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KDB대우증권 매각이 가시화되면서 새로운 주인이 누가될지 관심이 모인다. 새로운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메머드급 증권사가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한국판 골드만삭스와 같은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을 유도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일 발표한 2015년도 업무계획에서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증권 지분 43%에 대한 매각공고를 올해 안에 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다만, 홍 회장이 “국내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장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정부와 협의를 거쳐 매각 시기 등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한 것을 고려할 때 아직 구체적인 매각 시기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현대증권 매각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적어도 2분기는 돼야 구체적인 매각 일정이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대 관심사는 누가 대우증권의 새 주인이 될 것이냐다. 업계에서는 대우증권 인수 후보로 우리투자증권 입찰에 참여했다 고배를 마신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등 금융그룹, 그리고 사모펀드(PEF)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금융위 업무계획이 대형 증권사 출연 기반을 마련키로 했다고 밝힌 것처럼 기존 보유 증권사와 합병을 꾀할 수 있는 금융지주사들이 유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는 KB지주다. KB투자증권은 전체 증권사 중 자산규모 20위권에 그치고 있는 중소형사다. LIG손해보험 인수와 함께 딸려온 LIG투자증권은 KB투자증권과 별다른 차별성이 없어 LIG그룹 오너에 되팔 것이라는 얘기마저 나온다. KB지주 입장에서는 그간 약세를 보여왔던 증권업에서의 위상을 단번에 키울 수 있는 기회다.

신한지주는 이미 대형 증권사인 신한금융투자를 소유하고 있어 대우증권 인수에 선뜻 나서기 힘든 상황이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내부에서 대우증권 인수와 관련해 검토한다는 얘기를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이 시급한 하나금융지주는 인수 후보로조차 거론되지 않고 있다. 하나지주는 자산규모 14조4000억원(이하 지난해 9월말 기준) 규모의 하나대투증권을 보유하고 있다.

매각 대상인 산업은행이 보유한 보통주 43%(1억4048만1383주)의 지분가치는 29일 대우증권 종가 1만100원 기준, 1조4200억원 가량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과 업계에서의 대우증권의 위상을 고려하면 매각가격이 최대 2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 자산규모 1위 증권사는 42조6000억원 규모의 NH투자증권이다. 만일 신한지주가 대우증권을 인수한다면 신한금융투자 26조9000억원과 대우증권 28조4000억원을 합해 단숨에 자산 55조원이 넘는 최대 규모의 증권사가 탄생하게 된다. 이는 초대형 IB 탄생을 원하고 있는 정부의 의도에 잘 맞는 시나리오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우리은행 인수에 나섰다 포기한 교보생명이 대우증권 인수에 나설 수도 있다고 점치고 있다. 저금리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돌파구 찾기에 고심 중인 교보생명이 대우증권 인수로 금융투자업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 교보증권의 자산규모는 6조7000억원 규모다.

한편, 대우증권은 1970년에 동양증권으로 설립돼 1973년에 대우실업에 인수됐다. 1983년 삼보증권과 합병하면서 대우증권으로 재탄생했다. 1999년 대우사태로 대우그룹이 공중분해되면서 2000년부터 채권단 일원이던 산업은행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민영화와 매각 추진, 보류 등을 오가다 올해 최종적으로 매각 방침이 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