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여야를 통틀어 대권주자 톱으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급하게 칼날을 들이대 주목받고 있다.
공수처가 수사에 들어간 윤석열 전 총장의 구체적 혐의는, 옵티머스 사건에 대한 불기소 판단과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모해위증교사 사건 수사 방해 의혹 관련.
공수처가 윤 전 총장 수사에 착수하면서 적용한 건 직권남용 혐의인데, 그 배경과 타이밍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우선 수사에 대한 낙관론, 불가피론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10일 YTN 방송에 출연해 "이미 법무부의 징계 의결 단계에서도 상당한 증거로 입증됐다"며 "그 증거가 그대로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공수처 내부적으로는 윤 전 총장이 공식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 '선거를 앞두고 영향을 미칠 만한 사건을 해서 중립성 논란을 자초하는 일은 피할 것'이라는 김진욱 공수처장의 공언대로 수사 착수가 힘들다는 맹점이 꼽힌다.
각종 대선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이 여야 주자를 합쳐 대부분 수위에 꼽히기 때문에, 수사 시점을 미룰수록 사실상 손댈 수 없다는 지적이다.
또다른 시각은 공수처의 윤 전 총장 수사에 대한 비관론이다.
공수처가 특정 의도에 따라 윤 전 총장 수사 착수 시점을 정해 한계가 역력하다는 것인데, 윤 전 총장 측은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한 두 사건 모두 검찰 수사 및 법무부 징계위 판단을 통해 무혐의로 결론난 사안이라면서 "밝힐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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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사진 좌측)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사진=(좌)공수처, (우)미디어펜 |
법조계 상당수도 이러한 분석에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러차례 검증을 거친 사건들이라 공수처가 뒤집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형적인 정치 사건이라 공수처가 혐의를 규명하더라도 정치공방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직 부장검사는 11일 본보 취재에 "옵티머스 펀드 사기사건 수사를 부실하게 결론내렸다는 주장과 한명숙 전 총리에게 불리한 증언을 교사한 검사들을 봐줬다는 의혹"이라며 "이 모두 사실무근, 무혐의로 결론난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추미애 법무장관 측근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현 서울고검장) 산하 인권감독관실에서 조사를 그토록 했지만 결론은 무혐의로 났다"며 "검사가 위증을 강요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바꿔 말하면 당시 재소자들의 거짓말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추 전 장관이 대검에 재감찰을 지휘했지만 역시 무혐의로 결론났고, 윤 전 총장 자진사퇴 후 추 전 장관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박범계 법무장관이 재차 지휘권을 발동해 조남관 총장대행에게 사건을 검토해보라고 했다"며 "당시 총장대행이 추 전 장관 측근 대검부장, 고검장들과 함께 표결에 붙인 결과 14명 중 10명이 무혐의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윤 전 총장이 직권남용 혐의로 연루되었다는 또다른 사건인 옵티머스 사기 사건의 경우, 고발 당시인 2018년 10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수사를 부실하게 했다는 책임이 있다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당시 사건을 잘 아는 또다른 현직검사는 본보 취재에 "옵티머스펀드를 중앙지검에 고발했던 전파진흥원 자체조사에서 문제가 없었다"며 "금융감독원 조사에서도 문제 없었다는 결론이라 무혐의 처리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당시 무혐의 처리된 옵티머스 사건은 중앙지검장 보고대상도 아니었다"며 "옵티머스 사기 사건 주역인 이혁진은 '전파진흥원이 현 옵티머스 사주(김재현)을 고발하게 해달라'고 여당 실세에게 부탁했다는 얘기도 있었다"고 전했다.
윤 전 총장에 대한 공수처 수사가 오히려 윤 전 총장 입지를 강화시켜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실제로 추 전 장관이 지휘권 행사 등을 통해 검찰의 정당한 수사를 막고 검찰총장 징계 사태까지 벌어지자 유력한 대권 주자로 올라선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직 부장판사는 본보 취재에 "신생 조직 공수처는 국민들로부터 신임을 얻거나 적극적인 지지를 받는게 아니라, 현 문재인 정권 하에서 탄생했기에 친정권 수사기관으로 비추어지는게 사실"이라며 "야권 유력 후보를 정치적으로 죽이기 위한 의도로 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한다면 판단 착오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미 윤 전 총장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권이 직무 배제 및 징계 사태를 일으키면서 정권의 탄압을 이겨낸 인물이라는 이미지가 크다"며 "추 전 장관에 이어 김진욱 공수처장이 '탄압 받는 윤석열' 이미지를 키워준다는 시각이 나온다"고 전했다.
공수처는 현재 공수처 검사 13명으로 이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 만만치 않은 사건 수사에 돌입해 인력난이 현실화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당장 윤 전 총장 사건 수사에 속도 내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공수처 검사 13명 중 6명은 오는 25일까지 연수를 받는다. 13명 중 검찰 출신으로 수사 경험이 있는 검사는 4명에 불과하다.
조희연 교육감 특채 의혹에 이어 이규원 검사의 '허위 작성' 사건, 이성윤 고검장의 검찰 내 공소장 유출 사건도 수사 중인 공수처로선 물리적 한계에 부딪힐만 하다.
윤 전 총장을 더 키워줄 것인가 아니면 사건을 캐비닛에 묻고 장고에 들어갈 것인가, 김 처장의 향후 판단과 선택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