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가 증권사의 잇따른 혹평에도 급등세를 나타내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30일 장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은 전거래일 대비 7.5% 급등한 3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전일 지난해 매출 8조9115억원, 영업이익 1618억원, 순이익 56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3년 대비 매출은 9.1% 감소했지만, 1조280억원에 달했던 영업손실은 흑자로 돌아섰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매출이 2조2907억원, 영업이익이 219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2013년 4분기 이후 5분기 연속 흑자기록을 이어갔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신규수주 7조원, 매출액 8조원의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혹평이 쏟아졌다. 신한금융투자는 30일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해 지난해 4분기 회사측 가이던스를 밑도는 실적을 기록했다며 투자의견 '중립'을 유지하고 목표가는 따로 제시하지 않았다. 사실상 '매도' 의견을 낸 것이다.
박상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정상화 시점은 우려 프로젝트가 완공되는 2016년 이후가 예상된다"며 "현재 충당금 범위 내에서 공사가 진행중이지만 추가 비용 반영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현대증권 역시 삼성엔지니어링의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유지했다. 김열매 현대증권 연구원은 "신규수주 목표 7조원 달성을 가정해도 2016년까지 매출액 감소가 불가피하다"면서 "저유가로 인해 낮아진 목표 달성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날 KDB대우증권도 삼성엔지니어링의 방향성이 아직은 불확실하다며 투자의견 ‘중립’을 유지했다. 목표주가는 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주가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급등세를 나타낸 것. 시장에서는 여러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먼저 언급되는 것은 지난해 무산됐던 삼성중공업과의 합병 재추진이다.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8년 만에 최저 실적을 기록한 만큼 실적 반등을 위해 다시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에 매출 12조8791억원, 영업이익 183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013년보다 13.2%, 영업이익은 80.0% 급감했다. 지난해 말 실시한 삼성그룹 인사에서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과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 모두 유임된 것도 조만간 다시 합병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른 이유로 지목되는 것은 공매도가 줄었다는 것. 삼성엔지어링의 주가는 공매도와 큰 연관성을 보여왔다. 평소 20%를 넘나들던 공매도 비율이 지난 28일 상한가를 기록했을 때는 0.5%로 줄었다.
일각에서는 증권사에서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놓고 저가매수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날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급등은 기관이 주도했다. 이날 기관은 84억원 규모를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20억원, 70억원 규모씩 팔아치웠다.
양대용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실적발표 전 건설사 실적에 대한 우려로 주가에 악재가 미리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며 "기관의 반발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