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짜맞추기 등 홍보 혈안…자화자찬 자기모순에 빠져

   
▲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
서울형 혁신학교가 시행 5년차에 접어든다. ‘혁신’이란 이름에 걸 맞는 성과는 딱히 없는 듯하다. 교육현장의 반응 또한 시큰둥하다. 2015학년도 혁신학교 공모에서 지원학교 수는 목표치에 한참 못 미쳤다. 최종 선정된 학교마저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로 합격증을 자진 반납했다.

이 과정에서 교육청은 수차례나 중산고의 신청 철회를 반려했다. 학력이 저하될 거라는 학부모들의 ‘우려’를 한사코 ‘오해’라며 설득했다. 그러나 학부모 마음을 끝내 돌려놓지는 못했다. 혁신학교에 대한 교육청의 ‘환상’과 교육현장의 ‘현실’ 사이 간극이 얼마나 벌어진 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 해프닝으로부터 한 달 뒤, 교육청이 혁신학교 운영성과 설명회를 개최했다. 혁신고와 교육여건이 유사한 일반고와의 학업성취도 및 대학진학 결과를 분석한 보고서도 냈다. 혁신학교의 진가(?)를 못 알아보는 학부모들에 대한 일종의 호소인 셈이다. 더 정확하게는 중동고 사태에 대한 반박으로 보인다. 보고서도 ‘혁신학교가 학업성취도를 떨어뜨렸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짐’으로 결론 맺었다.

하지만 결론까지 도달하는 분석이 썩 매끄럽지 않다. 일각에선 먼저 정해진 결론에 대한 짜 맞추기 분석이라며 비판한다. 보고서는 일반고와 혁신고의 각각 ‘입학 당시 내신 성적 최하위 비율’과 ‘1년 후 학업성취도 기초 미달 비율’을 비교했다. 혁신고가 일반고보다 전자에선 높았지만 후자에선 낮아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비교기준의 오류다. 내신 성적 최하위 비율이 학업성취도 기초 미달 비율을 말하진 않는다. 전혀 다른 두 가지 수치를 가져와 혁신학교 자화자찬에 이용한 셈이다.

   
▲ 혁신학교와 자사고는 현재 실험 단계다. ‘실패’도 성공을 위한 ‘과정’이기에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면 된다. 문제는 ‘실패’를 억지로 ‘성공’이라 포장하려는 자세다. 지금 조희연 교육감이 딱 그 모양새다. ‘혁신학교 띄우기’에 혈안이 돼 실패를 덮기 위한 ‘짜 맞추기 홍보’에 집착한다./뉴시스
학업성취도를 비교하는 통계자료는 따로 있다. 해당 학생들의 중학생 시절 성취도와 고교 성취도를 비교한 것이다. ‘학교향상도’는 학교알리미 사이트에도 공시돼 있다. 교육청 보고서에서 우수한 학교라며 뽐냈던 두 혁신고 모두 학력이 저하된 걸로 나온다. 어느 통계를 믿어야 할까. 답은 나온다. 교육청 보고서에도 ‘일반화에 다소 무리가 있다’는 실토를 세 번이나 했다.

혁신학교를 멋지게 포장하려해도 이미 그 인기는 시들시들하다. 2015학년도 혁신학교 55개교를 목표로 했지만 47개교만 신청했다. 그것마저도 절반을 기존 혁신학교 재지정으로 채웠다. 교육청은 “서울형 혁신학교 도입기와 비교해 70%이상 늘어났으며 학교현장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재지정 학교를 제외하면 ’11년 ’12년 ’15년 모두 신청학교 수는 27개교다.

재지정 된 혁신학교 20곳은 원래 지정기한이 끝나 일반학교로 전환돼야 한다. 당초 혁신학교 시작시절 계획안에도 재지정 조항은 없었다. 교육청도 “혁신학교 재지정이 아니라 재공모”라 우긴다. ‘재지정’ 표현을 회피한 이유는 뭘까. 교육청이 자사고 재지정 시 평가기준까지 바꾸며 까다롭게 했던 걸 떠올리면 짐작된다.

물론 재공모 학교에 대한 심사는 있었다. 허나 평가기준이 매우 허술했다. 혁신학교 운영 부문은 자체평가보고서뿐이다. 봐주기 평가이다. 교육청 입장에선 재공모에 응해준 학교가 감사할 따름이다. 또한 한번 혁신학교를 해본 곳들이 다시 지원할 만큼, 혁신학교 제도에 흠집이 없음을 증명하려는 의도도 담겨있다. 혁신학교 보호막이 여러 겹겹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에 ‘재지정’ 된 20개 학교 중 다수가 혁신학교 지원예산을 부적절하게 집행했다. 서울시지원금 1000만 원을 지출영역 외에 쓰거나 교사관련 운영비를 5% 초과 사용해 교육청의 지침마저 어겼다. 또한 인건비 비중이 전체 예산의 50%를 넘거나 혁신학교와 무관한 부문에 인건비를 지출하는 등 지원예산 쓰임처도 황당하다. 그동안 교육청이 예산지원만 할 뿐 사후관리엔 소극적이라는 방증이다.

사실 혁신학교가 어떤 곳인지 정의부터 애매하다. 현재로선, 외부강사를 자주 초청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특이한 교구-교재를 사들이고, 교실-공원을 멋지게 꾸미고, 화려한 학교축제를 진행하면 단지 그런 것들을 혁신으로 인식한다. 당연히 여기엔 막대한 예산이 들기에 일반화할 수는 없다. 체험학습 참가비 지원이나 외래강사비 예산 편중, 행정보조인력 추가 고용, 교사동아리 지원 등 특혜도 누리고 있다. 일반학교와의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혁신’학교가 ‘특권’학교라 불릴 수밖에 없다.

혁신학교와 자사고는 현재 실험 단계다. ‘실패’도 성공을 위한 ‘과정’이기에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면 된다. 문제는 ‘실패’를 억지로 ‘성공’이라 포장하려는 자세다. 지금 조희연 교육감이 딱 그 모양새다. ‘혁신학교 띄우기’에 혈안이 돼 실패를 덮기 위한 ‘짜 맞추기 홍보’에 집착한다.

그 과정에서 자체 모순도 드러난다. 혁신학교 운영성과 보고서에 대학 입시결과 비교까지 포함시켰다. 비교-분석의 오류는 차치하고, 그 동안 전인교육을 앞세워 온 좌파의 주장과 성적 줄세우기를 교육 독소처럼 여겨온 것과는 전면 배치된다.

교육현장의 인기와 학부모들의 마음은 거짓과 짜 맞추기로 살 수 없다. 이제 조희연 교육감이 솔직한 고백으로 혁신학교를 평가해주길 바란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