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미경 기자] 글로벌 게임회사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가로’ 변경하면 양사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엔씨소프트의 대주주인 넥슨이 지난해 10월 지분을 15.08%로 늘린 것을 두고 엔씨소프트의 경영권 확보에 이어 적대적 인수합병 가능성을 염두에 둔 지분 매입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 때문에 넥슨의 이번 조치를 두고 예정된 수순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 2012년 엔씨소프트의 지분을 인수한 후 ‘단순 투자자’로서 협업을 추진해 왔지만 이제는 ‘최대 투자자’로서 엔씨소프트의 경영 일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했다.

김정주 넥슨 대표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선후배 사이다. 김택진 대표가 85학번으로 김정주 대표(86학번)보다 한 학번 선배다.

게임계에는 김정주 대표가 1994년 넥슨을 창업하며 먼저 뛰어들었다. 넥슨은 1996년 ‘바람의 나라’를 PC통신에서 서비스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앞서 지난 27일 넥슨은 “지난 2년 반 동안 엔씨소프트와 공동 개발 등 다양한 협업을 시도했지만 기존 구조로는 급변하는 IT 업계의 변화 속도에 민첩하기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었다”며 “보다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협업을 하고자 지분 보유 목적을 변경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어려운 글로벌 게임 시장환경 속에서 양사가 도태되지 않고 상호 발전을 지속, 양사의 기업가치가 증가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투자자로서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며 “이를 위해 넥슨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엔씨소프트와 대화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는 넥슨의 이번 조치는 ‘단순 투자하겠다’는 약속을 스스로 저버리고 전체 게임시장에 대한 신뢰마저 무너뜨렸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넥슨의 일방적인 경영 참여 시도는 시너지가 아닌 엔씨소프트의 경쟁력 약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엔씨소프트의 주주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시킬 것이고, 더 나아가 한국 게임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해외 게임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만큼 양사의 결합으로 국내 게임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