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자회사 편입보다 주식 매도 무게…매도 방식 미정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14일 산은이 보유한 3000억원 규모의 HMM 전환사채(CB)에 대해 "당연히 (주식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공식 밝혔다.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 사진=산업은행 제공


이 회장이 이달 말 만기가 완료되는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함에 따라, 횡보하던 주가에 어떤 영향을 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회장은 이날 오후 열린 온라인 이슈브리핑에서 HMM의 CB물량에 대해 "이익 기회가 있는데 포기하면 배임이라 전환을 안 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산은은 지난 2017년 12월 정부의 해운산업 구조조정 정책 일환으로 3000억원(6000만주) 규모의 HMM CB를 인수했다. 사채의 표면이자율은 1.00%, 만기이자율은 3.00%다.

CB의 만기 완료가 다가오면서 그동안 시장에서는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제기됐다. 우선 산은이 구조조정 전문은행이라는 점을 고려해 CB물량의 만기상환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원금 3000억원에 이자 300억원만 돌려받게 된다. 

반대로 CB를 주식으로 전량 전환하게 되면 6000만주를 주당 5000원에 전환할 수 있게 된다. 이날 HMM의 종가 4만 6250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주식 전환에 따른 차익은 2조 47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산은은 지금까지 각종 공적자금으로 약 3조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은이 이 차익을 포기할 시 배임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이 회장이 주식 전환을 사실상 공식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CB의 주식 전환으로 HMM 주가가 급락할 우려에 대해선 "시장에서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당연히 저희가 전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시장 가격에 포함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은이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순간 지분율은 현재 11.94%에서 24.99%로 불어난다. 현행 은행법상 보유지분이 15%를 넘어서면 HMM을 산은의 자회사로 편입해야 한다. 다만 구조조정 대상기업은 금융위원회의 승인에 따라 예외가 인정되는 규정이 있다. 

일각에서는 HMM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이번 주식 전환 결정이 불가피했다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매각 과정에서  거래되는 지분이 30%를 밑돌면 적대적 M&A에 노출돼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지분율은 산업은행 12.61%를 비롯해 해양진흥공사 4.04%, 신용보증기금 7.11% 등 국책 금융기관이 총 23.76%에 불과하다. 하지만 산은이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순간 지분율은 총 37.05%를 갖추게 된다.

   
▲ HMM 초대형 컨테이너선 / 사진=HMM 제


다만 앞으로 산은이 6000만주를 시장에 전량 매도할 지 기간을 나눠 분할매도에 나설 지 알 수 없다. HMM의 상장주식수는 3억 4539만 2487주로, 6000만주가 한 번에 풀리면 주가가 일시적인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블록딜 가능성도 제기된다. 블록딜은 주식을 대량으로 보유한 매도자가 사전에 매수자를 확보해 장외거래로 지분을 넘기는 걸 뜻한다. 은행법상 지분율 15%를 고려하면 약 10%만큼 사모펀드·기관 등에게 매도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제 3의 인수자에게 전체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단기적으로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HMM의 30년 만기 영구채 규모는 2조 6800억원로 이자율은 10%에 달한다. 또 해운업계에서도 최근의 해운 호황을 코로나19에 따른 수급 불균형, 저유가, 수에즈운하 사건 등이 빚어낸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민영화를 서둘지 말 것을 주문한 바 있다. 

당장의 해상운임 고공행진과 1조원대의 분기 영업이익만을 바라보고 섣불리 다가가기엔 부담스러운 요소도 상당한 셈이다. 

이 회장도 이날 HMM의 민영화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이 회장은 "매각 관련해서 결정된 사항이나 접촉한 기업은 없다"며 "다만 가능성을 열어놓고 다양한 검토 요인을 고려해 가면서 국가기간산업을 어떻게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안착시킬까 하는 관점에서 관계 부처와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HMM의 시간외단일가매매 종가는 4만 4200원으로 정규장 종가 4만 6250원 대비 2050원(4.43%) 하락했다. HMM은 이날 정규장에서 3.12% 상승했다. 시간외 가격은 산은이 HMM CB의 주식전환을 발표한 5시 이후 하락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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