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일 기피 탓 말고 꿈과 희망 주는 기성세대 역할 중요

   
▲ 김흥기 교수
지금 우리 경제의 최대 화두는 고용, 즉 ‘일자리’ 이다. 인플레이션은 모두가 겪는 것이지만 실업은 실직자만 겪는 것이라는 점에서 사회문제화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지구촌이 앓고 있는 ‘사회불안(Social Unrest)’의 핵심에 바로 실업문제가 있다. 특히 20대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 인문계 출신 절반이 논다는 ‘인구론’, 청년실업과 신용불량자의 합성어인 ‘청년실신’, ‘88만원 세대’, ‘오포세대’로 지칭되는 청년실업은 곧 폭발할 폭탄의 뇌관과도 같아 위험스럽다.

이에 대해 국내에 100만 이주 노동자가 일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에 일자리가 남아돌아도 우리 청년들이 기피하고 있다며 비난하는 목소리가 있다. 구직자들이 눈높이가 너무 높고 배부른 소리한다며 가정과 학교에서 올바른 직업관을 가르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물론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누가 이렇게 많은 대학을 만들었으며 누가 이렇게 비싼 등록금을 허용했으며, 누가 이들이 졸업하면 빚더미를 떠안고 갚을 길이 없게 만들었는지를. 금융의 덫에 빠져 현금서비스로 돌려막고 카드 론을 쓰다가 대부업체까지 발을 들이고 빚더미에 허덕이다 개인 파산을 신청하는 20대도 늘고 있는지를.

이들이 철없다고 혀를 차고, 우리 기성세대도 살기 힘들다고 푸념하기 전에 이들이 어떤 일자리를 원하는지에 대해 먼저 들어봐야 한다. 그냥 기성세대의 눈으로 힘들고 거친 일을 기피한다는 식으로 못마땅하게 여겨서는 어른스럽지 못하다. 기성세대와 다른 세대라며 왜 그들의 직업관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가?

   
▲ 산업화 세대의 눈으로 젊은이들이 힘든 일을 기피한다고 보아서만은 곤란하다. 그들이 남 탓, 사회 탓, 제도 탓 하지 않게 하려면 손에 돈 몇 푼 쥐어주지 말고 앞으로의 미래 세상을 살아갈 태도와 지식을 깨닫게 하고 가르쳐 주어야 한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당장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또한 이들에게 지속적으로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할 책임은 바로 기성세대에게 있다. 청춘에겐 밥은 못줘도 꿈은 줘야 하는 것이다. 동냥은 못줘도 쪽박은 깨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젊을 때 일해 본 경험이 있어야 이들이 우리사회의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 그런 터전을 만들어줘야 하는 게 부모들의 책임인데, 자식이 철없다고 탓해서야 되겠는가?

일은 단순히 생계를 위한 수단이 아니다. 일은 일터에서 소속감을 느끼며 자아를 성취해나갈 수 있는 소중한 도구이며 숭고한 가치이다. 인생의 최소한이 바로 ‘일’ 이다. 일을 통해 비로소 사회의 구성원으로 사람답게 자립하여 설 수 있다. 일을 통해 남과 관계를 형성해 나갈 수 있게 된다. 일의 의미는 일 없어 집에서 노는 모습을 생각해보면 바로 알게 된다.

그러기에 우리사회의 일부 구성원만이 풍요로움을 누리고 나머지 대부분은 직업도 없이 고단한 삶을 이어가야 한다면 이는 너무 잔인하다. 심지어 대학생의 방학도 양극화되어 한쪽은 인생을 한탄하며 알바하고 한쪽은 스펙 쌓기 한다면 그러한 체제는 절대 지속가능하지 않다.

비록 내가 남보다 무식하고 가난해도 ‘그래도 이 정도면 나도 괜찮아’라고 자족할 수 있어야 공동체가 존속될 수 있다. 누군가는 가진 재산이 많아 일 안해도 먹고 사는데 누군가는 몸뚱이를 굴릴 곳도 없다면 이들이 우리사회에 대해 어떤 생각을 머릿속에 가슴 속에 품고 있겠는가?

앞으로도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3D 업종에는 구인난이 높고 고급 일자리에는 구직난이 계속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인류가 개화되고 문명이 진보될수록 보다 편하고 쉽게 생계를 꾸릴 직업을 찾는 게 당연하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지식사회는 그러한 기반을 제공한다.

산업화 세대의 눈으로 젊은이들이 힘든 일을 기피한다고 보아서만은 곤란하다. 앞이 캄캄하고 먹고 살기 고달프면 세상 모든 게 짜증나기 쉽다. 그들이 남 탓, 사회 탓, 제도 탓 하지 않게 하려면 손에 돈 몇 푼 쥐어주지 말고 앞으로의 미래 세상을 살아갈 태도와 지식을 깨닫게 하고 가르쳐 주어야 한다.

청년도 가족의 일원이고 사회의 구성원이다. 적어도 이 정도는 기성세대의 몫으로 보이지 않는가? /김흥기 모스크바 국립대 초빙교수, 베스트셀러 '태클'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