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우 기자] “무슨 말이든 찰떡같이 알아듣는 센스만점 ‘서윗한’입니다.”
서윗한 대리는 지난 1일 롯데제과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비자에게 처음 인사했다. 서울 강서구 양평동 롯데제과 본사에서 직접 만날 수는 없지만, 온라인상에서 만큼은 누구보다 열심히 제품 홍보를 도맡아 하는 직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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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윗한 롯데제과 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 대리는 지난 6월1일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홍보 활동 시작을 알렸다./사진=롯데제과 인스타그램 |
11일 식품업계에서는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인물들이 등장해 활약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저마다의 세계관을 구축해 젊은 소비자를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롯데제과 서윗한 대리는 스윗하다의 사투리 발음인 ‘서윗하다’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유행하는 것에 착안해 나온 이름이다. 서 대리는 롯데제과 ‘찰떡 아이스’로 면접에 합격한 배경을 풀겠다거나, 본사 직원 서 대리가 선택한 제품 등의 게시물로 소비자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같은 세계관은 제2의 자아와 같은 ‘부캐’와는 개념이 다르다. 예를 들어 국내 첫 세계관 아이돌인 엑소는 멤버가 저마다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설정을 내세워 데뷔했다. 이 세계관은 팬들로 하여금 실존 인물과 만들어진 캐릭터 간 감정이입을 부추기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 주인공을 실존 인물처럼 느끼게 되는 과몰입 현상도 세계관에서 나온다.
식품업계의 경우 세계관 콘셉트를 통해 소비자가 브랜드에 더 몰입하고,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롯데제과는 입사 3년차, 사원 티를 갓 벗고 실무를 뛰기 시작한 ‘대리’라는 직급을 서윗한에게 부여했다. 서윗한 대리의 소속 부서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팀이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사원과 과장 중간인 대리가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쉽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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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코송이 오리온 영업팀 최강동안 과장 명함(왼쪽)과 초코송이 과장이 서울 용산구 본사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는 모습(오른쪽)/사진=오리온 인스타그램 |
오리온 세계관에서는 ‘초코송이 과장님’이 존재한다. 초코송이는 1984년 첫 선보인 제품으로, 38세에 해당한다. 실제로 회사에서 과장 직급을 달 만한 나이다. 오리온은 초코송이 과장을 영업팀으로 발령내고, 대신 ‘최강동안’이란 수식어를 붙여줬다.
지난 3월 오리온은 그동안 상의만 입고 있던 초코송이 캐릭터에 ‘바지’를 입히는 파격시도를 했다. 이후 3개월 만인 지난 9일 초코송이 오리온 영업팀 과장의 명함이 나왔다. 바지 입히기는 회사원으로 입사시키기 위한 절차였던 셈이다.
초코송이 과장의 부서를 마케팅이나 홍보가 아닌 ‘영업’으로 배정한 데도 이유가 있다. 보통 회사에서 영업팀은 실질적인 제품 판매를 주도하는 역할을 한다.
올해 들어 오리온은 스테디셀러 제품인 초코송이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초코송이에서 초콜릿 모자 부분만 뗀 ‘송이모자’, 화이트 초콜릿으로 바꾼 ‘하양 송이’ 등을 연달아 출시했다. 초코송이 과장에게 제품을 잘 팔아보라는 미션을 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오리온 관계자는 “초코송이는 오리온 장수제품이자 대표적인 '펀' 콘셉트 과자로, SNS 소통에 익숙한 1020세대가 주 소비층”이라며 “MZ세대들이 즐기는 제품인 것을 고려해 '최강 동안 과장'으로 직급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식품업계 세계관 마케팅의 시초는 빙그레왕국 ‘빙그레우스’다. 빙그레 대표 제품들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꾸민 빙그레우스는 왕국을 물려받기 위해 온라인에서 소비자와 소통하는 캐릭터다.
[미디어펜=이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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