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일본정부가 한국에 대해 수출규제 조치를 시행한지 2년이 지났다. 아직까지 한일관계는 냉각 기류를 벗어나지 못했고, 오는 7월 도쿄올림픽을 개선의 기회로 기대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 가능성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3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도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을 전망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보내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최근 “관련 논의가 없다”고 했다. 앞서 지난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계기 추진했던 한일 정상회담이 돌연 일본측의 거부로 무산된 마당에 문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 불필요해졌다.
최근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올림픽 개최 강행으로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스가 총리가 ‘한국 때리기’로 국면 전환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여전히 한일관계를 국내용으로 활용하는 스가 정권에 기대할 것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25일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문 대통령의 도쿄올림픽 방일에 대해 60.2%가 반대했다.
일본정부는 2019년 7월 1일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 운용 개정’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제조의 필수 부품인 포토레지스트(감광액),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화학물질에 대해 한국에 수출할 때마다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전략물자 수출시 수출 허가 신청을 면제해주는 나라 즉,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사실상 일본의 한국에 대한 ‘경제 전쟁’ 선포로 우리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에 일본의 수출규제를 제소했다. 우리국민의 일본 제품 불매 운동과 일본 여행가지 않기 등의 운동도 벌어졌다. 이후에도 한국 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위안부 배상판결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도쿄올림픽 지도에 독도 일본 영토 표기 등 한일 갈등은 증폭했다.
사실 한일 간 역사 갈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지만 문재인정부에서 폭발력을 가진 것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부정한데 이어 2018년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로선 국민정서에 반하는 한일 정부간 합의에 일단 선을 그을 필요가 있었겠지만 일본정부의 반발은 극심했다.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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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오른쪽),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
문재인정부는 역사 문제에 대해 사법부 판결을 존중하면서 피해자 중심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국가 관계는 미래지향적으로 추진하는 ‘투 트랙’ 전략을 내세웠지만 일본정부에 통하지 않았다. 일본정부가 화이트 리스트 배제까지 강행한 것은 한일청구권협정이란 수교의 근간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을 가능케 한다.
일본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정치자금법 위반 협의인 ‘벚꽃 스캔들’ 등으로 인해 조기 퇴진하고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정권을 이어받으면서 한때 한일관계 개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방역 실패와 도쿄올림픽 개최 무산 위기까지 겹친 상황에서 스가 정권 역시 한일관계 개선에 나서기가 쉽지 않았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지일파’로 꼽히는 강창일 전 국회의원을 주일대사로 임명했지만 강 대사는 부임 4개월만에 신임장을 제정할 수 있었다. 통상적으로 이뤄졌던 총리 및 외무상 예방도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방침 결정 과정에서의 한일 협의 과정도 충분치 않았다.
그나마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중재로 한일 국장급 협의와 G7 외무장관회담 계기 한일 외교장관회담은 성사됐지만,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의 정상회담은 불발됐다. 한일 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일본측의 말 바꾸기가 자행되면서 우리외교 당국자가 이례적으로 배경을 폭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금까지 문재인정부는 일본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배제하는 맞대응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GISOMIA) 파기라는 강수를 뒀다. 하지만 미국이 개입하면서 지소미아 종료 방침을 철회한 바 있다. 대신 한일대화 계기 일본에 수출규제 중단을 요구하는 동시에 소재·부품·장비 분야 산업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다.
한미일 안보협력의 안정화를 동북아 핵심 외교전략으로 꼽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은 문 대통령으로 하여금 일본과 관계 개선 기회를 모색하게 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미국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이 지금처럼 대화를 거부하는 한 한일 냉각 기류는 지속될 전망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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