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우 기자] 신세계그룹의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이 각각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 영역 확장에 나섰다. 유통업계는 오빠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동생 정유경 신세계 총괄 사장의 ‘따로 또 같이’ 전략이 앞으로 더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끄는 이마트는 전자상거래 기업 이베이코리아,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책임지는 신세계백화점은 보툴리눔톡신(보톡스) 기업인 휴젤 인수전에서 각각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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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 사장(오른쪽)/사진=신세계 제공 |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 인수 금액 4조4000억 원(추정) 가운데 80%인 3조5000억 원 가량을 마련하고, 네이버가 나머지 20%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이마트는 전자상거래(e-commerce, 이커머스) 시장 2위 지위를 노린다. 컨소시엄을 구성한 네이버와 손잡고 업계 1위 쿠팡을 단숨에 턱밑까지 추격한다는 계산이다. 현재 이마트가 운영하는 쓱(SSG)닷컴의 시장 점유율은 3% 수준이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에서 이베이코리아는 쓱의 4배인 12% 가량을 차지했다.
신세계백화점은 휴젤의 최대주주인 글로벌 사모펀드(PEF) 베인캐피털과 경영권 인수를 위한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17일 신세계백화점과 휴젤에 신세계백화점의 휴젤 인수 보도에 대한 사실여부와 구체적인 내용 관련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답변시한은 이날 오후 6시까지다.
정유경 총괄사장의 진두지휘로 신세계백화점은 비디비치 인수, 편집매장 시코르 운영 등으로 화장품 분야 경험을 폭넓게 쌓아왔다. 이번에 휴젤을 품는다면, 보톡스 성분을 포함한 화장품 등 ‘바이오코스메틱’으로 글로벌 시장까지 넘볼 수 있다.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이 각각 이번 인수전에서 최종 승리할 경우, 쓱닷컴을 주축으로 ‘크로스마케팅’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마트가 심혈을 기울여 육성하는 쓱닷컴은 지난 4월 패션 플랫폼 ‘W컨셉’을 인수했다. W컨셉은 뷰티 카테고리에 비하면 패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쓱닷컴 인수 이후 시코르가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로 입점하면서, W컨셉은 백화점 못지 않은 럭셔리 뷰티 상품을 선보이게 됐다. 신세계백화점 측에서도 시코르 온라인 판로를 확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의 남매경영은 호텔 부문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정 부회장이 이끄는 조선호텔앤리조트는 2018년 부티크 호텔 ‘레스케이프’로 시작해 라이프스타일 호텔 ‘그래비티’, 특급호텔 ‘그랜드조선’, 지난 5월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럭셔리 컬렉션 호텔’을 선보였다.
정 총괄사장은 백화점 부문에서 처음으로 자체 호텔 브랜드를 내놓았다. 1996년부터 2009년까지 그룹 호텔 사업을 맡았던 정 총괄사장이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는 첫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다양한 럭셔리 호텔 브랜드를 선보이면서, 관련 시장이 커지고 해당 호텔이 들어서는 지역이 주목받는 효과까지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정용진 부회장의 이마트와 정유경 총괄사장의 백화점은 경쟁구도가 아니라 상호보완하는 관계”라며 “백화점이 면세, 뷰티, 패션 등의 자회사를 갖고 있고 이마트는 생필품과 식품, 외식이 강점인데 각자의 고유한 특성을 키우면서 서로 버무려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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