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청산or매각' 결정 관건
여전히 르노삼성보다 근로자 30% 더 많아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이 사측이 제시한 자구안을 가결하면서 앞으로 진행 예정인 새 주인 찾기에 초석을 다졌다.

하지만 이제 막 첫 관문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앞으로 쌍용차 노사가 넘을 고비는 더 험난하다. 자산을 추가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법원의 청산 또는 매각 결정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비슷한 규모의 다른 완성차 보다 더 많은 직원 규모가 걸림돌이다. 정부 압박에 해고 노동자 복직을 무리하게 추진한 탓이다. 최종 매각까지 '인적 구조조정' 요구가 끊임없이 이어질 수 있는 것도 앞으로의 행보에 노사 화합이 절실한 이유다.

   
▲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사진=쌍용차 제공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노조는 지난 7~8일 양일간 자구안 시행 여부를 놓고 진행한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3224명의 조합원이 참여해 52.1%에 해당하는 1681명 찬성으로 최종 가결됐다.

쌍용차 노사는 본격적으로 '2년 무급휴직' 세부 절차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먼저 '생산직 50%의 2년 무급휴직'은 근로자의 절반이 2년 동안 집에서 쉬는 게 아니다.

주간조(50%)가 7월에 근무하면 야간조(50%)는 이때 휴직한다. 거꾸로 8월에 야간조가 투입되면 7월에 근무한 주간조가 쉬는 형태다. 이런 시스템을 최대 2년까지 이어간다는 뜻이다.

근무(휴직) 기간을 두고 월 또는 분기 등을 결정해야 한다. 사무직 근로자는 30%가 무급휴직에 나선다. 2개월 근무하고 이후 1개월 무급휴직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번 자구안의 핵심인 '2년 무급휴직'으로 조합원의 절반 가까이가 반대했다는 점도 앞으로 노사간의 화합을 통해 풀어야 할 큰 숙제다. 

정일권 쌍용차 노조 위원장은 투표 결과 발표 후 "자구안은 지난 2009년 당사의 아픔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고심해 마련한 안이다"며 "노동조합은 고용을 안정시키고 회사가 미래로 나아가는 발판을 마련하는 데에 있어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

쌍용차 노조의 자구안 가결이 됐다고 해서 무조건 회생작업에 탄력을 받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앞으로의 고비다. 가결된 자구안을 회생법원에 제출한 뒤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 

현재 법원이 위임한 조사위원회가 쌍용차의 재무상태를 포함한 조사보고서를 작성 중이다. 마감 기한은 6월 말이다. 법원이 이를 근거로 쌍용차의 청산할 것인지 아님 매각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자구안이 가결됐어도 법원이 "존속보다 청산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쌍용차는 파산이다.

앞서 2009년에는 존속가치가 더 크다라는 판단으로 매각작업을 단행해 마힌드라라는 새로운 주인을 맞이했던 쌍용차였다. 

법원의 회생 결정이 나오면 매각 주간사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매각작업이 시작된다.

매각공고를 내고 인수의향서를 접수한다. 예비 후보를 대상으로 실사를 거쳐야 한다. 그렇게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데 아무리 빨라도 올 4분기까지 매각 과정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때까지 어떻게 운영자금을 확보하느냐도 관건이 될 수 있다.

일단 남은 자산을 더 팔아서 추가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 천안 물류센터를 포함한 전국 주요 사업장 4곳이 대상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일단 매각한 이후 유동자금을 빌려 쓰는 방안이 자구안에 포함했다.

최종 매각까지 끊임없이 제기될 '인적 구조조정'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쌍용차의 지난해 매출은 2조9000억원 수준, 근로자는 4800명에 달한다. 매출 3조4000억원을 낸 르노삼성 임직원은 지난해 기준 약 4000명. 지금은 희망퇴직을 거쳐 약 3500명까지 줄었다.

쌍용차 근로자가 르노삼성보다 약 1300명이나 많은 셈이다. 2년 무급휴직이 끝나면 다시금 인건비 부담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정년퇴직 등을 포함한 자연감소 인원(2019년→134명, 2020년→137명)은 연평균 130명에 불과하다.

이 과정에서 신차 출시도 해야 한다. 상반기 중 출시예정이던 첫 순수 전기차다. 하지만 아직 확실한 일정이 나오지 않았다. 코란도와 렉스턴 사이를 메워줄 중형 SUV 신차(J100)와 티볼리 후속 역시 출시할 계획이었지만 현재로서는 장담하기 힘들어졌다. 

정용원 쌍용차 관리인은 "이번 자구안은 회사가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생존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는 것"이라며 "자구안이 포함된 회생 계획안을 토대로 인수·합병을 조기에 성사시켜 쌍용차의 장기적인 생존 토대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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