 2021.5.22./사진=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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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미사일 주권’을 얻으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제시한 국제적 가치 규범, 기술보호, 신안보 이슈에 합의한 것이므로 민주적 가치를 지향하는 동맹국으로선 선택의 여지없이 ‘국익’을 우선시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아울러 한미 정상이 이번에 공동성명에 대북 접근법에서 완전히 일치되도록 조율해나가기로 합의하고 명시한 것도 한미 모두 ‘윈윈’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문 대통령은 그 결과 문 대통령은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구축’과 한국군 55만명에 백신 지원도 얻었다.
이번에 한미 정상은 ‘안보 동맹’을 넘어서 ‘경제 동맹’으로 미래를 향한 한미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청와대 관계자가 “한미동맹의 실질적인 협력 확대”라고 설명한 것처럼 공동성명엔 기후, 글로벌 보건, 5G 및 6G 기술과 반도체를 포함한 신흥기술, 공급망 회복력을 포함해 이주 및 개발, 인적교류에 있어서 새로운 유대 형성이 포함됐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바이오의약품, 차세대이동통신(6G) 등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협력이 강화되고, 제3국 원전시장 공동 진출과 함께 42년만에 한미 미사일지침의 완전한 종료는 한국의 항공우주산업의 발전 계기도 마련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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