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이해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 제공…상장계획은 미정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비바리퍼블리카의 모바일 금융플랫폼 토스의 은행부문인 토스뱅크가 9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정식 사업인가를 받았다. 

토스뱅크는 고객 중심의 모바일 뱅킹을 제공하는 ‘서비스업체’로서 금융 소비자를 대거 끌어 모으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기존 공급자 중심의 시중은행 서비스를 따르면서 금융이 어려웠던 소비자들을 위해 쉽고 직관적인 서비스로 금융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의 소회를 밝히고,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토스뱅크 제공


토스뱅크는 이날 오후 3시에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제3 인터넷은행 설립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이 회사 홍민택 대표는 “은행으로서 어떤 것을 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보다, 고객 중심 관점에서 고객이 어떤 걸 불편해하고 어떤 걸 개선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던졌다”며 지난 2년여 기간 동안의 준비과정을 설명했다. 

홍 대표는 이날 토스뱅크가 은행보다 '서비스업체'라는 점을 강조하며, 기존 플레이어들이 추구하던 공급자적 마인드에서 벗어나겠다고 다짐했다. 소비자가 상품을 이해하고 가입하는 데 소요되는 모든 과정을 단순화해 금융시장에 대한 접근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토스뱅크는 1금융권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중‧저신용자에게 더 많은 대출기회를 제공할 방침이다. 토스뱅크는 2금융권으로 몰리는 약 1300만명의 금융소외계층을 포용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와 함께 고신용자, 금융이력부족자, 중소기업·소상공인, 국내 거주 외국인 등 다양한 잠재적 소비자를 고객으로 포용할 계획이다. 

또 대출이력이 없어 시중은행으로부터 대출 기회를 누리지 못하는 소비자도 포용할 것임을 강조했다. 홍 대표는 “대출을 받아본 적이 없어 (은행이) 대출을 줄 수 없다는 구조적 모순을 피하기 위해 (소비자가) 대출이력이 없어도 제1금융권에서 가장 페어(공정)하고 경쟁력있는 가격으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라고 말했다. 

토스뱅크는 중‧저신용자를 위한 안정적인 대출을 집행하기 위해 새로운 신용평가모형(CSS)도 구축했다. 기존 토스가 고객 동의에 따라 확보한 수백만의 금융‧비금융 고객 데이터와 기존 신용평가사(CB사)의 데이터를 결합해 안정적인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입장이다. 이를 바탕으로 출범 직후부터 전체 신용대출 규모의 30% 이상을 금융소외계층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 발표자료에 따르면, 토스뱅크는 남은 하반기동안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을 30% 이상으로 설정하고, 이듬해 42%, 2023년에 44%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토스뱅크가 금융당국에 밝힌 올해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예상액은 1636억원으로, 가계신용대출 예상액 4693억원의 34.9%에 달한다. 
  
또 소비자가 가장 합리적인 가격과 혜택으로 금융상품에 가입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들의 상품이 동질적(同質的)인 탓에 차별성이 없는 데다, 소비자가 금융상품의 복잡한 특성을 이해하는 데 애로가 있다는 지적이다. 토스뱅크는 기존 금융권이 가진 이러한 문제점이 신생업체로서 큰 사업기회가 될 거로 보고 있다.

또 카드서비스의 경우 한 장의 카드로도 다른 카드와 비교할 필요 없이 다양한 혜택들을 부여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 외에도 토스 플랫폼의 계열사인 토스증권‧토스페이먼츠‧토스인슈어런스와의 제휴로 시너지를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발표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건 ‘원플랫폼’ 선언이다. 토스뱅크를 위한 별도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지 않아도 기존 토스앱에서 은행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토스뱅크에 따르면 토스는 현재 가입자수 2000만명을 돌파했고,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월 1회 이상 접속하는 사용자가 1100만명에 이른다. 단일 모바일앱에 고객을 묶어둬야 고객들이 별도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은행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그동안 고객들이 공급자 중심의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겪은 문제점과 불만을 토스만의 고객중심 DNA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표적으로 기성 금융권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은행‧결제내역‧카드‧보험·증권 등 수십여개로 분산돼 디지털금융 구현이 요원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토스뱅크 측은 토스앱이 지난 6년 동안 안정적인 보안시스템과 트래픽을 구축한 만큼 원플랫폼을 구현하는 게 어렵지 않을 거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홍 대표는 “토스라는 브랜드를 공유하면서 토스라는 앱과 별개로 (토스뱅크 앱을) 출시했을 때 사용자가 편리하게 느낄 지 많이 논의했다”면서도 “별도 앱을 구축하려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개발팀을 셋업하고, 인프라보안을 중복 투자해야 하는데 (원플랫폼을 결정하면서) 이런 걸 많이 세이브할(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토스뱅크 측은 기존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이나 시중은행과의 차별화는 특별히 없다고 밝혔다. 다만 전 국민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만큼 1금융권에서 소외되는 소비자에게 더 좋은 한도와 금리를 제공해 이들을 포용하는 서비스를 펼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 고객들이 금융에 대해 고민하지 않도록 최대한 편리성을 추구하겠다고 전했다. 

   
▲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의 소회를 밝히고,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토스뱅크 제공


홍 대표는 “고객 관점에서 가장 좋은 서비스로 선택받는 게 저희의 목표다”라며 기존 플레이어들의 서비스는 마땅히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토스뱅크 측은 연내 자본금 확충계획에 대해서는 향후 5년간 1조원을 추가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상장계획은 아직 없다고 전했다. 출범 첫 해인 만큼 당분간 시장 진입 후 안정화를 꾀하고 대고객 홍보에 힘쓰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홍 대표는 “포용과 혁신의 은행을 표방하는 만큼 중·저신용자를 포함해, 더 많은 사람들이 1금융권의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고객들이 은행을 떠올렸을 때, ‘토스뱅크’가 가장 먼저 떠오를 수 있도록 고객 중심의 은행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토스는 이날 토스뱅크의 본인가 획득으로, 증권업에 이어 은행업까지 진출해 혁신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토스의 모기업인 비바리퍼블리카는 토스뱅크의 지분 34%를 보유하고 있다. 

토스뱅크 주요 주주는 비바리퍼블리카, 하나은행, 한화투자증권, 이랜드월드, 중소기업중앙회, SC제일은행, 웰컴저축은행 등 11개사이며, 임직원수는 출범시 180명으로 꾸려질 전망이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