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각서 형식으로 산은과 협정 체결"
경실련 "MRO 국부유출 막겠다는데 산은, 8000억원 투입"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항공사 간 통합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경영 투명성·독과점 논란 등 주요 쟁점을 짚어보는 토론회가 열렸다. 경실련은 통합 찬성 패널들을 불렀으나 여전히 부정적 입장을 내보이고 있어 항공 전문가들과의 시각차를 여실히 드러냈다.

   
▲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소재 경실련 강당에서 토론회 '항공산업 발전을 위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바람직한 통합 방향'이 열렸다./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16일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서울 종로구 동숭동 소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강당에서 토론회 '항공산업 발전을 위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바람직한 통합 방향'에서 "코로나19 속 글로벌 항공산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현재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간 통합을 두고 시민사회단체들은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허 교수는 "산업은행은 공기업 경영 진단에서나 볼 법한 대한항공 경영평가위원회를 구성해 감독할 장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7대 의무사항은 △한국산업은행이 지명하는 사외이사 3인 및 감사위원회 위원 등 선임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협의권 및 동의권 준수 △윤리경영위원회 설치 및 운영 책임 △경영평가위원회가 대한항공에 경영평가를 실시할 수 있도록 협조·감독할 책임 △PMI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할 책임 △대한항공 주식등에 대한 담보 제공·처분 등 제한 △투자합의서 중요 조항 위반시 5000억원 위약벌과 손해배상책임 부담·담보하기 위해 대한항공 발행 신주에 대한 처분권한 위임 및 질권 설정 의무 등으로 구성 돼 있다.

허 교수는 "해당 조항은 각서 형식으로 만들어졌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이를 어길 경우 경영권 박탈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허 교수는 "산은은 한진칼 사외이사 추천권도 갖게 됐고, 한진칼은 사내 윤리경영위원회를 구성한 만큼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들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해 한 회사가 될 경우 중장거리 경쟁 구도가 사라져 독과점이 형성되고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피해가 초래될 것으로 보고 있다.

허 교수는 "국내 항공사 간 통합은 처음 있는 일이라 생소하겠지만 기본적으로 항공업은 네트워크 사업이고, 규모의 경제가 매우 중요하다"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두 회사의 인천공항 슬롯 점유율은 40%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델타항공은 애틀란타 공항 슬롯의 79%를, 아메리칸항공은 댈러스 공항에서 85%에 달하는 슬롯을 차지하고 있다. 국제 기준에 비춰보면 통합 항공사가 생겨나도 독과점은 절대 아니라는 게 허 교수 입장이다.

그는 "미국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여년 간 항공사 간 M&A를 통해 항공권 가격이 0.5% 가량 내려갔다"며 "오히려 소비자 편익 수준이 소폭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언급했다.

MRO 산업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다. 허 교수는 "IAI가 인천에서 MRO 사업을 한다고 하자 사천 지역구 의원들이 반발했는데, 사천에서는 군용기 정비를 주로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한 "아시아나항공 등은 해외에서 MRO를 하는데 최근 대한항공과 정비 계약을 체결했다"며 "국부 유출 방지 차원에서라도 이번 기회에 정부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당초 참석코자 했으나 사정상 불참해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국장이 입장문을 대독했다. 산은은 "3월 17일자로 한진칼과 대한항공으로부터 양대 항공사 통합을 위한 PMI 계획을 제출받았다"면서도 "내용이 방대해 검토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어 "운임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하면 운임 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에 권 국장은 "산은은 한진칼·대한항공 입장을 대변해주는 거수기인가"라며 "입장문을 보면 근로자만 희생되며 총수 일가만 배불리게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견해를 내보였다.

김송원 인천 경실련 사무처장은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MRO 관련 국부 유출을 막겠다고 했는데 산은 주도로 한진칼에 국민 혈세 8000억원이 들어갔다"며 "국내 MRO 산업을 키워야 하는데 (대한항공이) 자체 정비를 (통해 수익을 도모)한다는 것은 공적 자금 투입의 이유가 없음을 뜻한다"고 언급했다.

허 교수는 "그 8000억원은 산은이 한진칼·대한항공에 구조조정하라고 준 돈이 아니고 코로나 극복하라고 투자한 것"이라며 "사실 그냥 준 것도 아니고 투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실제 산은은 5000억원은 보통주에 대한 유상증자, 3000억원은 교환사채조로 자금을 투입했다.

그는 "산은이 장사를 잘했다고 봐야 한다"며 "타국에 비하면 산은 투입 금액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