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자본 우려 여전…집중투표제 채택 지표로 삼는 것은 불합리
환경정보공시, ESG 공시, 지배구조보고서 따로 작성 부담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20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 기업 175개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집중투표제 등 핵심지표에 문제를 제기했다. ESG 공시 제도의 간소화·단일화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이사진을 선임할 때 1주당 1표씩 의결권을 주는 방식과 달리,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정관으로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도 있으나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에는 집중투표제를 도입했는지 여부를 공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전경련은 ‘2020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주요 내용 및 시사점’ 보고서를 20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의무공시가 시행된 2018년 이후 비금융기업 175개사(자율공시기업 12개사 제외)의 3년간 현황을 분석한 내용을 담고 있다.

   
▲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사진=미디어펜

전체 15개 지표에 대한 평균 채택률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 해인 2018년 평균 채택률은 52.9%였으며, 2019년 58.6%, 2020년 64.6%였다. 특히 높은 상승률을 보인 지표는 ‘정관에 전자투표 도입’ 지표이었으며 2018년 25.5%에서 2020년 72.0%로 높아졌다.

지난해 높은 채택·도입률을 보인 지표는 △경영 관련 중요정보에 내부감사기구가 접근할 수 있는 절차 마련 여부 100%, △내부감사기구에 대한 연 1회 이상 교육 제공 97.1%, △내부감사기구에 회계・재무전문가 존재 여부 94.9%, △6년 초과 장기 재직 사외이사 부존재 92.6%, △내부 통제 정책 마련 및 운영 88.0% 등이었다.

3년 연속 채택률 최하위인 지표는 ‘집중투표제 채택’이었다. 집중투표제의 경우, 3년 모두 채택률 5% 내외로 평균 채택률 64.6%에 한참 밑돌고 있다. 도입 기업은 3개년 모두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강원랜드, 대우조선해양, 포스코, KT, KT&G, SK텔레콤 등 아홉 곳으로 상당수가 공기업 등이었다. 순수 민간기업으로는 SK텔레콤이 눈에 띄었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이 제도를 채택하지 않는 이유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각사의 기업지배구조보고서는 집중투표제를 채택하지 않는 이유로 △경영 안정성 저하, △해외 투기자본으로부터 경영권 방어의 어려움을 지적하고 있다. 다시 말해 경영권 보호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한 집중투표제 채택은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학계, 글로벌 기관투자자 등 전문가도 유사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소수주주권 보호에는 집중투표제보다 주총 집중일 분산 등의 방안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한편 전경련은 핵심지표에 대한 ‘준수·미준수’로 표현하는 관행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해당 지표들이 법규정도 아닌데 준수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며 “법에서 요구하는 의무사항은 지켜야겠지만 기본적으로 지배구조에는 정답이 없고 기업들이 최적의 제도를 선택해야 하는 만큼 채택이나 도입같은 객관적인 용어를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의무공시 외에 2022년부터 ESG 공시 의무화, 2025년부터 환경정보공시 도입 등이 예정돼 있다. 이에 대해 전경련은 “미국사례 등을 볼 때 공시는 기본적으로 기업이 자율적인 틀을 정해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또 “예정대로라면 기업들이 ESG와 관련된 공시보고서 세 권을 내야 한다”며 “기업의 ESG 경영전략은 짜임새 있게 구성돼야 효과가 있는데 이 경우 체계적인 ESG 전략 수립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밝혔다.

또 기업지배구조보고서만 해도 두껍게는 100페이지 가량 되는데 각각의 두꺼운 공시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기업들에 상당한 행정·비용적 부담도 우려된다. 전경련은 체계적인 ESG 경영전략 수립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공시제도의 간소화·단일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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