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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
“이번 아시아컵이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경기가 될 것.”
이 한마디로 인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번 2015 아시안컵에서 차두리를 응원하게 되었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필자의 화두 ‘후안무치 깨기’와는 무관하지만) 마지막이 아름다운 남자,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자신을 입증한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준 남자, 차두리의 이야기를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차두리는 이 시대의 전형적인 아들이다. 위대한 아버지를 둔 평범한 아들 말이다. 차두리는 한국이 배출한 최고의 스타 축구선수, 유럽축구 메이저 무대를 휩쓴 갈색폭격기 차범근의 아들이다. 넓은 아버지의 등을 바라보며 자란 차두리는 자연스레 축구선수가 되었다.
필자와 동갑내기인 1980년생 차두리는 삼남매 중의 둘째다. 종교는 기독교이며, 배재중고등학교를 거쳐 고려대 입학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후 독일에서 8년, 스코틀랜드에서 2년간 프로 생활을 역임했다. 유종의 미를 거두는 선수생활 마지막은 한국에서 보냈다. FC서울로 이적 후, 지난 2년간 수비수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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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26일 2015 호주 아시안컵 4강전 대한민국과 이라크의 경기에서 차두리가 이라크 유누스 마흐무드와 볼 다툼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차두리는 아버지의 훌륭한 유전자를 이어 받아서 체격과 체력은 탁월했지만 축구의 재능이 남보다 우월하지는 못했다. 국가대표팀에는 2001년 발탁되었지만 2002년 월드컵, 2010년 월드컵에서 팀의 주역은 아니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발탁되기 전까지, 차두리는 소속팀인 고려대에서도 주전 멤버가 아니었다. 엄밀히 말해서 이번 2015년 호주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도 차두리는 전시합 풀타임 주전선수로 뛰지는 못했다.
차두리를 장식하는 수식어는 참 많다. ‘차범근의 아들’, ‘차이콘’, ‘차미네이터’, ‘인간흉기’, ‘인조인간’, ‘차두리 로봇설’, ‘간 때문이야’, ‘실사판 강백호’, ‘피지컬은 국내 최고, 센스는 그럭저럭’, ‘워낙 밝고 긍정적인 선수’, ‘대표팀 적응 전도사’, ‘선수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연결고리’ 등 차두리에게는 많은 별명이 따라다녔다. 이를 보면 차두리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나 알 수 있다.
과거의 차두리는 재능과 센스가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반쪽짜리 선수였다. 하지만 15년이라는 시간이 쌓인 지금의 차두리는 선수들을 융화시키는 특유의 친화력, 노련함이 더해져 이제는 만렙이 되어버린 경험치, 여전한 피지컬, 수준급 돌파 크로스 능력을 겸비하고 있는 선수가 되었다.
“저런 선수가 왜 월드컵 때 해설을 하고 있었을까요?”
이번 아시안컵에서 나온 최고의 명언이다. 차두리를 두고서 방송 캐스터들이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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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22일 오후(현지시각) 호주 멜버른 렉탱귤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호주 아시안컵 8강전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에서 한국 손흥민이 연장 후반 골을 넣고 차두리와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위치에서 본분을 다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아름답다. 수영장에서 물살을 가를 때 가장 멋졌던 박태환의 끝은 아름답지 못했다. 빙판 위에서 환상의 연기를 보일 때 가장 아름다웠던 김연아는 피겨계의 전설로 남았다. 더 이상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해 과감히 선수은퇴를 결정했던 박지성 또한 대한민국 축구의 자존심을 지켜주었다. 차두리도 마찬가지다. 국가대표는 은퇴했지만 프로로서의 자리는 버리지 않았다.
차두리는 프로 선수다. 잘하는 것과 열심히 하는 것이 구분되어야 하는 자리다. 멋진 모습으로 국가대표팀에서 유종의 미를 거둔 차두리에게 남은 과제는 프로 선수로서의 모습이다. 국가대표 백넘버 22번은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FC서울의 백넘버 5번은 현재진행형이다.
피지컬만 허락된다면 2015년 K리그 시즌에서 뿐만 아니라 2016년에서도 그를 응원하고 싶다. 멋진 크로스와 강력한 태클을 성공시키고 나서 그라운드 위에서 밝게 웃는 차두리 선수의 표정을 보고 싶다. “그만하면 됐다”가 아니라 “갈데까지 가보자”라는 말을 건네고 싶다. 선수로서의 삶은 얼마 남지 않았겠지만 마지막까지 자신의 능력과 자신의 위치를 스스로 증명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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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대표 훈련장에서의 차두리 모습. /사진=풋볼리스트 TV "국가대표 차두리의 마지막 도전" 영상캡처 |
사람들이 차두리를 좋아하고 그를 응원하는 이유는 다른 데에 있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의 커다란 등을 아랑 곳 하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웃었던 넉넉한 성품, 거의 모든 이와 부딪혀도 쓰러지지 않는 남자다움, 그리고 그라운드 위에서 그 어떤 선수들보다도 최선을 다했던 모습 때문이다.
동갑내기 차두리에게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아버지의 커다란 등과는 별개로, 아들의 등은 어느 새 훌쩍 커버렸다. 이제 그 아들은 많은 이들에게 큰 기쁨이 되어가고 있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