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상품·서비스 혁신으로 차별화…해외 핀테크와 JV 구상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음달 6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앞둔 카카오뱅크가 '넘버원 리테일뱅크, 넘버원 금융플랫폼'을 선언하며, 혁신 금융회사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인터넷은행으로서 플랫폼과 혁신기술을 이용해 국내 전통 금융회사를 넘어 해외 핀테크에 맞서겠다는 구상이다. 일반 은행과 국내 금융시장에서의 땅따먹기 경쟁을 펼치기 보다 기존에 없던 다양한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출시해 거대 '금융 플랫폼사'로 성장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IPO 프레스톡에서 상장 계획을 밝히고 있다. / 사진=카카오뱅크 제공


윤호영 카뱅 대표이사는 20일 'IPO 프레스 토크(PRESS TALK)'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인터넷은행이라는 출발점이 (전통 금융권과) 다르다 본다. 인터넷은행특례법에도 보면 금융과 IT가 만나야 하고, 금융의 혁신을 위해 일해야 한다"며 "모바일기반 비대면영업이라는 특수성이 있다. 금융플랫폼을 수반할 수밖에 없어서 국내 상장한 타 은행과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카뱅이 무점포 은행인 만큼 시중은행 대비 자산규모가 태부족할 수밖에 없고, 기술 기반 금융회사인 만큼 은행과 단순 비교하지 않겠다는 설명이다. 카뱅이 그동안 경쟁상대로 국내 은행 대신 해외 핀테크업체를 지목한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카뱅의 시가총액이 전통 금융사의 시총을 크게 웃돌자 세간에서는 회의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금융시장의 '메기'로서 활약하는 건 맞지만 오랜 업력과 규모를 자랑하는 시중은행을 초월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다. 

카뱅은 이번 IPO에서 신주물량 6545만주를 발행한다. 공모가는 최대 3만 9000원을 책정했다. 약 2조 5525억원을 조달할 수 있는 셈이다. 증자전 발행주식총수 4억 965만 237주와 합치면 상장주식수는 4억 7510만주에 달하며, 공모가 기준 시총은 최대 18조 5289억원에 이르게 된다. 국내 4대 금융지주인 하나금융 14조원와 우리금융 8조 5000억원을 크게 웃돈다. 

여기에 다음달 6일 상장 후 공모가 2배로 시초가가 형성된 후 상한가를 기록하는 이른바 '따상'에 성공한다면 카뱅 시총은 1위 금융지주사인 KB금융 23조 3000억원의 2배를 넘기게 된다. 

일반 은행주 대비 과도하게 높은 주가순자산비율(PBR)도 문제다. 카뱅은 해외 4개의 디지털 금융사와 비교해 자사 PBR을 7.3배로 제시했다. 국내 금융주들은 대부분 1배를 넘지 않고, 미국의 인터넷은행들도 1.8배 수준이다. 

이에 대해 윤 대표는 "기존 산업에서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섹터라 기존 은행과 비교하기 어렵다. 펀더멘털과 성장성은 차별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카뱅은 모바일 플랫폼으로 끌어모은 트래픽을 확장해 더 많은 금융 소비자가 이용하는 '리테일뱅크 넘버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통적 관점에서의 자산과 규모 대신 '고객 수' 기반의 1등 리테일뱅크로 도약하겠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단순 은행 비즈니스를 벗어나 플랫폼 비즈니스를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으로 은행라이선스를 활용해 자산관리(WM)·펀드·방카슈랑스·외환 등으로 외연을 확장하거나, 기존 금융사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26주 적금, 이종 업체와의 협업으로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 등을 기획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카뱅은 100%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등 새로운 여신상품 출시를 앞두고 있는 데다, 금융사들이 주목하지 않던 개인사업자·외국인 대상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인 만큼 고객수가 대폭 늘어날 거로 기대하고 있다. 

비대면 주담대 상품은 올해나 내년 초 출시할 계획으로, 100% 모바일 비대면서비스가 가능할 전망이다. 전월세보증금담보대출을 100% 모바일로 구현한 만큼 주담대도 순조롭게 이뤄질 거라는 입장이다. 

이 외에도 카뱅은 카카오페이·카카오톡 등 카카오 계열사들과 협업해 새로운 '모바일 유저중심 시장'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 카카오뱅크 직원들이 판교오피스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카카오뱅크 제공


카뱅은 자체 확보한 기술을 다른 사업체에게 판매하는 '기업간 거래(B2B)'도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카뱅은 신분증을 인식할 때 필요한 OCR 기술을 자체 개발해 B2B 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현재 금융위원회가 안면인식 기술을 혁신서비스로 인정했고, 금융규제 샌드박스로 금융기술연구소가 인가를 받은 만큼 카뱅은 기술개발에 역량을 강화해 다양한 사업자에게 B2B를 펼치겠다는 입장이다.

윤 대표는 "(카뱅은) 리눅스베이스로 IT회사에 맞는 역량을 가지고 IT스럽게 만들었다. 기술우위의 역량으로 단기간에 흑자전환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며 "금융기술연구소가 인가를 받았다. 이곳을 통해 금융사가 갖춰야 할 다양한 기술을 개발해 UI/UX와 산업 근간 인프라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 금융시장 점유율 늘리기에 주력한 카뱅은 해외진출도 계획 중이다. 다만 해외 금융사나 핀테크를 인수합병(M&A)하는 방식보다 지분을 투자하거나 조인트벤처(JV·합작투자)를 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카뱅이 개인사업자 대상 신용평가사로 활약하기 위해 한국신용데이터(KCB)와 합작법인을 설립한 것처럼 비슷한 방식을 취하겠다는 설명이다. 

윤 대표는 "과거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 우리에게 JV식으로 모바일뱅크를 설립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당시엔 자본 한계와 국내비즈니스에 몰입하는 문제 때문에 피했다"면서도 "(향후) 좋은 기회가 온다면 아시아나 해외에 적극 검토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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