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 시니어들의 문제가 다루어져야 마땅한 시점에 아버지 시대의 희생을 강조하는 ‘국제시장’의 등장은 반동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머리를 잘 썼어. 어른 세대가 공동의 반성이 없는 게 영화 '명량' 수준까지만 해도 괜찮아요. 근데 국제시장을 보면 아예 대놓고 '이 고생을 우리 후손이 아니고 우리가 해서 다행이다'라는 식이거든요. 정말 토가 나온다는 거예요. 정신 승리하는 사회라는 게."
- 영화평론가 허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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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자유경제원 회의실에서 열린 자유경제원 토론회 '국제시장, 우리도 할 말 있습니다'에서 최종부 경제진화연구회 부회장이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서독파트까지는 그럭저럭 봤는데 베트남, 이산가족찾기 파트는 불편하고 지겨웠습니다”
“생각할수록 빡치네, 돈 벌러 외국에 가는 가장이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죠. 하지만 영화만드는 사람은 다른 나라 전쟁터에 달러 벌러 가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어야 하잖아요”
- 영화평론가 듀나
“그냥 집에 나이 드신 분들 계시면 모시고 가세요. 좋아하실 겁니다. 내용이나 형식의 두 측면에서 모두 그 분들 취향에 맞춰져 있습니다.”
“도대체 영화를 어떻게 만들었길래...... 극우랑 종편이랑 일베가 풀발기를 하는 건지... 하여튼 우익 성감대를 자극하는 뭔가가 있긴 있나봅니다.”
“아버지 세대에게 찬사를 보낸 것이 아니라 실은 공치사를 보낸 겁니다. 그 세대가 한 고생을 아주 값싸게 영화적으로 한 번 더 착취해 먹었다고 해야하나...”
- 비평가 진중권
영화‘국제시장’에 대한 유명 평론가들의 비평이다.
흥남철수, 전후복구, 파독광부, 월남파병, 이산가족상봉까지. 산업화와 민주화가 공존한 치열했던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이야기. 사실 이 2줄로도 영화‘국제시장’의 설명은 끝이 난다.
조금의 한국형 신파가 가미되었을 뿐 아주 현실적으로 우리네들 할아버지세대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들어있는 영화지만 너무나도 시끄러웠다.
감독이 정치적 이념적 갈등을 배제하기 위해서 일부러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나 정치이야기를 뺐는데도 불구하고 저 정도 수준의 평론이 난무하며 지지를 받는 현실이다. 통탄스럽다.
어떻게 “더 이상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 시니어들의 문제가 다루어져야 마땅한 시점”이란 말이 나올 수 있으며 “영화 만드는 사람은 다른 나라 전쟁터에 달러 벌러 가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어야 하잖아요” 라는 말을 할 수 있는가.
시니어들은 그저 나라한번 잘살게 해보겠다고 우리가족 일으켜 세워보겠다고 죽어라 일한 잘못밖에는 없지 않는가. 여러 논쟁이 있을 수는 있어도 자유를 지키기 위해 파병을 하는 명분만큼은 흔들릴 수 없지 않은가.
대한민국 역사가 무조건적으로 빛나고 옳다는 것이 아니다. 잘잘못은 분명히 따지되 일제시대 - 6.25전쟁 - 산업화 시대 - 민주화 시대를 거친 번영의 역사만큼은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일에는 경중과 과오가 있을 수 있다. 나쁜 점과 어두운 점만을 관음증처럼 캐내며 조금의 흠집만 보이면 바로 소금을 뿌리려는 저들의 모습이 불쌍하기까지 하다.
가장 큰 문제점은 저들 몇 명에서 ‘불만의 역사관’이 끝나는 것이 아닌 점이다.
저들이 가지고 있는 불만 가득한 역사관이 그대로 평론에 적히게 되고 그 평론을 접한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불만의 역사관은 스며든다. 본인도 모르게 대한민국역사는 창피한 것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교육은 말할 것도 없고 대중문화가 그렇게 흘러가니 반(反)대한민국은 물론 반(反)기업정서까지 갖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논리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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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국제시장'. |
이 상태대로라면 사상적으로 아무리 훌륭한 문화컨텐츠가 시장에 나온다한들 그 작품은 이념의 놀이터가 될 것이 불 보듯 뻔하고 그 놀이터 골목대장 노릇을 하고 있는 저들에게 농락당할 것 또한 자명하다.
저들이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이 논쟁이고 모든 것이 쟁점이고 모든 것에 혈안이 되어 물고 뜯는 싸움판이라면 그것은 어찌 보면 선동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자유진영에서 조금 더 날카롭고 조금 더 유명하고 조금 더 재미있는 평론가가 등장해야 한다고 본다. 영화‘명량’이 성공을 거둔 것에 만족할 것이 아니다. 영화 ‘국제시장’이 성공을 거둔 것에만 만족할 것이 아니다.
모든 문화적 컨텐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중 자유문화 평론가’ 한사람이 시급하다. 제발 누군가는 성장하고 다듬어서 다수를 현혹할 수 있는 ‘대중 자유문화 평론가’가 되어주길 소망한다.
저들은 “평가에서 까지 국론통일이 이뤄지길” 바라는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사실 이것은 비판이 아니고 그들의 놀이터를 빼앗길 것에 대한 우려라고 생각한다. 그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대중성있는 ‘대중 자유문화 평론가’가 하루빨리 등장하길 바라본다. /최종부 경제진화연구회 부회장
(이 글은 자유경제원 주최 '국제시장, 우리도 할 말 있습니다' 토론회에서 최종부 경제진화연구회 부회장이 발표한 토론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