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M 케이블 채널 바둑 TV 한류문화콘텐츠의 새로운 비전

   
▲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방송가 우스개 하나. “SBS직원이 MBC가면 상 받는다. MBC에서 일하는 대로 KBS에서 하면 포상도 승진도 떼어 놓은 당상이다” 미디어기업들 생산성 체인 리액션이라고 해야 할까..., 지상파 방송 3사의 고르지 못한 경영시스템과 업무수행능력을 빗댄 싱거운 유머이다.

덧 붙여 “CJ 인력이 SBS나 다른 지상파 방송사에 들어가 일한다면?” 버전도 나와 있다. 답은 하나마나다. ‘올 킬’이라 해도 되고 일당백이란 은유도 옳다. 아주 디테일한 제작역량 같은 면에서는 단순 비교가 어렵겠지만 실적과 성과로 승부하는 시장경쟁 상황에서는 이처럼 피해갈 수 없는 랭킹이 매겨진다.

실제로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은 2014년 한 해 수백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업계에 따르면, 지상파 3사는 작년 월드컵에서 490억원 수준의 광고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쳐 월드컵 비즈니스에서만 300억 원 이상 손실을 봤다.

유머에 등장한 CJ는 이와 달랐다. 방송과 영화, 음악, 공연 , 게임 등을 포함한 미디어복합그룹을 지향하는 CJ E&M의 2014년 연간 매출은 1조 2327억원, 당기순이익 2336억원으로 집계되었다. 방송부문만 보면 광고 경기 부진으로 인해 광고 매출은 답보했지만 ‘미생’, ‘삼시세끼’ 등 콘텐츠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광고 패키지 및 콘텐츠 판매 확대가 두드러졌다.

특히 콘텐츠 판매 매출이 446억원으로 무려 69%가 늘어나 총 2418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광고가 꽉 막혔을 때 해외 판매로 길을 열어나가는 힘. 이것이 CJ가 더 오랜 전통과 역사 금자탑을 쌓은 지상파 3사를 압도하는 업무능력이고 인적역량이다. 구체적으로는 미디어와 콘텐츠를 다룰 줄 아는 전문성을 말한다.

아무튼 2015년 초 한국 미디어산업 지형도를 보면 CJ E&M과 CGV 등 CJ 브랜드가 거의 모든 면에서 대표주자로서 선도하는 원톱(One Top)체제로 빠르게 재편되는 형국이다. CJ로서는 설탕, 조미료, 밀가루 만들다가 돌연 업의 개념을 바꿔 1993년 음악채널 Mnet을 시작한지 22년만이고 1995년 글로벌 합작으로 영화 사업에 손댄지 20년 만에 올라선 국내 1위에 해당한다.

이렇듯 오랜 도전을 거쳐 CJ의 미디어, 콘텐츠 사업이 국내 챔피언이 되었다고 하지만 새삼 주목을 받거나 잔치를 벌이는 광경은 찾을 수 없다. 언론들도 CJ가 뚝심 있게 치고 올라온 성과와 혁신을 뉴스메이커로 삼길 주저하고 있다. 한류와 창조경제 선봉으로서 세계경영을 출범해야 할 CJ를 북돋워주는 파이팅 소리는 맥없이 가늘기만 하다.

여기에는 1등이 된 제일주의를 견제하고 인정하지 않는 이상한 기류가 분명히 있어 보인다. 누군가 앞서 나가면 손가락질하고 높이 올라가면 밑에서 흔들기부터 하는 놀부 심보가 가득하다. 이런 냉기류로는 자칫 CJ 같이 자수성가한 로컬 챔피언이 국제무대에 가서 제대로 된 도전 한 번 못해보고 먹잇감이 되고 마는 최악 시나리오까지 염려되는 상황이다. 해서 한국 미디어산업 발전을 위해서 파이팅 한번 세게 외치고 싶다. 특별히 CJ에게 전하는 구호는 ‘몽백합 10번기’다.

   
▲ 2014년 4월 27일 열린 'Mlily 몽백합(夢百合) 이세돌-구리 10번기'. 이세돌(왼쪽) 9단이 제4국에서 중국의 구리(古力) 9단에게 179수 만에 백 불계패했다./뉴시스
마침 CJ E&M의 케이블 채널인 바둑 TV가 지난해 연말 ‘천하쟁패 – 영웅들의 투혼’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부제는 ‘이세돌 vs 구리 10번기’. 한국바둑을 대표하는 이세돌 9단과 중국의 간판스타 구리가 10번기라는 치명적인 게임을 통해 건곤일척의 승부를 펼친 내용이다. “1983년생 동갑내기 한국과 중국 바둑을 상징하는 간판스타 그리고 화려한 전투 본능의 스타일까지 빼닮은 이세돌과 구리가 극한무대에 올랐다. 9억원에 육박하는 승자 독식 상금을 걸고. 세상은 강자를 원하고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건곤일척의 승부에 세상은 환호한다.

2014년 1월 결과의 잔혹함으로 인해 70년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10번기가 다시 부활했다. 2013년 세계대회 무관의 수모를 당한 한국바둑과 무수한 세계 대회를 석권하고 있는 중국바둑이 10번기를 통해 또다시 진검승부를 펼칠 수 있는 장이 형성 그 무대에서 이세돌이 승리했다”고 바둑TV는 설명하고 있다.

