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얼마 전 쿠팡發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폐지 논란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존치 근거로 언급한 ‘경제력집중’이 선진국의 ‘경제력집중’과는 다른 한국 특유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달 29일 공정위가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쿠팡 김범석 이사회 의장의 동일인 지정이 불발돼 형평성 논란이 일면서, 동일인 확인절차와 함께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 같은 날 역대 최대수의 대기업집단 지정을 감행한 공정위는 “시장의 지배를 방지하고 과도한 경제력의 집중을 억제하는 것은 우리 헌법과 공정거래법에 명시된 시대의 정신이고, 정책목표”라면서, 폐지 주장에 대해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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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1년도 대기업집단 지정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공정위 제공 |
그러면서 앞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서 촉구한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폐지’의 근거인 경제 개방화에 대해 “개방화로 인해 경제력집중이 완화되거나 지배구조 개선 및 사익편취, 일감몰아주기 등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므로, 여전히 유효한 제도”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선진국의 경우엔 경제력 집중이 ‘시장집중’의 문제를 뜻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의 경제력집중은 ‘일반집중’의 문제로 인식하는, 독특한 경향이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경제력집중이란 소유집중, 시장집중, 복합집중, 일반집중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대다수 선진국에서는 시장집중에 의한 경쟁제한과 소비자 피해를 최우선 문제로 여기는 데 반해, 한국은 특이하게도 일반집중 규제에 그 관심이 경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집중이란 특정 대기업(집단)군의 생산, 판매액 또는 고용총량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하며, 일반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특정 대기업군의 사업을 제한하면, 결과적으로 시장경쟁을 제한하고 소비자 후생을 저해하는 모순을 자초한다는 것이 한경연의 설명이다.
보고서는 경제력집중을 막겠다며 대기업집단의 출자형태 및 구조와 사업영역을 제한하는 각종규제는 선진국과 그 궤를 달리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실제로, 공정위 대규모기업집단 정보공개시스템 및 한국은행 기업경영 분석을 보면, 상위 30대 그룹의 매출이나 자산이 국내 기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조사·분석하고 있으며, 공정위는 이를 토대로 대기업집단을 지정하고 있다.
황인학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경제력 일반집중 규제는 바람직한 정책목표일 수 없다”면서 “일반집중에 대한 한국 특유의 시각과 그에 근거한 규제논리는 자원배분효율, 소비자 후생을 중시하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벗어나 있는 만큼,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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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5일 서울 강서구 LG 사이언스파크에서 개최된 '8개 대기업집단 단체급식 일감 개방 선포식'./사진=공정위 제공 |
김정숙 전북은행 기업금융부장은 “이미 사익편취 및 일감몰아주기 같은 악습은 다른 규제와 예전보다 성숙해진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어려워졌다”면서 “지배구조 역시 최근 기업들의 과제가 된 환경·사회·지배구조(ESG)경영으로 인해, 기업 스스로가 혁신을 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변화된 글로벌 무한경쟁 상황에서 1980~1990년대와 같은 논리로 정부의 규제가 이뤄진다면, 우리 기업만이 '핸디캡'을 받고 경기를 하게 되는 것과 같다”면서 “이는 국가와 국민 경제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성경제 기업집단정책과장는 “기업집단국에서는 일반집중도와 함께 소유집중도도 보고 있고, 시장집중도는 시장감시국에서 살피고 있다”면서 “역할이 나눠져있을 뿐,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분석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전경련의 경제 개방에 따른 제도 폐지 주장에 대해선 “그 주장을 받아들일 만큼 한국 경제가 일반집중도와 소유집중도 측면에서 개선됐다고 볼 수 있냐에 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면서 “아직 실체가 불투명한 ESG와 35년간 법을 집행해온 실체법 중에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 무엇이 우선돼야 하는 지는 명확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한편, 소유집중도는 얼마나 많은 지분으로 기업을 지배하느냐를 나타내는 것으로, 공정위는 적은 지분으로 과다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한 감시를 하고 있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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