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최근 KB증권이 발행어음 금리를 인상하는 등 고객이탈을 막기 위한 노력에 나섰다. 시장금리가 상승 추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있지만, 미래에셋증권이 새롭게 발행어음사업을 시작하면서 경쟁이 가속화된 결과라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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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이 최근 발행어음의 금리를 올렸다. KB증권은 지난 17일 'KB 에이블(able) 원화발행어음'의 금리를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만기별로 보면 9개월물이 기존 1.05%에서 1.10%로 0.05%포인트, 12개월물이 1.15%에서 1.25%에서 0.1%포인트 올랐다.
KB증권의 발행어음 금리 인상은 지난 4월16일 이후 불과 두 달 만이다. 표면적으로는 최근의 시장금리 상승을 반영해 발행어음의 금리를 인상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정황상 발행어음시장의 상황에 대응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발행어음업에는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했다. 업계 선두권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이 지난 달 12일 금융위원회로부터 발행어음사업 최종 인가를 받은 것이다. 이로써 미래에셋증권은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에 이어 단기금융업에 진출한 ‘4번 타자’가 됐다.
미래에셋증권의 자본금 규모는 지난 1분기 기준 9조 1313억원으로 자본금의 200%인 18조 2000억원 수준까지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기존 발행어음시장에 진출한 증권사들보다 한층 더 스케일이 큰 사업이 가능한 셈이다. 기존 3사로서는 경쟁구도에 부담감을 느낄 만한 상황이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은 이달 들어 곧장 3000억원 규모의 첫 발행어음 판매에 나서 ‘완판’을 성사시켰다. 개인 대상 금리를 보면 만기 6개월 이상~1년 미만 1.05%, 12개월은 1.15%로 책정됐다. 법인 대상 금리는 만기 6개월 이상~1년 미만 1%, 12개월은 1.1%였다.
상황이 이렇게 동라가자 KB증권을 비롯한 기존 발행어음 사업자들도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도 금리를 상향조정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의미다.
물론 증권사들의 고민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발행어음사업을 영위하는 증권사들은 자기자본의 200%를 발행어음으로 조달해서 이 중 100%를 기업금융 업무와 중소기업 관련 신용공여에 사용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기업금융 업무가 다소 위축된 상황이기 때문에 금리까지 인상해서 투자자금을 끌어모을 유인이 다소 적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발행어음 사업자들은 시장 금리 상황과 투자처 결정 등 다양한 이해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상황일 것”이라면서 “적어도 지금보다는 금리수준은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전망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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