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만 바꾸면 해결…대통령 의지의 문제

대통령이 의지만 확고하다면 -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만 바꾸어도 해결된다

   
▲ 박종운 미디어펜 논설위원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수도권 규제는 종합적 국토정책 차원에서 합리적인 방향으로 올해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많은 사람들은 지방의 반대가 심한데 과연 규제해제를 제대로 이뤄낼 수 있을까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동안의 규제해제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해제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니다. 그것은 대통령령만 고치면 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의외로 간단하다.

실제로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법 제2조에서는 그 법의 적용 대상을 서울과 대통령령이 정하는 그 주변지역이라고 정하고 있어서, 대통령령에 지역 선정을 위임하고 있다. 그리고 대통령령인 같은 법 시행령 제2조에 의해서 인천과 경기도가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수도권정비계획법 자체라면 국회를 통과해야 규제를 해제할 수 있지만, 시행령이라면 대통령이 의지만 가지고 있다면 해제할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대통령령에서 수도권정비계획법의 적용대상 중 경기도를 빼면 된다. 그렇게 되면 경기도 지역에서는 지방자치의 원래 정신대로 경기도지사가 규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정 필요하다면 특정 시군들의 이미 시가지화 되어 있는 부분들만 열거하는 것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지방에 권한을 넘긴다고 해서 갑자기 혼란과 무질서가 생기진 않는다. 왜냐하면 시군들의 도시계획에 대한 승인권을 상급 지방자치단체인 경기도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도 장기적으로는 시군으로 넘기고, 시군에서 경기도의 재정 협조를 필요로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경기도와의 협약을 통해서 풀어야 하지만….

대통령이 경제회복 의지가 확고하다면, 그리고 수도권 규제해제가 그 첩경임을 확고하게 알고 있다면, 길은 의외로 간단하다. 공장을 세우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곳이 대체로 경기도이기 때문에, 대통령은 멀리 돌아갈 필요 없이 당장 시행령의 주변지역 열거조항에서 경기도를 빼면 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하지 않고, 남들에게 왜 반대하느냐고 하면서, 반대하는 사람들의 핑계를 대고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오히려 대통령의 의지를 의심케 하는 일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수도권 규제는 종합적 국토정책 차원에서 합리적인 방향으로 올해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뉴시스
자연보전권역은 수계 중심으로

현행 수도권정비계획법상에는 수도권의 규제대상을 3종류로 나누고 있다. 과밀억제권역, 성장관리권역, 자연보전권역이 그것이다. 이 중에서 가장 심한 규제를 받고 있는 지역이 자연보전권역이다. 경기도 지역의 경우 한강이 흐르고 있는데, 이는 서울 인천 경기도 주민들의 식수원이기 때문에 규제를 할 필요성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자연보전권역 설정에는 무조건적인 규제보다는 환경기술의 발달에 맞추어 신축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2007년에 정부가 하이닉스 반도체공장 증설을 반대했을 때였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 구리가 들어가는데, 그 구리가 중금속이란 이유로 정부가 증설을 반대했다. 그러나 대규모 공장일수록 폐수처리 시설을 더 완벽하게 갖출 수 있었고, 하이닉스는 팔당댐 위에 있는 지역이어서 사실 정수처리를 완벽하게 하고 있었다.

그래서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을 방문하여 공정을 거쳐 나왔지만 폐수처리된 후에는 깨끗해진 물을 직접 떠서 마시는 장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마셔도 될 정도로 깨끗했지만, 정부는 끝끝내 증설을 허용해주지 않았고, 결국 하이닉스는 반도체 공장을 청주에 증설하여 사업상 공정상 비효율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무조건적인 규제는 사실 일관성도 없다. 왜냐하면 행정구역이 달라졌다는 이유로 한강수계의 상류 지역인 북한강이 흐르는 강원도 춘천 홍천 지역에는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남한강이 흐르는 충청북도의 충주 등지에는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오염원은 수계 전반에 걸쳐서 관리되어야 한다. 수계의 하류 일정지역만 관리해서는 안된다. 그런 점에서 자연보전권역은 수계를 중심으로 일정 거리 내에서만 적용되어야 한다. 그것이 법의 제정취지에 맞는 것이고 법 원리적으로도 올바른 것이다.

경기도에서는 궁여지책으로 오염총량제를 제시하고, 하수처리시설을 갖춤으로써 총 오염을 관리하는 쪽으로 노력을 기울였다. 사실 환경기술의 발달에 비추어 일정 규모 이상의 시설일수록 환경기준을 맞출 수 있다.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농업에서의 비료, 농약, 축분 등이다.

이런 요소들은 관료들이 통제할 수가 없다. 따라서 정부가 자연보전과 관련하여 생각을 근본적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초현대식 시설 혹은 집적화된 산업단지가 오히려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여야 한다.

   
▲ 2007년 2월 5일 오후 수질환경 보전법 개정을 위해 10여명의 국회의원들이하이닉스 반도체 이천 공장을 방문한 가운데 김문수 경기지사가 폐수처리 마지막 단계에서 나온 배출구 물에 손을 씻고 있다./뉴시스
군사보호구역과 대민심리전 차원에서의 긍정적 규제 전환

경기도 지역은 휴전선이 있는 지역이다. 경기도 자체가 분단된 지역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도 북부지역의 상당 부분은 군사보호구역으로 되어 있다. 자연히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상당히 많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는 군사시설보호구역을 대폭 축소한 바 있다. 군사시설보호구역에서 해제된 지역의 경우, 재산권 행사과정에서 군부대와의 사전 협의가 필요 없게 되었다. 제한보호구역에서는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서 건물의 신증축 공장건립 등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한보호구역내에서도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로부터의 반경 500미터 이내 지역에 대해서는 군과의 사전 협의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

이 부분에서도 해당지역 군부대와 해당 지역 자치단체간 상시 협의체를 두어 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해나갈 필요가 있다. 화장실 하나를 고치는데도 군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일이 아직도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군의 대민심리전 차원에서도 민간의 불편을 적극 해결해나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순신 장군도 임진왜란 때 피난민을 포함해서 민간의 적극적인 정보제공으로 인해 왜군과의 싸움에서 많은 도움을 얻었다. 지역에 방위협의회도 있으니만큼, 군이 규제보다는 민간의 불편해소에 적극 나선다면 민간의 군에 대한 협조도 더욱 원활해질 것이라고 본다.

수도권 규제해제, 하면 된다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규제해제가 곤란하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규제해제는 의외로 간단하다. 대통령령만 바꾸면 되고, 환경기술을 믿고 대규모 시설에 대해서 호의적이면 되고, 대민심리전 차원에서 군이 적극 나서면 되는 것이다.

수도권 규제해제가 대한민국 발전에 긴요하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바로 지금 행동에 나서자. 지금 바로 하지 않으면 경제회복의 골든 타임을 놓치게 된다. 바로 지금이다! /박종운 시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