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제안 나오자 부산시, 부랴부랴 국장급 회동 제안
뒤늦은 구애 후 부산시장 명의로 이전 비난 입장문 발표도
지역지 동원한 화전양면 전술 구사…지자체 체면도 구겨
다른 구단도 부산시에 불만…더 떠나기 전에 지원책 구상해야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가수 오승근의 공전의 히트곡 '있을 때 잘해'의 가사 중 일부다. 평소 소홀히 하던 이가 막상 떠날 때 되면 아쉬워 하지 말고 평소에 대우를 잘 해주라는 뜻이다.

   
▲ 미디어펜 산업부 박규빈 기자
최근 KT는 훈련장과 경기장을 같은 지역에 둬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한국농구협회(KBL)의 '연고지 정착제' 규정에 따라 자사 농구단 KT 소닉붐을 경기도 수원시로 이전키로 결정했다. 이는 표면상의 이유이고, 그동안 KT 농구단은 수년간 부산시 당국에 경기장 대관료 감면을 비롯한 각종 지원 요청을 해왔으나 요구가 묵살됐기 때문이다.

KT 소닉붐 구장은 노후화 됐음에도 전국에서 가장 높은 대관료를 자랑한다. 이에 KT 측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본격적으로 부산시와의 공식 미팅을 하고자 실무선이 아닌 좀 더 책임있는 국장급 이상과의 자리를 요청했으나 부산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 가운데 마침 수원시는 KT 소닉붐에 서수원칠보체육관을 좋은 조건애 사용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제안했고, 고심 끝에 KT 소닉붐은 이전 결정을 내렸다. 이같은 상황이 5월 말 부산 지역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부산시는 지난 4일 부랴부랴 국장급 회동을 제안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탓인지 시는 훈련장 신설 시 국비 일부 지원 또는 타 체육관 실내 경기장을 훈련 장소로 제공하겠다고 뒤늦게 구애에 나섰지만 이미 버스는 떠난 상태였다.

이후 부산시장을 포함한 고위 관계자들은 최근 KT와 KBL에 회유책을 쓰고 있으며, 부산시는 시장 명의로 KT 소닉붐을 비난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사실상 이는 헤어지고자 하는 연인을 다방면으로 괴롭히고 협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지방자치단체가 자기 반성을 해도 모자랄 판에 떠나는 구단에 불만을 쏟아내는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부산시가 지역지들과 공모해 대규모 비난성 기사도 준비 중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 KT 소닉붐·부산광역시 로고./사진=각 기관


KT 소닉붐 뿐만이 아니다. 대놓고 이야기하지 못하지만 롯데자이언츠나 부산아이파크 구단들도 내심 부산시 당국 행정에 대해 불만이 상당하다. 부산시는 프로 스포츠 구단들의 어려움을 알면서도 애써 외면해오기 바빴다. 선거 때마다 야구장 신축 등의 공약이 있었지만 전혀 지키지 않았고 사직 야구장이나 농구장 개보수 요청에 대해서도 비협조적이었다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제기돼 왔다.

도리어 부산시는 지난해 부산시의회 요청에 따른 '사직 야구장 관리위탁 원가계산 조정 검토'로 조정 전 19억4000만원이던 연간 구장 사용료를 33억7000만원으로 1.737배 인상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롯데 구단은 전국에서 가장 후진 야구장을 가장 비싼 돈을 주고 사용하는 불합리함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프로 구단의 입장에서는 지자체와의 협력은 필수불가결하다. 일부 지자체는 모범적으로 운영하나 KT 농구단 이전 사태에서도 보듯 부산시는 대부분 실무자 선에서 치워버리고 말았다.

강원도 원주시-원주 DB프로미, 경상남도 창원시-창원 LG 셰이커스 등 지자체-농구단 간 협력 사례는 좋은 본보기다. 미국 메이저리그도 구단 운영이 어려워지면 시가 적극 나서 경기장을 지어주고 지역 주민들의 스포츠 관람에 큰 역할을 한다.

프로 스포츠의 생존은 구단-지자체-시민·팬으로의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지 않으면 지속하기 어렵다. 스포츠 구단은 운영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비수익체인만큼 돈 먹는 하마이나 사회적 공헌 차원에서 유지한다. 연간 수억~수십억원씩 적자를 내고 있어 구단 자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때문에 대기업들도 더 이상 프로 스포츠 구단을 사회 공헌으로 여기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역력하다. SK그룹이 이마트에 프로야구단을 매각한 것이 비근한 예시다.

프로 스포츠 구단은 지역 경제에도 좋은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부산시의 사례를 보면 이치에 맞지 않는 행동을 보인다. 구단을 도와줄 자신이나 여력이 없다면 놔줘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부산시는 다른 구단들도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기 전에 프로 스포츠 구단의 발전 방향에 대해 좀 더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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