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분조위 배상비율 60%대로 산정…기은 “절차따라 진행할 것”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IBK기업은행이 판매했다가 대규모 환매중단을 맞은 디스커버리 펀드 사태를 두고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60%대의 배상비율을 책정해 기은이 피해자에게 배상할 것을 권고했다. 

이번 배상비율 산정에 대해 피해자 측인 기은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금감원이 소비자보다 금융사의 입김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며 평가 절하했다. 기은 측은 “절차에 따라 향후 과정을 진행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 기은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24일 분조위를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계약취소 또는 100% 손해배상 요구를 관철시킬 것”이라고 강력 주장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분조위는 지난 24일 기은이 판매한 디스커버리 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 및 US핀테크부동산담보부채권펀드에 대해 사후 정산방식에 의한 손해배상을 결정했다. 사후정산 방식은 환매연기 사태로 손해가 확정되지 않은 사모펀드에 대해 판매사가 동의할 때 이뤄진다. 

분조위는 펀드 불완전판매 등에 따른 기본배상책임 비율로 글로벌채권펀드 50%, 부동산담보부채권펀드 45%를 각각 적용했으며, 분쟁 조정을 신청한 투자자 2명의 최종 배상비율은 각각 64% 60%로 책정했다. 

세부적으로 과거 분쟁조정 사례를 고려해 기본비율로 각각 30%, 본점 차원의 내부통제 부실 책임 등을 고려해 공통가산으로 각각 20% 15%를 산정했다. 여기에 고령투자자, 계약서류 부실 등 투자자별 가감조정으로 각각 14% 15%를 부가했다. 

분조위는 배상비율 결정에 대해 기은이 적합성원칙과 설명의무를 위반한 데 이어 △상품선정 및 판매 과정의 부실 △공동판매제도 관련 내부통제 미흡 등이 어우러져 대규모 고액 피해가 발생한 점을 고려해 손해배상책임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글로벌채권펀드에 가입한 A법인은 판매직원이 법인 투자자의 투자성향을 ‘공격투자형’으로 임의 작성하고, 가입서류의 자필기재 사항을 기재하지 않은 게 문제로 지적됐다. 

부동산담보부채권펀드에 가입한 일반투자자 A씨는 지점 내방 당시 판매직원이 고위험 상품(1등급)의 투자를 권유하면서 위험 관련 설명을 받지 못했다. A씨는 당초 채권형 저위험 상품(4등급)의 만기가 도래해 지점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쟁조정은 신청인과 기은이 조정안 접수 후 20일 이내 분조위 조정안을 수락하면 성립된다.

분조위는 나머지 피해자에 대해서도 이번 분조위의 배상기준에 따라 40~80%의 배상비율로 자율조정이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법인 피해자는 30~80% 수준으로, 투자자별로 적합성원칙 위반여부, 투자경험 등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하지만 공대위는 분조위의 이번 결정을 두고 “금융사의 책임을 사실상 면책시켜주는 결과다.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처음부터 검토할 의지가 없었다”며 기은과 장기전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공대위는 지난 24일 분조위를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계약취소 또는 100% 손해배상 요구를 관철시킬 것”이라고 강력 주장했다.

이의환 공대위 상황실장은 “과거 다른 펀드들과 동일한 기준으로 (배상을) 다룬 것 같다. 펀드별로 특성과 위험이 다른데 불완전판매 비율을 기계적 원칙으로 적용한 것 같다”며 “사모펀드 판매 전 단계에서 이미 사기적 부정거래와 불법으로 부실이 전면화 돼 있었으나, 판매과정에서 벌어진 영업현장의 일부 문제만으로 배상비율을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감원은 금융소비자 보호기능 보다 금융사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며 “정부는 금감원을 해체해 금융 감독기능과 금융소비자 보호기능을 별도로 분리해 금융피해자 보호기능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분쟁조정을 신청한 피해자 2명은 아직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기은 측은 이번 배상 결정에 대해 “분쟁조정위원회 결과에 따른 관련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고, 앞으로도 고객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조정절차가 원만하게 이루어질 경우 환매연기로 미상환된 761억원(45건‧269계좌)에 대한 피해구제가 일단락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나머지 판매사인 은행 2개, 증권사 9개에 대해서는 검사 진행상황 등을 고려해 이번 배상기준을 참고해 순차적으로 분쟁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21일 현재 디스커버리펀드 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총 96건이며, 기은 관련 신청 건수는 45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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