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오는 29일로 취임 3주년을 맞는다. 2018년 5월 고 구본무 회장이 타계하면서 예상보다 일찍 LG호의 방향타를 잡으면서 40대 총수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3년여 동안 구 회장은 기대는 더 키우고 우려는 상당 부분 지웠다. 때로는 빠르고 독하게, 때로는 침착하게 현안에 대응하면서 LG의 미래 성장의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다. 미디어펜은 구광모호의 지난 3년을 되돌아 보고, 고속 성장을 준비하는 LG의 미래 전략을 들여다 본다. <편집자주>
|
|
|
▲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2월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에서 미래형 커넥티드카 내부를 살펴보는 모습./사진=㈜LG 홍보실 제공 |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구광모 회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LG그룹은 전자·화학·통신 등 주력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미래 먹거리 선점에 힘을 써왔다.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 투자를 함으로써 그룹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더욱 선명하게 했다는 평가다.
LG전자는 스마트폰을 담당해왔던 MC사업본부를 사실상 떨어냈다. 대신 신성장 동력으로 확실히 작용할 로봇·AI·6G 등에 집중 투자를 하고 있다. 로봇에는 AI와 센서, 자율주행, 사물 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 시기에 강조되는 최첨단 기술이 모두 들어간다. 이와 관련, LG전자는 산업용 로봇 제조사 로보스타에 지분 투자를 했다.
AI 연구원을 통해서는 초당 9경5700조회의 연산 처리가 가능한 하이테크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캐나다 전자장비 전문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파워트레인 합작사를 세우기로 했고, 오스트리아 조명 업체 ZKW를 전격 인수해 시대의 변화 흐름에 과감히 베팅하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해 3월에는 소프트웨어를 주 업으로 삼는 스위스 룩소프트와 인포테인먼트 합작사 '알루토'를 조직했다. 재계에서는 10조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지닌 LG그룹이 추후 로봇·AI·전장 분야 기업들을 차례로 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
|
▲ LG전자와 마그나 인터내셔널의 전기차 파워트레인 합작법인이 오는 7월 출범한다./사진=LG전자 제공 |
지난해 12월, LG화학은 배터리 부문을 분사해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을 세웠다. 이 회사의 작년 말 기준 수주액은 150조원 수준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연간 120GWh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이는 전기차 약 160만대분의 배터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까지 캐파를 2배 넘게 확대해 CATL 등 글로벌 경쟁사들과의 추종을 불허하겠다는 방침이다.
LG유플러스는 5G 통신 기술을 적극 활용해 관련 분야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가장 비근한 예로 우진산전 등 국내외 전문 업체들과 자율주행 전기 버스 개발에 나섰다. 이에 힘을 주기 위해 LG유플러스는 세종시에 자율주행 빅데이터 관제 센터와 플랫폼을 구축할 사업자로 나섰다.
센터는 다음달까지 구축될 예정이다. 이곳에서는 자율주행 실증차량의 인프라와 교통 정보를 모아 분석한다. 차량-사물 간 통신과 정밀 지도 제작·관리 등이 주 목표다.
5G 통신 기술은 일상 속에서만 쓰이는 게 아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평소 '안전'을 강조했다. 이에 맞춰 LG유플러스는 항만 생산성을 제고하고 안전한 작업 환경을 만들고자 '스마트 항만'을 계획해 도입하고 있다. 터미널 운영 시스템과 연동된 원격제어 크레인을 도입해 인력 운영 효율성과 물류 처리량이 향상될 것을 도모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LG유플러스는 스마트시티와 스마트산단 등 B2B·B2G 신사업 분야에서도 수요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엠쓰리솔루션, 테라젠바이오 등과 협업해 폭발적 성장이 기대되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신수종 사업을 모색하고 있어 LG유플러스의 앞날도 기대할만하다는 평가다.
이와 같이 구광모 회장을 중심으로 한 '뉴 LG'는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를 적극 확대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인화 경영과는 별개로 LG그룹은 기존까지 다소 보수적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그러나 과감한 거대 사업 진행을 위해서는 인적 쇄신과 조직 문화 개선이 필요하다는 평도 존재한다. 때문에 구광모 회장은 인재 유치를 키 포인트로 삼았다.
이에 맞춰 LG그룹 AI 사업을 주도하는 AI 연구원은 전문 인력들에 대한 독자적 인사·보상 체계를 적용해 파격적인 대우를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LG전자 등 일부 핵심 계열사에서는 성과급 등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어 그룹 계열사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인사 시스템 개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