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거듭 요청해도 인력지원 난색 표하는 의료기관 늘어나 '번아웃'
"이젠 한계, 비용이 문제…자칫하면 지원나간 민간인력 잃을 가능성도"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의료진이 쓰러지거나 빠지면 현재의 이러한 방역 체계는 금방 결단납니다. 4차 대유행까지 시작했어요. 이게 대체 언제 끝나겠습니까. 앞이 안 보여요. 언제 끌날지 아무도 장담 못합니다. 결국 비용 문제, 돈 문제에요. 의료인력을 움직이는건 인센티브, 돈입니다. 사명감은 다들 갖고 있지만 사명감 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게 현실입니다. 그만두는건 개인 선택이라 누구도 뭐라고 할 수 없죠. 대통령이 와서 뭐라 하더라도 이런 근무 조건 속에서 계속 버티라고, 일하라고 강제할 수 없어요."

서울 시내 한 선별진료소에서 일하는 파견 간호사 A모 씨는 23일 본보 취재에 실제 고충을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4차 대유행 이후 의료진이 현장에서 더 많은 업무를 요구받으면서 업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그는 "코로나에 감염된 의료진이 상당히 많아요. 방역 현장에서 근무하는 특수성 때문입니다. 지난 상반기에 간호사만 188명이고 의사는 67명 걸렸다고 알고 있다"라며 "숙련된 인력 한명 한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 7월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근 삼성역에 설치된 임시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진단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박민규 기자
중소병원계는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의사와 간호인력의 충원이 더 어려워진 실정이다. 감염관리 전담인력의 수급이 '절벽 상황'까지 내몰렸다는 지적이다.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의 관련 의료진은 본보 취재에 "에크모(체외막산소호흡장치)와 같은 특수장비는 별도의 교육을 받은 의료진만 가동할 수 있는데 이 인력 자체가 각급 병원마다 부족한 실정"이라며 "베드(병상) 문제가 아니다. 베드가 남아 돌아도 중증 환자를 돌볼 의료진이 부족해 모든 베드를 가동하기 힘든게 곳곳의 사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국적으로도 의료진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인력 충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게 각 지자체 속사정"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서울시는 최근 임시 선별검사소를 늘리면서 의료 인력 94명을 지원했지만, 추가로 필요해 54명을 더 인력 배정 받기도 했다.

인천의 경우, 최근 인천시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의사 14명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했다. 간호사에 비해 의사 부족 현상이 심해서다. 의료진 부족은 실제 가동할 수 있는 병상 부족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지자체가 거듭 요청해도 인력 지원에 난색을 표하는 민간의료기관이 늘어나고 있어 사실상의 '번아웃'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서울시의사회는 최근 이와 관련해 "많은 의원들이 백신 접종 위탁의료기관에 자원해서 의료 인력 지원에 응하기 힘들다"며 "전국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특히 수도권의 한 중소병원장 또한 본보 취재에 "지금은 어디나 인력 부족인게 현실"이라며 "코로나 지원 인력을 빼기 어렵고, 지원 보낸 인력을 잃어버릴 가능성도 있어서 문제다. 인적 자원 측면에서 민간 의료진에게 99% 의존하는게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실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미흡한 건 보상 수준"이라며 "정부가 사실상 공짜로 민간 인력을 휘두르려고 하지 말고 제대로 된 비용을 감당하겠다고 나서야 지금의 인력 부족 현상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 의료진들이 7월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심산문화센터 드라이브스루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박민규 기자
24일 0시를 기준으로 일일 신규 확진자가 1629명으로 확인된 가운데, 18일째 네 자릿수를 기록하는 등 4차 대유행의 기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수도권에 이어 비수도권까지 본격 확산세로 접어들었다.

정부는 아직 의료대응 역량에 여유가 있는 편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21일 17시 기준으로 전국 감염병전담병원 병상은 7824개로 이 중 2516개(32%) 남아 있고, 생활치료센터 또한 전국 59개소 1만 4022명 정원 중 9012명이 입소해 5010명(35.7%)이 추가로 입원 가능하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지난 22일 백브리핑에서 "감염병전담병원, 준중환자병상, 생활치료센터에서 확진자가 증가할 것에 대비해 계획에 따라 새로 지정해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자신감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의문이다. 4차 대유행이 언제 꺾일지 아무도 자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증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의료 인력이 적시에 충분하게 투입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