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의 사투…얼음팩 소용없는 폭염에 금방 땀범벅
"우리가 안 하면 누가 하나…음식 음료 섭취도 자제"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까지 폭염이 연일 거듭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을 막기 위한 의료진의 사투가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이 열돔 현상까지 예고한 가운데, 뙤약볕에 아스팔트 도로와 광장의 복사열이 선별 진료소를 덮치고 있다. 에어컨을 종일 틀고 있으나 보도블록 위 임시 천막의 열기를 식히기엔 역부족이었다.

각 진료소 마다 다르지만 오전 9시 선별 진료소가 열리자마자 대부분 길게 대기줄이 늘어선 실정이다. 서울 시내 도로 위 기온은 최고 38~39도까지 올랐다는 제보가 속출하기도 했다.

본보가 자치구청 보건소와 빅4 대형병원 등 서울시 현장을 취재한 결과, 진단검사를 기다리는 시민들과 이를 직접 치러야 하는 의료진 모두 지쳐가고 있었다.

   
▲ 7월 19일 오후 소나기 속에서도 의료진이 서울 서초구 심산문화센터 드라이브스루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대기하고 있다. /사진=박민규 기자
레벨D 방호복을 입고 페이스실드까지 착용한 의료진들은 연신 진땀을 흘리면서 신속하고 정확한 검체 채취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자치구청 보건소의 한 의료진(36세·여성)은 본보 취재에 "선풍기나 실외에어컨·냉방기가 바로 옆에서 바람을 내뿜어도 방호복 때문에 시원한 효과는 전혀 없다"며 "중간에 물을 마시거나 화장실을 다녀오기 힘들어 음료 섭취를 참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는 "간혹가다 마시는 얼음생수와 목에 거는 아이스 넥쿨러(Ice Neck Cooler)가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라며 "감염 확산을 차단하겠다는 사명감으로 버티고 있지만 이번 팬데믹이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 솔직히 지친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형병원 선별 진료소의 한 의료진(45세·남성)은 본보 취재에 "30도 넘는 폭염은 기본이다. 버티고 또 버티는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가장 큰 규모의 병원 중 하나라 검사 받으려는 분들이 가장 많이 몰리기도 한다. 병원 내 검사 수요도 많아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서신다"며 "교대로 일하는지라 과부하가 걸려 일하다가 쓰러질 정도는 아니지만 레벨D 방호복을 입고 긴팔가운 4종 세트를 착용하는게 기본인지라 탈수 증세를 호소하는 의료진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밖에서 한참을 기다리시다가 검사 받는 분들도 더위 때문에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들어오신다"며 "저희나 그분들이나 모두 안쓰럽다. 폭염 경보가 발령되면 경우에 따라 병원 자체 판단으로 오후 2~4시 사이 선별진료소 운영을 중단할 수 있지만 우리는 거의 그런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 의료진들이 7월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심산문화센터 드라이브스루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박민규 기자
또다른 대형병원 선별 진료소의 이 모 간호사(33세·여성)는 본보 취재에 "우리가 일해야 시민들이 검사받을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자기 몸 컨디션 조절해가며 임하는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의료진이나 기다리는 시민들이나 충분한 수분 섭취와 체온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곳곳에 그늘막은 기본이고 식수, 냉방기 냉풍기, 얼음물, 이온음료, 소금을 배치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아이스팩이 있는 조끼를 입고 검사 업무하는 직원들이 많다"며 "목에 거는 얼음 밴드도 다 녹기 전까지 효과가 있다. 천막 안에 물안개를 뿜는 장비도 있어 견딜만 하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임시 선별 진료소는 총 53곳에 달한다. 서울시는 기상청이 폭염 경보를 내리면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진료소 운영을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또한 비상사태 발생에 대비해 온열환자 후송체계도 마련했다.

특히 서울시 스마트서울맵인 '대기인원 현황안내 앱' 등을 활용해 선별 진료소 대기인원이 적은 곳으로 방문할 수 있도록 홍보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와 관련해 '선별검사소 하절기 운영수칙'을 강화하고 지난 18일 각 지방자치단체에 협조를 당부했다.

폭염과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 등 현장의 어려움을 빠른 시일 내에 개선할 수 있도록 질병청·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행정안전부·기획재정부·서울시가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 7월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근 삼성역에 설치된 임시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진단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박민규 기자

   
▲ 7월 21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선별진료소를 찾은 한 시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진단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박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