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현희’ 권익위 대신 ‘최재형’ 감사원에 전수조사 요청
민주, “최재형, 야당 대선주자 거론” 공세…국힘 내 권익위 목소리
[미디어펜=조성완 기자]국민의힘이 소속 의원 102명 전원에 대한 부동산 투기 여부 전수조사를 감사원에 의뢰했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감사원이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음에도 굳이 찾아간 것을 두고 당내에서조차 비판적인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가권익위원회의 전수조사 의뢰를 거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출신인 전현희 권익위원장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직무감찰을 해달란게 아니라 조사를 의뢰한 것이며, 법적 시비와 관계없이 감사원이 전문성을 발휘해 조사해달라는 차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9일 감사원에 전수조사 요청서를 제출한 뒤 기자들과 만나 "어느 곳보다 정치적으로 독립성, 중립성, 전문성이 확보돼 있는 기관이 감사원인 만큼 직무 감찰이 아닌 국회의원들 부동산 거래에 대해 철저히 조사를 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국민의힘 제공

‘감사원이 거부할 경우 권익위에 의뢰할 수도 있나’라는 질문에는 “감사원의 가부 입장이 있을거다. 그 판단을 기다리고 그 이후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곳을 검토해 후속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국민의힘이 감사원의 거부에도 요청을 강행한 것은 자칫하면 ‘쇄신 주도권’을 민주당에게 넘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동산 투기 의혹 사건을 계기로 청와대와 민주당 등 여권을 향해 ‘부동산 투기 내로남불’이라고 공격해왔다. 그런데 민주당이 부동산 투기 의혹에 연루된 소속 의원 12명 전원에 대해 ‘탈당 권유’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상황이 뒤바꼈다.

당내 한 의원은 “민주당이 예상 외의 강수를 뒀다. 우리에게도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탈당 권유’가 최소한의 조치가 되어 버렸다”면서 “야 5당도 전수조라를 의뢰한 상황에서 시간은 더 이상 우리 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재형 감사원장도 감사원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권익위를 제외한 상황에서 검찰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의뢰하는 것보다는 야권의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최 원장이 이끄는 감사원이 낫다는 것이다.

   
▲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국민의힘이 의원들의 부동산 전수조사를 감사원에 의뢰한다는 것과 관련 법적으로 국회의원은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라는 감사원 통보서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를 두고 당장 민주당은 문제를 제기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 원장은 야당에서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최 원장이 믿음직해서 감사원 조사를 이야기했다면 차라리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조사받겠다고 이야기 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꼬집었다.

이에 국민의힘은 “그렇계 이야기하면 대한민국에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은 아무데도 없다(추경호)”고 반박했지만,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노골적으로 시간끌기를 하겠다는 의도(이용빈 민주당 대변인)”라는 비판만 더해졌다.

국민의힘이 부동산 전수조사를 회피하는 듯한 모습에 비판이 커지자 당내에서는 권익위에 조사를 맡기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조경태 당 대표 후보는 지난 9일 기자회견을 갖고 “감사원이든 권익위든 어느 기관에 조사를 맡기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감사원 감사가 현행법에서 가능하지 않다면, 권익위에라도 조사를 의뢰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현희) 권익위원장이 민주당 국회의원 출신이기 때문에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사명감이 높은 권익위 공무원을 믿고 맡겨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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