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열린 입장 협의 지속…한일관계 고려, 수용 가능 해결방안 논의"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일본 식민지 시대 당시 징용되어 일본기업에서 일했던 피해자들이 고용주였던 해당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낸 사건에 대해 7일 1심 법원이 '각하'하자, 정부는 "한일관계 등을 고려하면서 일본과 해결방안을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며 "정부로서는 앞으로도 사법 판결과 피해자 권리를 존중하고 한일관계 등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국자는 이어 "양국 정부와 모든 당사자가 수용 가능한 합리적 해결방안을 논의하는 데 대해 열린 입장으로 일본측과 관련 협의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양호 부장판사)는 이날 징용 근로자 및 유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16곳을 상대로 낸 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는 해당 사건이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해 본안을 심리하지 않겠다는 재판부 결정이다. 이번 각하 판결은 사실상 징용 피해자인 원고측이 패소한 판결과 동일한 결과로 해석된다.

다만 이번 판결은 앞서 대법원이 2018년 10월 선고한 전원합의체 판결과 배치된다.

   
▲ 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1심 선고 공판에서 '각하' 판결을 내린 서울중앙지방법원 전경. /사진=미디어펜

재판부는 이날 선고 공판에서 "이번 판결은 다른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인 2018년 10월 30일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소수 의견과 결론적으로 동일하다"며 "법원은 헌법기관으로서 헌법과 국가 그리고 주권자인 국민을 수호하기 위해 이같이 판결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이날 언급한 전원합의체 판결의 소수 의견은 당시 권순일·조재연 대법관이 낸 반대 의견이다.

권 대법관과 조 대법관은 당시 재상고심 판결에서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권이 제한되는 것으로 봐야 하므로, (일본 기업이 아닌) 대한민국이 피해자에 대해 정당하게 보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1심 판결에 대해 징용 피해자, 원고 측은 즉각 항소할 뜻을 밝혔다.

피해자측 소송대리인인 강길 변호사는 이날 판결 직후 취재진을 만나 "자세한 내용은 판결문을 봐야 하지만 오늘 판결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정반대로 배치되어 매우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강 변호사는 이어 "(배상) 청구권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는 논리적으로 심판 대상으로 적격이 있다는 것"이라며 "재판부가 양국 간 예민한 사안이라 다르게 판단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피해자들은 징용되어 임금도 받지 못한 부당한 상황"이라며 "최소한의 임금과 그에 해당하는 위자료는 배상이 되어야 하고 한일 관계도 그 같은 기초 위에서 다시 정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