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MZ세대'로 불리는 2030세대의 가계대출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한 방책으로 '주택공급확대' 대신 '대출조이기'에 나서자, 내집마련을 하지 못한 MZ세대들이 일제히 '패닉바잉'으로 맞대응한 게 가계대출 폭증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여기에 대학생 등 미취업자와 직장인들이 신용대출로 등락 폭이 큰 코인투자에 나서면서 가계대출이 '위험수준'에 달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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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중은행 대출창구 / 사진=연합뉴스 제공 |
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이 MZ세대에게 빌려준 가계대출 잔액은 3월말 현재 총 259조 6000억원으로 1년 전 214조 9000억원 대비 44조 7000억원 증가했다.
20대가 32조 7000억원에서 43조 6000억원으로 10조 9000억원 불었고, 사회초년생이 많은 30대가 182조 2000억원에서 216조원으로 33조 8000억원 증가했다. 올해 2030세대의 대출잔액은 40대 267조 8000억원에 이어 2위에 랭크될 전망이다.
총 가계대출 증가분 중 MZ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33.7%에서 지난해 45.5%로 11.8%포인트(p) 증가했다. 김 의원은 올해 MZ세대의 대출 증가세가 50.7%로 절반을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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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은행의 총가계대출 잔액 / 자료=김한정의원실 제공 |
MZ세대의 대출을 부문별로 살펴보면 주택담보대출이 182조 8000억원, 신용대출 등이 76조 7000억원으로 1년 전의 151조 1000억원, 63조 8000억원 견줘 각각 31조 7000억원, 12조 9000억원 증가했다.
집권 5년차인 문재인 정부는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등 '폭탄 조세책'을 펼치는 한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대출을 조이는 등 스물두차례의 부동산대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시장은 '팔자' 대신 '소유'나 가족 등에게 소유권을 양도하는 식으로 대응하며 집값을 부채질했다. '손 안대고 코 푸는 식'의 대책만 펼치다 화만 더 키웠다는 지적이다.
KB국민은행의 부동산가격지수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가격은 지난해 9.65% 상승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9.97% 상승했다. 특히 가격 상승폭이 큰 수도권 아파트의 경우 올 상반기 12.97% 상승해 19년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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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 / 자료=김한정의원실 제공 |
유경원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주택) 물량을 늘려 주거서비스를 안정화 시켜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금융정책으로 (해결하려다 보니) 문제가 됐다"며 "사람들에게 주거사다리로 자산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컨센서스가 마련된 상황에서 계속 금융에 대한 접근성을 낮춰주니 돈을 꿔서 투자하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주담대와 저금리 등 완화된 금융정책에 주택공급 부족까지 겹치면서 잠재 수요자들의 '영끌수요'를 일찍 부추겼다는 설명이다.
이어 "과거에는 30대 중후반쯤 시드머니에 대출을 일으켜 주택을 마련했다. (요즘은) 벼락거지라는 말이 나오듯 급하다보니 (MZ세대의) 주택 매입시기가 빨라졌다"며 "주택시장 가격이 이 정도로 올라가는 건 '난센스'"라고 평가했다.
이 외에도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좀 더 크고 좋은 집으로 이동하려는 잠재수요가 집값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 교수는 정부가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마련한 DSR 규제에 대해서는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중앙은행의 금리인상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리가 '큰 칼'이라면 DSR 규제는 스폿성의 '작은 칼'과 같은 정책이라는 점에서 과열된 시장부터 환기시켜야 한다는 평가다.
유 교수는 “DSR 규제에 대한 필요성은 있다고 본다. 다만 DSR 규제로 실수요자가 역차별되는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며 “지금은 작은 칼이 아니라 큰 칼을 휘둘러 (시장에) 시그널을 줘야 할 때다. 금리부터 올려서 시장을 쿨다운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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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은행의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잔액 / 자료=김한정의원실 제공 |
한동안 불어 닥친 코인열풍도 가계대출 증가세에 한 몫 한 모습이다. 김 의원에 따르면 국내 4대 가상자산거래소(빗썸, 업비트, 코빗, 코인원)의 가입자는 4월말 현재 581만명이다. 이 중 MZ세대의 비중이 약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체 가계대출에 견줘 코인투자의 비중은 크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다. 자산투자의 1순위가 주택인 만큼, 주담대와 신용대출로 주택을 마련하지 못하는 세대를 중심으로 코인투자에 몰렸을 거라는 설명이다.
유 교수는 "(종자돈이 부족한 젊은 세대는) 노동소득 증가세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목표하는 자산 및 소득수준에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결국 주택보다 코인에 몰릴 수밖에 없다"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 빠른 자산 증식으로 더 나은 삶을 사려는 '파이어족' 현상까지 겹치면서 신용대출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빚을 이용해 높은 수익률을 노리는 '레버리지 투자'에 대한 경고도 나온다. 다른 나라에 비해 부채 증가세가 가파른 데다, 한국은행이 올 하반기 기준금리를 한두 차례 인상할 것으로 예고했기 때문. 가계대출을 줄여야 국가 거시건전성도 강화할 거라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상환능력이 부족한 MZ세대가 소위 빚투, 영끌로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를 하고 있어 걱정된다”며 “금융감독당국은 이들의 부채 관리 및 부실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유 교수는 “(MZ세대가) 금융시장이나 자본시장에 관심을 가지는 건 긍정적인 일”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투자가 계속해서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지 않는다. 개인이 시장을 이길 수 없는 만큼, 욕심으로 레버리지 투자에 나서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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