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동아 문우회’ 작가 15인, 박완서 선생 4주기 추모 소설집 발간

   
 
여성동아 문우회는 잡지 '여성동아'에서 1968년부터 시작한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된 여성작가들의 모임이다. 1974년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를 계기로 사회의 부조리한 상황에 작은 목소리라도 내고자 결성된 ‘여성동아 문우회’는 40여 년간 박완서 선생을 비롯, 수많은 여성작가들이 참여해 꾸준히 동인 활동을 했고, 그 일환으로 동인지 성격인 소설집을 펴내왔다.

올해에는 특별히 박완서 선생의 4주기를 맞아 여성동아 문우회의 후배 작가들이 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신작 소설집 '저물녘의 황홀'을 펴냈다.

박완서 선생과 ‘여성동아 문우회’

여성작가로는 드물게 주인공의 사소하고 개인적인 감정이나 관념의 갈등 등에 천착하는 사소설에서 벗어나 개인과 사회의 부조리와 몰염치를 신랄하게 고발함으로써 사회성과 역사성을 획득했다고 평가받은 박완서 선생이 작고한 지 4년이 되었다.

1970년 여성동아 장편 소설 공모에서 당선된 박완서 선생은 당선 당시부터 작고하던 해까지 꾸준히 ‘여성동아 문우회’ 활동을 이끌어 왔고, 동인지인 소설집을 내는 데도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신작을 발표했다. 그 덕분에 ‘여성동아 문우회’ 소설집은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올해는 박완서 선생의 4주기를 맞아, ‘여성동아 문우회’ 후배 작가들이 그를 추모하기 위한 소설집 '저물녘의 황홀'을 펴냈는데,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펼쳐온 여성작가 15인의 개성 넘치는 작품들과 박완서 선생의 단편 '저물녘의 황홀'이 함께 실려 있다.

박완서 선생의 잘 알려지지 않은 단편도 수록

'저물녘의 황홀'에는 14인의 여성 소설가의 신작소설과 박완서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대표적인 작가와 작품을 일별하면, 손소희 문학상 ‧ 동리문학상 ‧ 가톨릭 문학상 등을 수상한 노순자 작가의 '웃음', 영화 '여자 정혜'의 원작자인 우애령 작가의 '장승포에서', 도시락 편지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조양희 작가의 '황금 반지', 드라마 '춤추는 가얏고'의 원작가인 박재희 작가의 '춘향' 등 여성작가 15인의 개성 있는 문체와 다양한 주제의 신작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제40회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된 장정옥 작가의 '제7일의 밤'은 사도세자가 뒤주 속에 갇혀 죽는 날 밤의 기록으로, 죽음에 직면한 사도세자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해 냈는데, 단편소설의 묘미라고 하고 할 수 있는 미학적 문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성동아 문우회’ 소설집에 그간 꾸준히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신작을 발표했지만, 작고 후 작품을 싣지 못했던 박완서 선생의 '저물녘의 황홀'이, 그의 딸 호원숙씨의 추천에 의해 이번 책에 특별히 실리게 되었다. 자식들이 모두 이민 떠나고 홀로 살아가는 60대 노인의 고독을 그린 이 작품은 사회 문제로 떠오른 노인 문제를 깊이 있는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노인의 고독, 죽음에 대한 갈망, 자식들에 대한 원망과 애정 등이 박완서 특유의 우아하고 세밀한 문체로 그려지고 있는데, 소설 말미에서 죽음에 대한 갈망을 삶의 희망으로 전환시키는 대반전은 거장의 힘을 느끼게 한다. 자칫 어듭고 칙칙하게 느껴질 수 있는 노인 문제를 곳곳에 풍자적 요소를 배치해 유쾌하게 끌고 가는 것도 이 소설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수록 작가 및 작품명

저물녘의 황홀--박완서
고장난 컴퓨터--오세아
제7일의 밤--장정옥
춘향--박재희
고장난 엄마 기계--김정희
우리 동네 금옥 씨--이근미
햇빛 환한 창--권혜수
장승포에서--우애령
낮은 울타리--한수경
만종--최순희
황금 반지--조양희
웃음--노순자
너무도 슬픈 당신--유춘강
런던의 파리 하우스--이경숙
엄마의 청춘--신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