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행장실 앞에서 항의시위…6일 실사 저지 등 쟁의 예고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소비자금융 사업 매각을 앞둔 한국씨티은행 노사가 지난 3일 열린 정기이사회에서의 '단계적 철수' 발언으로, 내홍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 한국씨티은행 노조는 4일 행장실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였다. / 사진=금융노조 한국씨티은행지부 제공


노동조합은 이사회가 열리기 전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과의 면담에서 "어떤 결정이 나오는 건 절대 아니다"라는 확답을 들었지만, 결국 사측이 입장을 번복했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노조는 행장실 앞을 점거하는 한편 추후 실사 저지 등 쟁의를 예고했다.

4일 금융노조 한국씨티은행지부(노조)에 따르면, 전날 이사회가 개최되기 전인 오전 11시20분에 진창근 한국씨티 노조위원장은 유 행장과 면담을 가졌다. 

노조에 따르면, 유 행장은 이 자리에서 “오늘은 진행상황 보고만 드리고, 관련된 이사님들 질문이나 의견이 있으면 듣는 자리"라며 "어떤 결정이 나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사회가 마무리된 오후 6시17분에 밝힌 유 행장의 메시지는 노조에게 알린 내용과 결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노조는 유 행장의 메시지를 살펴보면 △5월 예비입찰 신청자를 대상으로 사업부문별 최종입찰 대상자 선정 △6월 상세 실사 진행 △7월 본입찰 및 사업부분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으로 세분화돼 있다고 밝혔다. 

사측이 매각할 수 있는 사업부문은 쪼개서 매각하고, 매각이 안되는 사업은 구조조정·자산매각·영업점 폐쇄 등 단계적 철수에 들어갈 거라는 게 노조의 시각이다. 

   
▲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은 3일 오후 6시17분에 임직원을 대상으로 정기이사회에서의 결과물을 알렸다. 내용은 유 행장의 메시지 일부다. / 사진=금융노조 한국씨티은행지부 제공


노조는 사측이 7월 중 사실상 최종 결론을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측은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3일 현재 복수의 금융회사가 인수의향서를 접수했으나, 전체 소비자금융 직원들의 고용 승계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면서도 "(이사회와 경영진이) 고객보호와 임직원들의 이익 보호를 최우선에 두고 있다. 불확실성의 장기화는 고객 및 직원 모두의 이익에 반한다"고 밝혔다. 

또 "열린 자세로 논의하되 '단계적 폐지' 방안을 실행하기 위한 준비 절차도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며 오는 7월께 출구전략 방향이 한층 가시화될 것이라고 시사했다.  

진 위원장은 “이번 발표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통매각을 해야 고객·직원·은행 모두 윈윈이다’는 노조와 금융당국, 국회, 노동계의 공통된 요구에 대해 은행 측에서 적극적인 검토조차 없이 거부한 것"이라며 "현재 소비자금융 관련 직원은 2500명인데, 부분 매각 후 단계적 폐지가 진행되면 2000명 이상의 실업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당장 카드 사업부문만 해도 근무 직원이 400명 내외인데, 고작 100명만 인수한다는 소문이 나오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유 행장의 메시지에 발끈한 노조는 이날 아침부터 행장실 앞을 점거하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부분 매각 발표에 대비한 투쟁 플랜을 즉각 가동할 것"이라며 "7일 2020년도 임단협에 대한 중앙노동위원회 최종 조정회의가 결렬되면 8일 규탄 집회를 개최하고, 쟁의행위 찬반투표도 예정(21일)보다 앞당겨 실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실사를 저지하고 나아가 입찰에 참가한 기업 대표자를 찾아가 입찰 철회를 강력하게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 2일 “직원의 고용승계 및 근로조건 유지를 담보한 전체 매각에 있어서는 협력할 것"이라면서도 "사측에서 부분 매각 또는 자산 매각(청산) 방식으로 진행한다면, 노조의 모든 역량을 집중시켜 대대적인 전면전에 나설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4일 13차 당 최고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금융노조 한국씨티은행지부 제공


한편 국회에서도 한국씨티은행의 노사갈등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열린 13차 당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에서 "금융당국인 금융위원회와 국회는 외국계 자본에 대한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며 "대규모 실업사태를 야기할 수 있는 씨티은행 소비자금융 부분매각이나 자산매각을 결코 인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시절 론스타 사태와 같은 외국계 자본의 먹튀 방치로 또다시 국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 국회는 물론 금융당국을 비롯한 범국가적인 차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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