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축구가 보여준 전략적 선택의 차이…경제 전장 ‘사령관’ 필요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와일드카드’라는 스포츠 용어가 있다. 출전 자격이 없지만 특별히 출전을 허용하는 선수나 팀을 뜻하는 단어다.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축구에 와일드카드 제도가 적용된다. 기본적으로 올림픽 남자 축구는 만 23세 이하의 선수만 출전이 가능하다. 그러나 올린픽 참가 자격을 확보한 국가는 연령 초과 선수 3명을 18명 엔트리에 포함시킬 수 있다. 이번 도쿄 올림픽은 코로나19 특수 상황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엔트리를 22명으로 확대하고, 4장의 와일드카드 사용이 가능하다.

   
▲ 22일 일본 이바라키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대한민국이 뉴질랜드에 패한 가운데 이동준과 박지수가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남자 올림픽 축구 대표팀은 22일 뉴질랜드와 조별리그 첫 번째 경기를 치렀다. 결과는 0-1패. 역대급 전력으로 평가받는 이번 대표팀은 올림픽에 앞서 역대 최고 성적(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넘어 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뉴질랜드에 덜미를 잡히면서 조별리그 통과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경기 전까지 뉴질랜드는 당연한 1승 제물로 여겨졌다. 이전까지 경기에서 한 차례도 패하지 않았다. 그러나 올림픽 조별 예선 첫 경기는 와일드카드 운영과 감독의 전략전 선택이 양팀 운명을 바꿨다. 뉴질랜드의 최전방 크리스 우드는 찾아온 한 번의 기회에서 마침표를 찍었고, 수비라인을 이끈 윈스턴 리드는 영리하게 한국의 공세를 저지했다.

이에 비해 한국의 와일드카드 운영은 효율이 떨어졌다. 공격수 황의조는 고립되기 일쑤였고, 왼쪽 측면에 배치된 권창훈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과거와 같은 날카로운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와일드카드 선택과 활용은 전적으로 감독의 몫이다. 대니 헤이 뉴질랜드 감독은 적재적소에 와일드카드를 배치하고 상대 전력 분석을 통해 경기력을 극대화했다. 이에 비해 우리는 와일드카드 시너지를 확대하지 못했다.

이제 우리나라 안으로 시선을 돌려 보자. 최근 정치권과 재계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 중 하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 여부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중국 시안 반도체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지난 22일 국회 법사위 전체 회의에서 박범계 법무장관은 이 부회장 등의 사면과 관련해 “(8·15 특별사면이) 시기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을까 한다”며 “(사면심사는) 대통령께서 사면을 결심하신 뒤에 벌어지는 절차다. 원포인트 특별사면이라면 모를까, 현재까지는 특별한 징후는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박 장관의 발언을 두고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사면이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 고유 권한인 사면은 남은 형의 집행을 즉시 면제해주는 제도다. 이 부회장이 사면을 받으면 곧바로 경영에 복귀할 수 있다. 이에 비해 형을 면제받지 않고 구금 상태에서만 풀려나는 가석방은 제약이 뒤따른다.

이 부회장의 사면은 문재인 대통령의 손에 달렸다. 박 장관의 언급한 ‘원포인트 특별사면’도 문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은 코로나19 등으로 재편되는 경제 질서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대표기업 삼성은 상대적으로 잠잠하다. 200조원이 넘은 현금을 곳간에 쌓아두고도 전략적 선택을 머뭇거리는 모습이다.

   
▲ 산업부 조한진 기자
우리 경제의 한축을 담당하는 삼성에게 필요한 것은 경영일선에서 활약할 수 있는 ‘사령관’이다. 현장을 누비면서 공격과 수비를 조율하고, 상황에 맞는 유연한 전술적 선택을 결정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올해 1월 18일 이전까지 이 같은 역할을 이 부회장이 수행했다.

수십년 동안 글로벌 전장을 누빈 경제단체장·기업인들은 한국경제의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선도 기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재용 부회장 사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는 모습이다.

올림픽 남자 축구에서 와일드카드 선택은 전적으로 감독의 판단에 달려 있다. 연령 초과 선수를 안뽑아도 그만이다. 그러나 여러 참가국들은 와일드카드를 선택하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전력 강화다.

미래 시장 주도권을 두고 싸우는 한국경제에 이 부회장이 와일드카드가 될 수 있다. 그동안 이 부회장이 쌓아둔 글로벌 인맥,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시너지가 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 대한민국호의 감독인 문 대통령의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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