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4일 발표하고 11일자로 단행되는 검찰 고위급 인사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 '친문'(친문재인계) 인사를 중시하겠다는 세간의 예상대로 나왔다.
김오수 검찰총장 취임 후 첫 검찰 인사로, 박범계 장관의 이번 인사에서는 41명의 승진과 전보가 알려졌다.
이성윤, 서울고검장으로 영전
가장 관심을 받아온 이성윤 지검장은 검찰 내 대표적 친문 인사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사건에서 수사 외압 의혹으로 기소된 이 지검장은 피고인 신분에도 불구하고 이번 인사에서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했다.
이 지검장은 전북 고창 출신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학과 후배다. 노무현정부에서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장으로 재직했고,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비서관을 직접 보좌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이뤄진 인사에서 이 지검장은 당시 검사장으로 승진했고, 2020년 1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 직후 이뤄진 검찰 인사에서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 임명되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지검장이 이번에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한 것은 문재인정권 수사 처리를 지연시킨 것에 대한 '보은 인사'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과 관련해 수사 처리를 뭉개며 검찰 외부에서 큰 반발을 산 것이다.
앞서 이 지검장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태와 맞물려 중앙지검 내 수많은 검사들의 반발을 샀고, 후배 검사들로부터 용퇴 촉구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당시 중앙지검 차장검사 전원이 이 지검장에게 사퇴를 요구할 정도다.
이 지검장의 승진 인사가 발표나자, 검찰 내에선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이 다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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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11일자로 단행될 검찰 인사에서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하게 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사진=대검찰청 제공 |
친문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이 지검장이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하면서 공석이 된 서울중앙지검장에는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이 임명됐다.
이정수 국장은 박범계 장관의 서울 남강고 후배다. 지난 2월 서울남부지검장에서 법무부 감찰국장으로 옮긴지 4개월 만에 검찰 최고의 요직을 꿰찼다.
이 국장은 이 지검장과 함께 대표적인 '친문' 인사로 꼽힌다. 문 대통령 취임 초반인 2017년 국가정보원으로 파견되어 적폐청산태스크포스에서 부장검사로 활동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단행한 인사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한 이 국장은 '윤 전 검찰총장 징계' 사태에서 총장 징계에 찬성하는 입장에 서기도 했다. 당시 법무부 요청에 따라 진술서를 제출하면서 부터다.
오는 11일 서울중앙지검장에 부임할 이 국장은 향후 '윤석열 전 총장 처가' 사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출국금지' 사건 등 정권 관련 수사를 총괄하게 됐다.
고검장급 6명 및 검사장급 10명 등 그외 인사는
법무부는 이와 아울러 오는 11일자로 대검검사급 검사 41명에 대한 신규 보임 및 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승진자는 고검장급 6명, 검사장급 10명이다.
고검장급 승진 인사는 사법연수원 23기부터 26기까지 이뤄졌고, 검사장급 승진은 27~29기에서 일어났다. 연수원 29기 중 4명은 '검찰의 꽃'이라 불리는 검사장을 처음으로 달았다.
여환섭 광주지검장, 권순범 부산지검장, 조재연 대구지검장, 조종태 대검 기조부장,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이번 인사에서 고검장으로 승진했다.
특히 수원고검장으로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김관정 동부지검장이 고검장으로 승진해 자리를 옮기게 됐다.
관심을 모았던 (윤 전 검찰총장 측근)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급)은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전보 조치됐다.
검찰총장 후보군에 포함됐지만 윤 전 검찰총장 사태에서 문재인 정권에 반기를 들었던 조남관 대검 차장은 법무연수원장으로 좌천됐다.
구본선 광주고검장 또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인사 발령이 나면서 좌천됐다.
대체적으로 검찰 내부에선 이번 인사에 대해 문재인 정권에 반기를 들었던 고검장, 지검장들에 대한 '모욕주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법무부는 이날 인사에 대해 "전면 순환을 원칙으로 조직 활력을 도모했다"며 "검찰 분위기 쇄신 및 안정적인 검찰 개혁 완수를 도모하기 위해 리더십, 능력, 전문성을 기준으로 유능한 인재를 발탁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했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