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국내 인터넷 서비스 제공사업자(ISP)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 이용료를 두고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KT와 LG유플러스 등 동종업계는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망 이용료 지불 자체에는 공감하나 실제 행보에는 괴리가 있어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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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SK브로드밴드·KT·LG유플러스 로고./사진=각 사 제공 |
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망 이용료를 둘러싼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까지 벌이고 있다. 지난 4월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3차 변론이 열렸고 이달 25일 1심 선고가 나올 예정이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표면적 이유는 망 중립성 원칙에 기인한다. 넷플릭스 측 논리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가 망 이용료를 수취하는 것은 국제적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한편 SK브로드밴드는 일반 가입자들의 인터넷 이용 품질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넷플릭스 서비스로 인한 트래픽이 폭증해 전용 회선을 설치한 만큼 관련 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당연하며 망 중립성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주무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도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로부터 망 이용료를 받는 것에 대해 특정 트래픽에 대한 임의 개입하는 행위와는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방통위는 통신망을 이용해 이용자·콘텐츠 제공 사업자 등에게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 때 각 그룹에 대한 과금 여부나 수준은 사업자의 전략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해냈다.
방통위는 넷플릭스가 △망 중립성 원칙 위반 △이중 요금 부당 △네트워크 투자 유인 부족 △SK브로드밴드의 우월적 지위 등을 이유로 국제망 증설·망 이용대가 등을 협상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유권 해석을 내놨다.
넷플릭스는 사실상 캐시 서버라고 할 수 있는 오픈 커넥트(OCA)를 일본 도쿄로 연결한 것만으로도 의무를 다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같은 해외 사업자들은 국내 ISP들과 이용 계약을 체결해 비용을 내고 있다.
이와 같이 넷플릭스는 1·2차 변론에서는 중립성 위반을 거론해오다 3차 변론에서는 '인터넷 기본 원칙'이라는 단어를 등판시켰다. 관련 업계는 넷플릭스가 망 이용 대가를 SK브로드밴드에 내지 않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고 평가한다.
최근 들어서는 넷플릭스가 접속과 전송의 개념을 구분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SK브로드밴드가 요구하는 것은 전송료가 아닌 접속료라는 설명이다. 넷플릭스의 이와 같은 태도에 업계는 명목이 무엇이든 지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넷플릭스는 김앤장을, SK브로드밴드는 법무법인 세종을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해둔 상태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1심 재판부가 어떤 판결을 내릴지는 함부로 예단할 수 없다"면서도 "이번에 패소할 경우 유선에 기반한 초고속 인터넷 등 네트워크 생태계 붕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거래에 대가가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며 "당사와 넷플릭스 간 사적 계약인데 이를 파기하겠다는 것은 네트워크의 비극을 불러올 단초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KT와 LG유플러스는 SK브로드밴드가 처한 상황에 공감대를 갖고 있으면서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넷플릭스는 LG유플러스와 서비스 제공 계약을 맺을 당시 별도의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 반면 KT와 제휴할 때에는 망 이용료를 받을 수 있는 근거를 계약서에 포함했다. LG유플러스는 가입자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 중 일부를 넷플릭스와 나눠 가지나 KT 올레tv보다 매출 배분율이 떨어진다.
LG유플러스 입장에선 자존심이 상할 수 있고 KT는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같이 입장차가 확실한 만큼 SK브로드밴드-넷플릭스 간 소송에 KT와 LG유플러스가 쉬이 입장 표명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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