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완 기자]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정권이 바뀌지 않으면 '이권 카르텔'이 판치는 부패 국가가 될 것"이라며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각오와 함께 대선 무대에 올랐다. 동시에 그간의 잠행과 전언정치의 베일을 벗고 ‘검증의 시간’을 맞닥뜨리게 됐다.
차기 대권도전을 선언한 직후부터 국민 앞에 선 그에게는 날카로운 검증의 칼날이 제기됐다.
우선 ‘윤석열’ 본인에 대한 검증이다. 윤 전 총장은 현직 시절 탁월한 특수부 검사로 활약했지만, 정책 역량과 국정 운영 능력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여야의 주요 대권주자들이 오랜 의정활동이나 행정 경험을 갖춘 점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점이 될 수 있다.
윤 전 총장은 30년 가까이 검찰조직에 몸 담았다. 이는 정치·경제·사회·외교·국방·안보 등 전 분야에서 국정을 총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의미기도 하다.
스스로도 이를 의식한 듯 지난 3월 4일 검찰총장 사퇴 후 최근까지 각 분야 전문가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기본기'를 다지면서 나름대로 ‘대선 수업’을 진행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대선 수업의 결과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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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월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
윤 전 총장은 최근 주요 이슈로 떠오른 ‘공정’이라는 화두에 대해서는 “특정 분야에서 공정한 룰에 따라 경쟁하고 거기에 따라 어떤 보상이 주어지는 공정과 국민 전체의 생애 전 주기에 기회의 공정이 있다”며 크게 두 가지를 제시했다.
이어 “청년세대는 취업이나 입시 등에 있어서 불공정을 많이 느끼기에 특정 분야에서 공정한 경쟁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국가나 정부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보면 생애 전주기에 더 발전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의 보장이 큰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 실책으로 꼽히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정책은 목표가 있어야 된다. 종부세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국민들이 안정되고 예측가능한 집값을 갖고, 필요할 때 필요한 용도의 주택을 용이하게 취득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은 경제정책의 캐치프레이즈로는 ‘지속가능성’을 내세웠다. 그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복지가 필요하고, 지속가능한 복지의 재원을 위해서는 성장이 필요하다”면서 “복지와 성장은 지속가능성이라는 원칙을 갖고, 두 개가 하나의 문제”라는 설명이다.
외교·안보 문제에 대해서도 본인의 생각을 명확하게 드러냈다.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수교 이후 가장 관계가 열악해지고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졌다. 이념편향적인 죽창가를 부르다가 여기가지 왔다”면서 “한미처럼 한일관계도 국방, 외무, 경제 등 정기적인 정부 당국자 간 소통이 향후 관계를 회복하고 풀어나가는데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북관계에 대해서는 “국가의 한 지도자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나 부정적 생각을 가질 필요가 없다”면서 “군사적으로 주적이라고 해도 한반도의 지속적 평화를 구축하는데 협력할 것은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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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전 대선 출마 기자회견이 열리는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
이와 함께 윤 전 총장 본인과 처가를 둘러싼 각종 사법 리스크도 검증의 대상이다. 부인과 장모 등 가족과 관련한 의혹이 담겨있다는 이른바 ‘X파일’ 의혹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법치와 정의를 강조해온 윤 전 총장이 정작 자신과 가족 문제에 깨끗하지 못했다는 점이 확인될 경우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윤 전 총장은 “검사 재직 동안이나 그 이후에나 법 적용에는 예외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검찰총장 시절 많이 강조했지만 법 집행이라는 것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공정하게 해야 한다. 공정한 법 집행에는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X파일’에 대해서도 “국민 앞에 선출직 공직자로 나서는 사람은 능력과 도덕성에 대해 무제한 검증을 받아야 된다는 입장”이라면서 “국정 수행 능력이나 도덕성과 관련해 마땅한 근거를 갖고 제시하면 국민들이 궁금하지 않도록 상세하게 설명해드릴 생각”이라고 정면돌파를 예고했다.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팽개친 채 직(職)을 대권 가도에 활용했다는 여권의 비판 프레임에 대해서도 “모든 사건들이 다수의 국민들과 또 단체들이 국가 기관에서 고발한 사건을 절차와 원칙에 따라 한 것 이외에는 없다. 원칙과 상식에 따라 일을 했다고 자부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특히 자신의 대권 도전에 대해 “국민들의 법치와 상식을 되찾으라고 하는 여망을 외면할 수 없고, 또 혼신을 다해서 이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사법 검찰 공무원이 선출직에 나서는게 맞냐, 안맞냐는 논란은 결국 국민들이 판단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검찰개혁에 대해서는 “국민의 검찰과 공정한 검찰을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한 뒤 “권력 비리를 제대로 감시하고 열악한 국민을 상대로 법을 집행할 때 더욱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면서 가야된다는 게 검찰개혁의 요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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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한 뒤 지지자들의 응원을 받으며 기념관을 나서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사진 |
아울러 윤 전 총장은 향후 대권 행보에서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서는 “철학면에서는 국민의힘과 생각을 같이 한다”면서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 분이라도 지성과 상식을 갖고 국가가 운영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동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 문제에 대해서는 “형기의 상당 부분을 경과했기에 가석방 문제가 논의되는 것 같다. 절차에 따라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서는 “현직 대통령이 판단해야 할 문제”라면서도 “연세도 있고, 여자인 대통령의 장기 구금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국민이 많고 저 역시 그런 국민 생각에 어느정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윤 전 총장은 당분간 현장 밀착형 민생 탐방으로 부족한 역량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가 무엇인지 더 고심하는 시간을 갖겠다는 취지다.
그는 “오늘 첫발을 디디고 시작하니까 많은 분들을 만나서, 또 오랜 정치경험을 가진 원로분들을 만나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듣고 배우겠다”면서 “국민들에게 혼선을 주고 불안감을 갖게는 절대 하지 않을 테니까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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