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13일 "젊은 당 대표의 새로운 정치를 기대한 신뢰 배반"
수습 나선 지도부, 김기현 "합의했다는 것 자체가 팩트 아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자 당내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 대표는 “합의 내용이 충분히 설명되기 어려웠던 것 같다”고 수습에 나섰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아 보인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희숙 의원은 13일 “여당이야 원래 철학이고 원칙이고 상관없이 돈 뿌리는 것으로 일관했지만, 국민의힘은 적어도 다음 세대의 등골을 빼먹으며 불필요한 빚을 내지 말자고 다짐했고,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걱정해 온 유일한 정치세력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안 그래도 고령화 때문에 어깨가 으스러질 다음 세대에게 빚을 더하게 되니 미안할 뿐”이라며 “이 상황에서 재난의 충격을 전혀 받지 않은 이들에게까지 모두 재난지원금을 뿌리는 것에 도대체 무슨 정책 합리성이 있겠냐”고 지적했다.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후 여의도 한정식집에서 회동을 가졌다./사진=국민의힘 제공

특히 “무엇보다 당내 토론도 전혀 없이 그간의 원칙을 뒤집는 양당 합의를 불쑥하는 당 대표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며 “민주적 당 운영을 약속한 대표를 뽑았을 때 자기 마음대로 밀어붙이는 과거의 제왕적 당 대표를 뽑은 것이 아니다. 그는 젊은 당 대표의 새로운 정치를 기대한 수많은 이들의 신뢰를 배반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코로나가 안정된 후에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재난지원금 지급이 코로나를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는 비판을 피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식의 판단,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원 지사는 “재난지원금은 일반 국민의 소비지원금이 아니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생존자금으로 집중 지원되어야 한다는 철학이 없으니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라며 “의원총회에서 다시 물길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의원 역시 “재난 지원금을 주더라도 코로나 사태로 인해 피해가 큰 자영업자 등에 현실적인 손실보상을 책정하는 방향이 맞기 전 국민에게 용돈 뿌리기는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며 ”실효성도 적고 가게에 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이런 추경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조해진 의원은 전날 “전 국민 지급을 통한 소비촉진은 코로나 방역에 역행하는 것이고, 실제적 피해자에 대한 보상·지원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오며 소득재분배에 역진하는 것”이라며 “이 대표가 당의 기존 입장과 다른 합의를 해준 경위가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당 대표가 말하는 것은 당의 공식 입장 또는 당론으로 비치는 측면이 있기에 의미가 다르다”며 “이 대표가 당내 소통에 좀 더 노력해야 하고, 발언에 신중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국민의힘 제공

당내 반발이 거세지자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수습에 나섰다.

이 대표는 전날 오후 11시 59분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방역수칙 강화로 2인 제한이라 배석자가 없다 보니 회동 후 전화로 다른 방에 있던 대변인들에게 전화상으로 간략하게 발표 내용을 정리해 전달하고 대변인들이 먼저 그 내용을 기반으로 브리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화된 방역수칙에 따라 배석자 없이 진행된 회동의 특성상 브리핑 내용으로 합의 내용이 충분히 설명되기 어려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전 국민 지원한다는 것에 합의했다는 것 자체가 팩트가 아니다”라며 “우리 당 입장은 달라진 게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논의하자'는 당내 주장에 대해서도 “들은 바가 없다”며 “이미 그 부분에 대해서는 논의가 충분히 돼 입장이 다 정해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도읍 정책위의장도 이날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합의 내용은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 손실을 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범위를 넓히고 두텁게 지원하자는데 우선적으로 추경을 활용하고 이후 남는 재원이 있을시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전 국민으로 확대하자는 것을 검토하자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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