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 복지보다 재정 틀 안에서 선택적 복지 운영해야
   
▲ 김흥기 교수

증세 없는 복지를 둘러싸고 세상이 시끄럽다. 청와대와 여야가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모두가 불만족스런 모습이란 것이다.

누군가는 복지를 안 한다고 불만이고 누군가는 불필요한 복지를 한다고 불만이다. ‘증세’ 여부에 초점을 두지 말고 어떤 ‘복지’를 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어야 하는데 뭔가 이상하다.

봉급장이들은 연말정산 세금폭탄을 맞아 화가 나있다. 세금이 늘었다는 사실보다도 훨씬 돈 많이 버는 사람들이 세금을 덜 낸다고 생각하니 울화통이 치민다. 속된 말로 월급장이 삥 뜯어서 세수 채워 복지한다는데 기분이 좋지 않다. 자신들이 ‘봉’이냐는 것이다.

이 와중에 기업들이 골탕을 먹고 있다. 정부가 오락가락하기 때문이다. 언제는 '기업 프렌들리' 한다고 하다가 서민층이 어려워지면 당장 기업을 몰아세우는 쪽으로 방향을 튼다. 마치 기업이 서민층의 적이라도 되는 모양이다.

사회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시장은 사람들이 모여 뭔가를 사고파는, 즉 ‘거래’를 하는 곳이다. 심리학자 조지 호만스(George Homans)는 교환이론을 통해 '인간과 인간의 교제는 본질적으로 사회교환(Social Exchange)의 일환'이라고 설파했다. 한마디로 세상은 ‘거래’라는 것이다.

거래가 이뤄지려면 거래가 이뤄지는 이유가 있어야 된다. 아무 이유 없이 시간이 남아돌아 시장에서 거래될 만한 뭔가를 준비하고 또 그것을 시장에 내놓는 번거로운 짓을 할 만큼 세상은 한가롭지 않다. 먹고 산다는 게 그렇게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 봉급장이들은 연말정산 세금폭탄을 맞아 화가 나있다. 세금이 늘었다는 사실보다도 훨씬 돈 많이 버는 사람들이 세금을 덜 낸다고 생각하니 울화통이 치민다. 속된 말로 월급장이 삥 뜯어서 세수 채워 복지한다는데 기분이 좋지 않다. 자신들이 ‘봉’이냐는 것이다. /뉴시스
사람은 누구나 유한한 시간의 제약 속에 산다. 성경은 ‘에녹’처럼 하나님께 불려 올라간 이를 제외하곤 모든 사람이 태어나고 죽었음을 수 페이지에 걸쳐 보여주고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영원불변한 기업은 없다. 명멸하는 존재이다.

사람들이 모여 만든 기업. 사람들이 모여 만든 정부. 사람들이 모여 만든 도시. 하늘 아래 이유 없이 만들어진 것은 없다. 뭔가를 이유 없이 사는 사람(소비자)이 없듯 뭔가를 이유 없이 생산하는 기업(생산자)도 없다. 무릇 기업이 투자하려면 이유가 있어야 한다. 세금 깎아 줬으니 투자할 것이라고 기대한 정부는 무능하다.

기업은 투자할 이유가 있어야 투자한다. 기업가는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어 목숨 걸고 사업을 한다. 망하면 자신과 가족의 신세를 망치고 종업원과 거래처 등 모든 이해관계인에게 큰 피해를 끼친다. 이런 면에서 기업의 지상과제는 바로 ‘생존’이다.

경제원론을 펼쳐보라. 소비자의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과 기업의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무엇인지. 세금 깎아 줬는데 기업이 투자 안한다고 호통을 치고 기업을 몰아세운다. 그러면서도 세율 다시 올리면 경기가 더욱 악화될까 겁을 집어먹고 걱정한다. 참으로 안타깝고 한심하기 짝이 없다.

기업은 투자할 환경이 마련되고 돈 벌 기회가 보이면 투자 못하게 막아도 기를 쓰고 투자한다. 기업은 꼭두각시가 아니다. 기업은 ‘반응하는 생물’인 것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기업은 ‘이윤과 보상’에 의해 움직인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지난 대선에 출마한 허경영 씨는 '예산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나라에 도적놈들이 너무 많은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예산이 작아서라기보다는 부처 이기주의와 세금낭비로 인해 예산이 부족한 것 아닌가? 지금 당장 무상복지, 보육하는 게 어렵다면 재정 형편이 좋아질 때 하면 될 걸 어디에선가 돈을 뜯어내서라도 밀어붙여야 하는가?

정부는 기업을 다그쳐서 세금을 뜯어내는데 초점을 두지 말고 일단 현재의 재정 틀 안에서 선택적 복지를 잘 운영해보라. 운영과정에 배우는 점이 많아 우리는 좀 더 우리현실에 맞게 지혜로워질 수 있다. 우리 국민들도 혜택을 받아보면서 장단점을 깨달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곤 보편적 복지로 이행하면 된다. /김흥기 모스크바 국립대 초빙교수, 베스트셀러 '태클'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