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정부가 국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 '비교임상'을 하기로 했으나 이는 국내 기준에 불과해 수출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백신 물량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임상용 백신 수급 계약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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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영등포구 제1 스포츠센터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 접종 센터에 준비된 화이자 백신./사진=박민규 기자 |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백신 개발사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마련한 '비교임상' 가이드라인에 따라 임상 1·2상 3상 시험을 준비 중이다. 비교임상이란 화이자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등 기존 백신과 효능을 비교해 비열등함을 입증하는 방식이다. 시험대상자수는 시험군에서 3000명 이상, 대조군에서 1000명 이상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해야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유바이오로직스는 자사가 개발 중인 백신(코드명 NBP2001)과 동일한 플랫폼 기술이 적용된 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을 대조 백신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노바백스는 단백질 재조합(합성합원)방식의 플랫폼 기술이 적용된 백신이다.
다만 두 회사가 오는 3분기 내 임상 착수를 목표로 하는 반면 노바백스 백신은 아직 상용화 이전 단계여서 일정이 변동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노바백스 백신은 해외 임상시험이 지연됨에 따라 허가신청도 오는 9월로 연기된 상태다.
셀리드는 개발 중인 백신 후보물질 'AdCLD-CoV19' 대조 백신으로 1회만 접종하는 아데노 바이러스 벡터(전달체) 방식의 얀센을 선택했다. 단 셀리드는 당초 오는 9월 국내·외에서 얀센과 비교 임상 3상 시험을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현재 얀센 측과 대조 백신 활용에 관한 공급계약 수정이 이뤄지지 않아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진원생명과학은 자사에서 개발 중인 백신(GLS-5310)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비교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업계 일각에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중화항체가가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대비 다소 낮은 예방율을 보여주기 때문에 비교임상이 좀 더 수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비교임상을 진행하면 백신 개발에 소요하는 비용과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넘어야할 과제도 많다. 우선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백신 물량이 귀한 만큼 개별 민간 기업이 시중에서 이를 사들이기가 힘들다. 따라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세계보건기구(WHO),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 등 국제 기구와 협상을 이끌어내야 한다.
비교임상 물량을 구한다고 하더라도 국내 기준 데이터를 해외에서 인정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통상적으로 해외 규제 당국에서 비교 데이터를 평가 시 WHO의 면역대리지표(ICP)를 활용하는데, 코로나19의 경우 아직까지 정립된 게 없다. 이와 함께 백신의 중화항체를 추출하고 평가하는 기준 및 표준 검사법이 마련되어야 해외 규제 당국에서 비교 임상 데이터의 객관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비교임상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대조 백신 확보에서부터 수출과 관련한 문제까지 아직까지 넘어야할 산이 많다"며 "하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백신 주권 확보를 위해 기업에선 끝까지 연구개발을 하는 한편 범정부 차원의 지원도 이어져야할 것이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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