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급 국가보안시설’ 이례적 언론공개 “과거 인권침해 다시 사과”
[미디어펜=김소정 기자]국가정보원이 23일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이하 보호센터)를 언론에 공개하고, 2014년부터 인권보호 중심으로 달라진 탈북민 조사 및 보호 과정을 상세히 밝혔다. 

이른바 서울시 공무원 유모씨 사건을 계기로 합동신문센터에서 이름을 바꾼 보호센터는 행정조사와 간첩협의 수사를 완전히 분리하고, 수사부서 소속이던 보호센터를 차장 산하의 별도 조직으로 분리했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국정원 직원들도 접근이 어려운 ‘가급 국가보안시설’인 보호센터를 언론에 공개한 것은 2014년 이후 우리가 해온 일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23일 경기 시흥에 소재한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내 생활실을 기자단과 함께 둘러보고 있다. 2021.6.23./사진=사진공동취재단

박 원장은 “2014년부터 올해까지 보호센터에서 조사받은 7600여명 중 인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등 인권침해가 확인된 사례는 단 한건도 없다”면서 “현재 보호센터를 상대로 진행 중인 소송이 총 3건이지만 모두 2013년에 발생한 과거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일이라고 지금 국정원의 책임이 없는 것이 아니다. 과거에 일어난 일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제7조 3창 및 시행령 제12조에 따라 탈북민에 대해 북한이탈주민 해당 여부와 비보호 사유 등을 조사하고 있다. 비보호 사유는 항공기 납치, 마약거래, 살인, 위장탈출 등이 해당된다. 

   
▲ 23일 경기 시흥시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의 생활실 전경. 2021.6.23./사진=사진공동취재단
보호센터의 조사 결과는 통일부 장관에게 통보되며, 통일부 장관은 이를 근거로 정착금 지급 및 주거지원 등 ‘보호 결정’을 내리게 된다. 

보호센터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조사와 수사의 분리이다. 보호센터에서의 수사 착수를 금지해 간첩 혐의로 적발되면 바로 수사 부처로 이첩하도록 했다. 또 2018년 2월 ‘북한이탈주민법 시행령’ 개정으로 보호센터의 조사기간을 최장 180일에서 90일로 단축했다. 평균 조사기간은 5~10일이며, 임시보호기간은 60여일이다. 주말·야간 조사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부득이한 경우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 진행하고 있다. 

보호센터 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장탈북 여부이다. 조선족, 화교, 한족 등이 탈북민으로 위장한 것은 아닌지, 또 비보호 사유에 해당되는 것은 아닌지 조사하는 것이다. 항공기 납치, 마약거래, 살인, 위장탈출 등 범죄자는 비보호 사유에 해당된다.
 
   
▲ 23일 경기 시흥시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의 유아놀이방 전경. 2021.6.23./사진=사진공동취재단
또 과거 독방감금 논란이 있었던 ‘생활조사실’을 완전히 없애고, 입소자 신변안전 등을 위해 생활조사실에 설치했던 CCTV도 모두 철거했다. 당사자가 동의하거나 요청하면 녹음·녹화를 하는 등 조사 전 과정이 투명해졌다. 

특히 인권보호관을 통한 감독, 상담 등 인권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조사 종료 이후 조사 과정에서 인권침해, 진술 강요, 부당조사 등 사례는 없었는지 인권조사관이 면담하고, 자신이 진술한 내용을 스스로 확인해서 서명하도록 하고 있다. 

이 밖에 조사 종료 이후 매일 일과가 끝나면 전화통화를 보장하고 있다. 8촌 이내 친족까지 면회도 허용했다. 보호센터 안에 병원, 유아놀이방, 도서관, 음악실, 컴퓨터실, 심리상담실 등 관련 시설도 개선했다.

   
▲ 23일 경기 시흥시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의 후생동 전경. 2021.6.23./사진=사진공동취재단
박 원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설은 낡고 부족하다”면서 국회의 예산 지원을 당부하면서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해결되기 전까진 이탈주민에 대한 조사와 검증은 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박 원장은 “간첩이 있으면 간첩을 잡는게 국정원의 일이다. 국정원이 유관기관과 공조해 간첩을 잡지 않는다면 국민이 과연 용인하겠나”라며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우리의 안보를 지킬 수 있고, 더 많은 이탈주민들께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원장은 “보호센터에 인권보호 기능이 강화됐지만 간첩 적발이 더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냐고 질문할 수 있겠지만 국정원이 보유 및 확보한 자체 DB나 각종 정보를 활용해 과학적으로 잘 대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23일 기자들과 함께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를 방문했다. 사진은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표지석. 2021.06.23./사진=사진공동취재단

박 원장은 이번에 일각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이 벌어지고 있지만 국정원의 입장은 폐지가 아니라 존치이고, 개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박 원장은 “보호센터는 2008년 이후 비탈북민을 총 180여명 적발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2010년 ‘황장엽 암살’을 기도한 북한 정찰총국 공작원 3명을 적발하는 등 지금까지 보호센터가 적발해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북한이탈주민 위장간첩이 11명에 달한다. 

박 원장은 “이번 언론인 대상 보호센터 시설 공개는 더 이상의 인권침해는 있을 수 없다는 각오를 담았다. 오늘 이 자리에 국정원의 감찰·감사 관련 관계자들도 함께한 것도 국정원의 관심과 각오를 표현한 것”이라면서 “국정원 직원들은 이탈주민의 대한민국 최초 보호자이고, 이탈주민의 첫 번째 고향이라는 사실을 늘 명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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