CJ의 바둑TV가 특집 다큐멘터리 감으로 잡았을 정도로 ‘이세돌 vs 구리 10번기’ 대결은 짜릿한 콘텐츠였다. 10번기라는 바둑 역사와 문화 원천 소재도 흥미로웠지만 산업과 비즈니스 측면에서 본다면 흥행의 최대 공신은 단연 거액을 협찬한 ‘몽백합’이었다. 이세돌 9단에게 지급되는 우승상금은 500만 위안(약 8억5000만원)을 내놓은 ‘몽백합(夢百合)’ 표현 또한 재미나다.

원래 표현은 'Mlily 몽백합(夢百合) '이고 이번 대회명도 'Mlily 몽백합(夢百合) 이세돌-구리 10번기'라고 해야 한다. 여기 Mlily는 덴마크의 유명한 가구 브랜드인데 메모리폼으로 잘 알려진 침구류 업계 선두주자이다. 이 회사가 쾌적한 수면과 휴식을 모토로 내걸고 미라클 릴리(백합)라는 뜻을 지어낸 합성어 ‘Mlily’를 사용한 것이 중국에서 ‘몽백합(夢百合)’이 된 스토리다.

이런 재미난 스토리가 있는 소재와 사건, 상황을 요리하는 게 또한 문화로 사업하는 콘텐츠 비즈니스의 묘미이기도 하다. 미디어, 콘텐츠 전문기업 CJ도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전통지식이자 문화로서 바둑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장차 세계적인 아이템으로 키우기 위해 ‘이세돌 vs 구리 10번기’을 골랐을 터이다.

이 ‘몽백합(夢百合)배 10번기’는 언뜻 우연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 자축도 못하고 위축된 로컬 챔피언 CJ에게 아주 절실한 파이팅 구호가 되어 줄 것만 같다. ‘몽백합(夢百合)’이 말하는 꿈과 꽃이 곧 문화콘텐츠와 라이프스타일 한류를 추구해온 CJ 마음이자 비전이기 때문이다. 또한 CJ 영화, 드라마, 음악의 수요자이기도 한 우리 국민, 아시아 이웃들 고단한 삶을 위무하고 웃고 즐기는 낙관적 열정을 생성시켜주는 소프트 파워를 함축하는 은유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가 노상 말하지만 쉽게 전달하지 못하는 창조경제, 창조산업의 시적 언사로서도 ‘몽백합(夢百合)’은 딱 떨어진다.

여기에 더해 ‘10번기’도 무척 중요하다. 기원전 2,306년부터 전해진 바둑이야말로 한국과 중국, 일본을 하나로 묶어세우는 공통자산이요 조상의 지문이라고 할 만하다. 바둑 인구가 줄어들었다 해도 바둑으로 전략과 전법을 부렸던 마오쩌뚱의 후예들이 곧 지금 중국기업들의 당찬 리더들이니 전통은 혁혁하다. 일본의 경제적 발전도 바둑이나 유학으로 익힌 자기조절과 관리라고 본다면 이 역시 굳건하다. 우리나라도 요즘 글로벌 시장에 던질 문제작, 걸출한 시나리오가 없다고 야단들인데 바둑을 생각해보면 우리 것, 가까운 인연으로 만들어나갈 용기를 척척 받게 된다.

‘몽백합(夢百合)’이 가리키는 소프트 파워라는 업의 개념과 세계를 호령할 아시아적 가치와 전통지식을 강조하는 ‘10번기’가 합친 ‘몽백합 10번기’를 조금은 위축된 CJ는 물론 우리 미디어산업 전체에 의미 있는 파이팅 구호로 띄우고 싶다. 중국 네티즌 반응을 되짚어 봐도 이 구호의 힘을 단박에 느낄 수 있다. “중국의 부호들은 이걸 교훈삼아 다시는 이런 ‘10번기’같은 류의 대결을 하지마라. 우주제일대국 한국경제나 좋게 하고 이렇게 패배한 측은 타격이 커잖아. 구리의 웃고 있는 얼굴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프다”

표현이 과하지만 중국에서 우주제일대국 한국이라는 말까지 나오게 한 계기가 바로 ‘몽백합 10번기’였다. 경제규모나 군사 실력이야 꽤 차이나지만 애호하는 취미 생활 영역에서 중국이며 미국을 단번에 극적으로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마성적인 소프트 파워. 이게 곧 창조경제 자산이고 공동체 파이를 키우고 복지도 일자리도 해결하는 희망일 수 있다.

소프트파워 문화콘텐츠 로컬 챔피언 CJ도 그래서 기회를 꼭 잡아야 한다. ‘몽백합 10번기’ 정신과 전략 전술로 세계경영 세계쟁패에 온 몸을 던질 각오를 보여야 한다. 스스로 힘으로 문화콘텐츠 로컬 챔피언에 오른 CJ를 지켜봐온 우리 사회도 좀 더 따뜻한 마음으로 기회를 살려줘야 할 때다. CJ 인력들이 ‘몽백합 10번기’에 올라 타 중국, 미국과 멋진 승부를 겨뤄나가도록 선수에게 돌을 쥐어주는 미담을 갈망한다.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