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식 사회의주의’라는 말이 있다. 북한에서 서구 공산주의의 몰락을 보면서 세습 독재체제를 지키기 위해 쓰게 된 표현이다. 북한의 통치이념인 ‘주체사상’과도 맥을 같이 한다. 실상은 불평등하기 짝이 없는 소수의 권력층을 위한 독재 체제를 평등한 것처럼 포장하는 데 쓰는 말이다.

그런데 이것과 비슷하게 ‘우리식 민주주의’를 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에서 보인다. 바로 조희연, 이재정 서울시·경기도교육감이다. 민주진보 교육감이라고 주장해 놓고는 비민주적이고 강압적인 갑질을 하는 모습이 영락없이 닮은꼴이다.

   
▲ 조희연(오른쪽) 서울시교육감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뉴시스
이해는 간다. 이 교육감은 자신의 논문에서 주체사상을 “인민대중의 생존과 자주성을 위한 투쟁의 역사의 산물”이라고 미화했고, 조 교육감은 공중파 TV토론에서 “주사파(주체사상을 따르는 운동권 일파) 정당까지도 제도권 정치에 들올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으니 이들이 주체사상에 입각한 ‘우리식 사회주의’를 모방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들의 제왕적 갑질 어디에서도 그들이 내세운 ‘민주’는 찾아볼 수 없다. 이 교육감은 9시 등교를 추진하면서 인사권과 재정을 빌미로 일선 학교장들을 협박해 북한 노동당 선거에서나 나올 법한 90%대의 도입률을 기록했다. 경기도교육청은 ‘학생들의 의견’을 주장했지만 학생 여론조사 자료 정보공개 청구 답변을 통해 자료가 없다고 스스로 자인한 바 있다.

이 교육감은 또 재정이 없다는 이유로 정원 외 기간제 교사 예산을 삭감했다. 천 명이 넘는 기간제 교사 일자리를 빼앗은 것이다. 수석교사도 뽑지 않고 수석교사제가 법에 있다고 해서 시행할 필요는 없다는 발언까지 했다. 교육감이 마치 ‘짐이 곧 국가’인 전제왕정에서나 있을 법한 초법적 권한을 가진 것처럼 말이다.
그 수하에 있는 혁신교육과장도 벼슬이나 한 듯 교단 최고의 전문가들인 수석교사들을 “주로 교단을 떠나려고, 수업을 안 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폄하하고, 교육청의 명을 받은 출장을 “싸돌아다닌다”고 했다. 심지어 전문직 시험문제 유출 의혹까지 제기됐지만 감사관실은 아무 조치도 안 취했다. 폐하의 측근이니 어쩌겠는가.

돈이 없다고 기간제 교사 일자리도 수석교사들의 명예도 빼앗아놓고는 본인의 취임식은 두 번이나 하고, 연예인을 불러 사회를 보게 했다. 물론 규정을 벗어난 사회자 수당을 준 것은 어쩌면 그에겐 당연한 일이다. 인수위를 꾸리고 운영하는 데 사용한 비용도 전국 17개 시·도교육감 중 제일 많다.

인수위 비용 하니 조 교육감이 그 뒤를 이었는데 양상은 이 교육감과 다르지만 조 교육감 역시 비민주적 갑질에서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것이다.

학생 토론회에 끼어들어 교육감의 권위로 9시 등교 반대의견을 반박하면서 그 내용을 취재하려는 기자의 취재를 차단했다. 9시 등교 시행을 학교 자율에 맡긴다고 해 놓고 학교에는 시행해야 되는 이유를 학생들에게 홍보하도록 지시했다. 혁신학교 지정 취소를 요구하는 학교에도 혁신학교의 장점을 충분히 홍보하고 학부모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며 반려를 거듭했다.

공문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던 멀쩡한 정보공개 시스템을 행정관리시스템 개편을 이유로 비공개로 전환했다. 시스템 전환으로 행정편의가 좋아진 것은 아니다. 현장에서는 오히려 불편하다는 얘기도 많이 나왔다.

인사는 선거 보은 인사는 기본이고, 지연·학연 인사로 점철됐다. 심지어는 선거 때 단일화 기구 대변인과 각종 홍보성 토론회 사회를 맡은 시민단체 간부에게 지속적으로 교육청 토론회 사회를 맡기면서 사례비를 주다가 문제가 지적된 이후 아예 6급 공무원으로 채용했다. 선거 캠프 법률자문을 맡았던 중학교 후배는 감사관에 내정했다.

매일 같이 만나자고 기다리고 있던 자사고 학부모도 외면하고, 일반직·학교회계직 노조의 면담 요구도 묵살했다. 물론 ‘개국공신’ 전교조 간부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교육감실을 들락날락했다. 교육청 간부들도 예민한 문제는 자신의 직속상관이 아닌 비서실 간부들과 의논하는 행태도 보였다.

자신의 공약 정책 시행을 위해 일반학교의 예산을 평균 4000만원씩 감액하고, 저소득층 학생 급식비까지 삭감한 것은 새롭지도 않다. 어디에도 민주는커녕 진보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이들은 스스로를 ‘민주진보’ 교육감이라고 부른다. 그들이 옹호하는 주체사상에 기반을 둔 ‘우리식 사회주의’처럼 ‘우리식 민주진보’를 하는 모양이다. 앞으로 이들이 ‘민주주의’라는 말을 할 때는 그들만의 ‘전제왕정’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박남규 교육전문가