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선택 방지 조항 포함시 당원 지지 기반 튼튼한 후보 유리
원외·청년 선관위원들 반발 "검증되지 않았고 실체도 없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국민의힘이 당 대표·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룰 결정 과정에서 ‘역선택 방지’ 문항 추가 여부를 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경쟁 정당 지지자의 전략투표를 막아야 한다는 논리 속에 역선택 방지 조항을 두는 쪽으로 무게가 쏠리고 있지만 상당 기간 논란이 예상된다.

역선택 방지 문항이란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등이 악의적 의도를 갖고 국민의힘에 불리한 후보를 일부러 선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를 말한다. 해당 문항을 추가하게 되면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만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하게 되므로 당원 지지 기반이 탄탄한 후보에게 유리한 방식이라는 게 통상적인 평가다.

국민의힘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4일 회의에서 일반 여론조사 범위를 두고 90분간 격론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당 선관위 공식 입장은 예비경선과 본경선 모두에 역선택 방지 장치를 두겠다는 것이다.

   
▲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오후 서울 국회 회의실에서 황우여 선거관리위원장 및 10명의 선거관리위원을 임명하고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했다./사진=국민의힘 제공

황우여 선관위원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완전히 우리 당이 아니고 특정 정당에 소속된 분들은 이번 (당 대표 선출) 여론조사에서는 삼가 달라고 하는 것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윤재옥 부위원장도 브리핑을 통해 "기본적으로 우리 정당을 지지하거나지지 정당이 없는 분들을 중심으로 여론조사를 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선관위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여론조사 비중을 50%로 상향 조정한 예비경선에서는 역선택 방지가 필요하더라도 이미 당원 비중이 70%에 달하는 본경선에서까지 그런 장치를 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은 특히 원외 인사이자 청년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김재섭·천하람 선관위원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당 쇄신과 중도 외연 확장을 위해 일반 국민의 민심을 온전히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천 위원은 기자들에게 “역선택 방지 문구를 넣자고 결정된 부분은 어디까지나 예비경선 단계다. 추후 계속 논의하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면서 "역선택 방지 조항이라는 게 전당대회에서 역사적으로 한 번도 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민의 대략 50%를 차지하는 다른 정당 지지자를 배제한다면 그게 과연 국민 여론조사라고 할 수 있는지, 그냥 당원 의사를 또 한 번 물어보는 것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다"고 설명했다.

천 위원은 "역선택이 검증되지도 않았고 실체도 없다"며 "괜히 (국민의힘에서) 퇴행적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없다"고 비판했다.

‘역선택 방지’를 두고 논란이 발생하면서 당내에서는 여론조사 응답자의 지지 정당을 묻는 게 아닌 당적을 확인하는 식의 절충안이 제기되고 있다. 지지 정당이 아닌 ‘특정 정당의 당원’을 확인하면 경쟁당 핵심 지지층을 걸러내고 폭넓은 여론도 반영할 수 있다는 취지다.

황 위원장이 기자들에게 "특정 정당에 소속된 분들은 (여론조사 참여에) 삼가 달라"고 표현한 것도 이런 절충안의 가능성을 암시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선관위 내에서 논란이 발생하면서 당 사무처는 일단 회의 결과에 대한 보도자료를 내지 않았다. 관계자는 “아직 선관위 내부에서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입장이 정리될 때까지 보류한 것”이라면서 오는 27일 회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국민의힘 선관위는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컷오프(예비경선)를 두기로 했다. 26일부터 이틀간 선거인단 50%와 여론조사 50%의 비율로 조사해 27일 5명의 본경선 진출자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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